▲ 가톨릭과 개신교를 구분하는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위계에서 오는 성만찬이다. ⓒGetty Images

박도식 신부는 개신교의 성찬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만찬에 대한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논란은 종교개혁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성만찬에 대한 두 교회 사이에 상호승인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한 유보사항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개신교가 가톨릭의 성체성사를 ‘우상숭배’로 비난하거나, 가톨릭이 개신교 성찬식을 주관적인 ‘신심행사’라고만 보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2)

박도식 신부는 물론 지면의 한계와 대중적인 대화체 형식의 책이라는 한계 때문에 상세하게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만찬에 대한 신학적 차이와 그것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논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만찬을 상징으로 이해할 것이냐 성체의 실재로 이해할 것이냐가 성서해석과 사제직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요한복음 6장의 말씀을 근거로 결정적인 ‘구원의 문제’, ‘구원의 필수 조건’으로 보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박도식 신부는 “우리 구원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예수님의 말씀을 개신교에서는 어떻게 처리합니까?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받겠지만 믿지 않는 사람은 단죄를 받을 것이다(마르 16,16) … 믿고 세례를 받는 자, 여기서 믿음의 내용 중 하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을 믿고 먹는 사람들이 구원을 받는다고 예수님은 못을 박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라고 하셨는데 개신교에서는 이 빵을 예수님의 참된 몸이라고 믿지를 않습니다.”(3)

박 신부는 요한복음 6장 53-54의 말씀,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는 말씀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양자택일을 요청하고 성만찬에 대한 이해의 차이를 진리와 허위, 부정과 긍정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해의 여지를 남긴다.

물론 지금까지도 개신교와 가톨릭을 갈라놓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세 가지 정도 남아있다. 첫째는 그리스도가 성체 안에 현존한다는 점은 개신교나 가톨릭이 모두 수용하지만, ‘어떻게’ 현존하느냐에 대한 교리적 차이가 그것이다. 둘째는 제사로서의 미사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대립이다. 가톨릭이 미사를 제사로 이해하는 것은 거기서 예수의 십자가상의 희생이 재현되고 그 효력이 분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성찬의 식사적인 성격만을 강조하려는 경향에 대한 반대로 볼 수 있다. 루터가 반대했던 것은 미사를 ‘그리스도의 죽음이 우리를 위하여 반복되는 새로운 제사이며 거기서 자동적으로 불가항력적인 효과가 나온다’는 일반신심이었다.(5)

셋째, 가톨릭은 사제로 서품된 사람만이 성체성사를 주례할 수 있다고 보며, ‘유효하게 서품된 공직자가 없이 거행되는 개신교의 만찬례를 완전히 유효한 성체성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개신교의 교역자도 안수례를 통해 임직하며 종신직으로 주어지지만, ‘교회의 위계적 조직에 대해서는 반대하므로, 이 임직식은 성례전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개신교 성만찬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가톨릭의 입장이고,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주이며, 교회 내에서는 주의 지배 밖에 다른 어떤 지배도 - 성직의 지배도 - 있을 수 없다. 또 그리스도만이 신약성서에서 사제라고 불리며, 그 이전의 모든 사제직은 그리스도에 의하여 끝났고, 따라서 교회의 공직자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사제적 성격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개신교의 입장으로서 여기에 두 교회의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6)

교회 안의 직무를 ‘위계적 권력’으로만 이해할 것인지, 아니면 ‘봉사’로 볼 것인지, 서품 받은 사제의 배타적 권리로 볼 것인지 모든 그리스도인의 민주적 참여로 볼 것인지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제2바티칸 공의회 이후, 두 교회 사이에 상당한 접근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가톨릭은 직무를 봉사의 시각에서 이해하면서 행사하려고 하고, 개신교는 임직식을 이른바 민주적 방식으로 공동체가 최고절대권을 가지고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순인간적인 직무수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는 경향이 그것이다.(7)

그러나 지금은 신학의 차이를 결정적인 ‘구원의 문제’, 혹은 ‘구원의 필수 조건’으로 이해하거나, 접근하는 태도로 ‘교파 간에 담판을 벌이고 권리를 내세우는 일’은 가톨릭이나 개신교 어느 편에서도 없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8)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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