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의를 위해 사는 것이 길 위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최고의 목표이다. ⓒGetty Images

이 구절은 우리가 도상에 있는 존재임을 분명히 합니다. 최종적으로 이미 완성했다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깨달았다고 해도 그것이 완성일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깨달음은 삶을 동반을 요구하고 그것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때문에 사람은 언제나 미완성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우리에게 슬픔이나 괴로움이나 허탈이 아니라 희망이고 가능성이고 도전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더 값지고 더 의미있게 만듭니다.

빌립보서 기자가 그리스도를 믿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삶의 목표를 분명히 밝힙니다(빌 3,8-11). 그리스도를 얻고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는 것, 다시 말해 그리스도 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자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에 이르는 길은 ‘의’라는 말로 설명됩니다. ‘의’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라기 보다는 옳다, 잘했다, 맞다 등 그렇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인정받는 근거는 지켜야 하는 법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 있고 인정의 주체는 하나님입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입니다. 그는 여기서 이를 조금 더 구체화합니다. 그런데 8절 끝부터 11절까지가 사실상 한 문장인데가 10절이 그 구문(관사 속격+부정사) 때문에 어떤 역할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목적절로 이해하거나 ‘나는 원한다’ 등을 첨가하기도 하지만 적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부정사 구문이 앞의 믿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그리스도와 그의 부활의 권능과 그의 고난에 연대(코이노니아) 이 세 가지를 아는 것에 기반합니다. 이것들이 믿음의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그리스도를 다시 살리신 능력이 무엇인지 그리스도의 고난에 어떻게 연대하는지를 모르면 그것은 성서가 말하는 믿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가운데 세 번째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앞의 두 가지 앎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은 실천적 삶을 뜻합니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아닙니다. 그 고난의 자리에 함께 있고 그의 멍에를 나눠 메는 것입니다. 그가 고난당하는 이유를 자기의 것으로 삼고 행동하는 것이기에 함께 고난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가 왜 고난을 당하셨습니까? 하나님의 나라가 그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 나라들을 뿌리로부터 뒤흔들고 궁극적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가 통용되는 나라입니다. 이러니 그가 고난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 이것이 그가 자신의 몸과 피를 바쳐 이룬 구원입니다.

그의 고난에 연대하는 삶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사는 삶입니다. 동시에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의’ 곧 하나님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의 외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인정이라는 의미의 ‘의’를 가지는 것이 그리스도를 얻고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고자 하는 목표에 이르는 길의 한 측면입니다.

다른 측면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같은 형태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죽으심을 본받아 또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는 것 등으로 옮겨지는 헬라어 표현을 ‘의를 가지는’과 문법적으로 동일한 차원에 있다고 이해할 때 가능한 해석입니다. 그것은 부활의 소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그리스도를 얻는 것은 ‘의를 가지는’ 것과 관련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같은 형태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지나친 단순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단락을 이해하는데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그리스도께서 ‘나’를 붙잡으신 목표라면, 그 목표에 이르도록 계속 갈 수는 있지만 이 땅 위에서 이루었다고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목표를 향한 도상의 존재! 바로 우리입니다. 지금 어디에 있든, 그리고 그것이 목표에 이른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리는 여전히 아직 길 위에 있습니다. 생명의 길 위에, 진리를 따라 가야 하는 길 위에 있습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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