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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아를 낳고 나니, 세상은 불친절했고 국가는 없었다”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47차 화요집회에서 들려온 부모들의 고통
정리연 | 승인 2023.08.03 14:57
▲ 화요집회에 등장한 부모들의 이야기들 중 어느 것 하나 고통 없는 것이 없었다. ⓒ정리연

“힘들면 가족과 동료의 어깨에 기대어 쉬어갈 수는 있지만 멈출 수는 없는 인생들입니다. 장애인 가족이 사는 삶이 불빛 하나 없이 어둡고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는 것만 같다면 우리는 결국 인생을 지속할 힘을 잃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마땅히 사랑하고 돌봐야 할 서로를 피하는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전에 국가가 우리의 목소리와 필요에 귀 기울여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집회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을 맞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47회차 화요집에서 들려온 호소였다. 왜 다시 부모연대 회원들은 투쟁의 길로 나선 것일까. 때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란간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이 반복되던 때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하철 삼각지역에 분향소를 차리고 49재를 치르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단식과 삭발로 호소했다. 이러한 사회적 참사를 멈출 수 있는, 발달장애인 24시간지원체계구축 마련을 촉구했다. 4대 종단과 장애계, 정치계도 함께 마음과 힘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모연대 ‘화요집회’가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면 멈추려 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채 2023년 8월 1일 화요집회는 47회 차를 맞았고, 집회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촉구를 위한 집회는 2018년부터 있었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로 내용이 바뀌었다. 이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주요 내용 중 일부이다. 발달장애 당사자의 특성에 맞게 돌봄과 교육 등을 국가가 24시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다들 무모하다고 했던 화요집회가 벌써 1년이 되었다”며 “우리의 자녀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우리의 후배들이 투쟁하지 않아도 발달장애 자녀와 온전한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부모들을 격려했다. 또한 “내년에 발달장애 예산이 17.6% 인상되고 우리가 24시간 지원체계를 4가지 방식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2가지 방식으로 실시한다고 한다.”며 “발달장애인 24시간 긴급 콜센터를 운영하게 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윤 회장은 하지만 “서비스는 기본권이다.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만 국가가 정해준 예상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세계 12강국인 우리나라가 세계 평균이 되려면 지금보다 9배를 더 올려야 한다”고 일침했다.

경남지부 의령지회에서 온 주채현 님은 36년 동안 발달장애 자녀를 키워왔다면서 사랑보다는 미움이 더 크다고, 하지만 자식이니까 매일 싸우면서도 보듬고 산다는 웃픈 이야기를 들려줬다. 딸이 낳은 쌍둥이 자녀까지 함께 살고 있으니 양육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한다. 자주 사고치는 딸 때문에 조용한 시골집에 경찰이 자주 출동한다고. 발달장애인지원체계가 구축되어서 딸이 자녀들과 알콩달콩 살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발언을 마쳤다.

충북지부 남혜정 님은 발달장애 당사자이다. 그는 자립해서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참석자들을 웃게 했다. 지역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자립해서 어떻게 살 거냐고 걱정하지만, 충분한 지원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그는 자립해서 사람들을 초대해 요리도 해주고 여행도 가는 평범한 일상을 꿈꾸고 있다. 그 일상은 장애인이라서 차별받는 세상이 아니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 폭염으로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막 속은 한증막을 연상시켰지만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사랑은 더 뜨거웠다. ⓒ정리연

서울지부 금천지회 조나영 님 첫째가 자폐성 장애와 다운증후군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임신 중 검사로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담당 의사가 장애를 이유로 임신 중절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서 많은 고민 끝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불법이니 낳으세요”라고 했던 나라는 막상 첫째를 낳고 나니까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어떻게 키워야 하죠? 어디에서 누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나요? 지원은 뭐가 있고 어떻게 받을 수 있어요? 우리 아이 미래의 모습은 어떤가요? 우리 가족은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 너무 많았는데 놀랍게도 모두 셀프로 해야 했다고 한다.

“불친절한 세상에 우리 가족이 던져졌습니다. 함께 길을 찾고 질문에 답해주고 필요한 도움을 주신 분들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던 우리 동지 여러분뿐이었습니다. 무사히 초등학교를 입학하자 라는 작은 목표를 가지고 첫째가 108일 되던 날부터 재활 난민이 되어 치료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매일 평소 1시간 걸려 아기띠를 메고, 짐가방을 들고 버스 타고 소아재활병원에 다녔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해야 해서 어린이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거절의 쓴맛을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겨우 어린이집을 마치고 바람대로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지역 내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먼 거리여서 힘들다고 한다.

“제 아이를 이해하고 그 아이랑 친해지기까지, 아이가 저를 미워하지 않게 되기까지, 저도 아이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사실 되게 오래 걸렸어요. 비장애 형제인 둘째가 태어나니까 구에서는 무료로 기본적인 부모 교육을 해주고 학교도 집 앞으로 갈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왜 발달장애 아이를 만난 우리에게는 어떤 것도, 기본적으로 친절하게, 체계적으로 해주지 않는 걸까요?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가족에 대한 이해가 있고 그들의 욕구와 생의 주기와 욕구,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 권리에 맞춰서 적절한 지원체계가 갖춰져 있다면, 또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장애인 가족, 장애인 당사자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장애물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화요집회는 크게 고함치거나 행진하는 등 비장한 집회의 모습은 아니다. 이들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울고 웃는다. 자녀가 함께 오기도 한다. 일상의 이야기, 그게 아픔이든 기쁨이든, 함께 나누면서 공감하고 격려하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가정이 겪는 고통을 사회에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뙤약볕 내리쬐는 길바닥에서 의지할 거라곤 천막 그늘뿐이지만, 이들이 투쟁하며 상상하는 세상이 일상이 되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은 크고 넓게 드리운다. 그 희망의 그늘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복닥거리며 함께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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