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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어를 제1 언어로, 한국어를 제2 언어로”한국농아인협회 무너진 농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열어
정리연 | 승인 2023.09.22 06:11
▲ 각종 교육현장에서 배제되는 농아인의 현실을 고발하고 교육 정상화를 위해 농아인들이 용성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제공

“한국수어로 배우고 학습할 수 있는 교육환경과 권리를 보장하라!”
“한국수어를 제1 언어로, 한국어를 제2 언어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언어 교육 실시하라!”

지난 19일 오전 11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울려퍼진 구호였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진 농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다.

“선생님들은 수어를 쓰지 않고 주로 칠판에 판서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수어를 하는 선생님의 경우, 알 수 없는 수지한국어를 사용하셨다. 못 알아들은 내용에 대해 다시 설명을 요청하면 화를 내고, 알아듣지 못한다고 혼을 내어서 다시는 질문을 할 수 없었다”
- 대학생인 농인 A씨 사례

“학창시절 선생님께 ‘너희들이 말을 잘하면 나도 수어를 잘할게, 너희들이 먼저 말을 잘해 봐’라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또한 구화하는 친구를 모범생인 것처럼 대하면서 은연 중에 우리도 구화를 하도록 강요하셨다.”
- 직장인인 농인 B씨 사례

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기본권이다. 청각장애학생(농학생)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청각장애학생들의 차별없는 교육권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수어통역, 문자 등 정당한 교육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교육현장은 농인의 고유성과 교육의 방향성이 없는 게 현실이다. 농인의 제1언어인 수어가 청각장애 교육현장에서 사라지고, 학교에서는 음성언어와 구어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청각장애학생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청각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또래들과의 관계는 물론 교수-학습언어로 수어를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교사와의 관계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청각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소외를 넘어 고립된 환경에 내몰려 있다.

청각장애학생의 80.3%는 통합교육을 하는 일반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이들의 학습권과 교육권 침해가 어느 정도로 심각할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또 특수학교인 농학교 역시 중증,중복 학생의 지속적인 증가와 교육방식 그리고 수어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농인의 한국어 문해력 증진을 위해서는 수지한국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한국어 문법 체계에 단어만 수어단어로 바꾸어서 하는 수지한국어를 사용하는 교사 등 구조적 문제로 교육의 질이 낮아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외면하는 상황이다.

농아인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사회는 청각장애학생에게 수어보다는 듣고 말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들의 원활한 사회활동을 위해서는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고, 한국어를 제2언어로 읽고 쓰는 능력을 키우는 이중언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농아인 교육정상화를 위해 정책제안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제공

또한 “미국은 장애인교육법에 근거해 학교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고, 수어를 제2 외국어로 인정해 수어 교과목을 신설했고 영국과 일본의 경우 일부 농학교는 이중언어 교육을 하고 있다.”며 “한국도 초,중,고교에 수어가 제2 국어로 지정되고, 교육통역 제공과 전문 교육통역사 제도를 도입하여 청각장애학생의 교육권과 농문화의 이해, 수어 전문성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청각장애인교육 붕괴의 원인으로 교사의 전문성 부족이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특수교사 양성체계는 2001년 개편되어 장애영역별 교사 자격제도가 아닌 특수교육의 보편성에 기반한 교사 양성체계이다. 그 결과 수어 등 청각장애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교사도 청각장애학교에 배치가 가능해졌다. 교사의 수어 구사능력은 청각장애인 교육에 있어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인 만큼, 농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시급히 현 교사 양성체계와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청각장애학생의 교육 문제는 지난 2011년 영화 ‘도가니’로 전 국민적 공분을 사며 이슈가 되었지만, 변한 건 없다. 농교육의 파열음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지만, 어떤 정부도 청각장애인의 교육권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에 농아인협회는 농인들이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활동에서 당하고 있는 각종 차별과 편견, 제도적 불리의 주된 원인은 농교육의 부조화에 있다고 판단하고, 무너진 농교육의 전면적인 재구조화와 수어 중심의 농교육 환경 조성을 촉구하며 최근에 ‘농인과 그 가족 3만인 서명운동’을 펼쳤다. 또한 농아인협회는 더 늦기 전에 무너진 농교육을 바로 세우고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농인과 그 가족 3만인’의 염원을 담은 ‘서명서’와 ‘정책제안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들이 전달한 정책제안서에는 ▲ 농교육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농학교와 일반학교(통합교육)의 농(청각장애)교육 실태조사, ▲ 수어중심의 농교육 환경 조성, ▲ 특수교사 양성체계를 개편하여 전문성 갖춘 교사 배출, ▲ 청각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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