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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난민 예수를 믿는 공동체아기 예수와 그의 가족은 헤롯 왕의 집단 학살 난민이었다
허호익(전 대전신대 교수) | 승인 2024.01.03 02:58
▲ 에게해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캠프 ⓒEurokinissi / Rex / Shutterstock

동방박사들이 유대 임금 헤롯을 방문하고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이가 어디 계십니까?”고 물었습니다. 자신이 유대인의 왕인데 새로운 왕이 나신다는 소식에 분노한 헤롯은 동방박사가 다녀 간 때와 예수가 태어난 장소를 따져 보고 베들레헴 인근의 두 살 아래 남자 아이를 모두 죽이도록 명하였습니다. 자신의 왕권에 도전하는 후환을 없앤 것이지요. 이에 죽은 아이의 엄마들은 모든 위로를 거절하며 크게 슬피 울었으나, 다행이 아기 예수와 그의 가족은 이집트로 피난하여 살아남았다고 마태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태만이 영아 학살과 예수의 피난 이야기를 기록하였고, 다른 어떤 문서에도 기록된 바 없으므로 그 역사성을 비판하는 이들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이 이 불쾌한 이야기는 역사적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첫째로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무수한 전쟁과 학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폼페이 장군이 주전 63년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유대인 약 1만2000명을 학살하는 등 수천 명 이상의 대량 학살이 비일비재하였던 당시의 상황에서 보면,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영아 학살은 역사에 기록할 만한 사건이 되지 못 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둘째로 헤롯 왕이 정적을 무수히 제거한 것으로 보아 영아 학살 역시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유대역사가 요세푸스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헤롯은 그의 아내 미리암네와 장모와 삼촌 그리고 두 아들 알렉산더와 아리스토불루스를 처형하였습니다. 헤롯은 죽기 직전에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된 다른 아들 안티파테르가 반역을 일으킬 것을 두려워하여 그를 처형하였습니다. 그래서 “헤롯의 ‘아들’(hyos)이 되는 것보다 ‘돼지’(hys)가 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유행하였답니다. 이런 역사적 정황과 헤롯의 잔인성에 비추어 보면 당시의 헤롯은 ‘새로운 유대인의 왕’이 태어나 자신의 왕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예수를 제거하기 위해 베들레헴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의 예수의 동년배 남자 아이를 모두 학살하고도 남을 폭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몇 명이나 살해되었을까요? 헤그너(D. A. Hagner)에 의하면 비잔틴 전승은 1만4000명, 시리아 전승은 6만4000명, 심지어 어떤 전승은 요한계시록 14장에 근거하여 14만4000명이라는 숫자를 제시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의 인구수를 미루어 보면 이 모든 숫자들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헤그너는 베들레헴의 지역의 고고학적 조사 결과 예수 당시 그곳의 인구가 500명 내외였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따라서 “당시 헤롯의 손에 학살된 남자 아이들의 수가 20명 전후였으리라.”고 합니다.
 
마태가 이 불유쾌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전해 들었기 때문에 모세 시대에 바로 왕에 의해 히브리인 남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집단 학살당하는 끔찍한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살려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삼으신 것처럼, 헤롯의 집단 학살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예수를 살려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원자로 삼으셨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낸 것이다.

예수는 하늘의 영광, 땅의 평화, 온갖 고통당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는 가장 즐겁고 기쁜 절기이지만, 그러나 실제로 태어나자마자 학살 대상자로 이집트로 피난가야 했던 난민이었던 아기 예수의 그의 부모, 그리고 실제로 학살당한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슬프고 괴로운 시절이었습니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예수가 장성하였을 때, 마리아와 요셉은 예수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었을 것으로 상상해 봅니다.

“네가 태어났을 때 동방 박사들이 찾아 왔단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 간 후 헤롯 왕이 너를 죽으려고, 네가 태어난 베들레헴 마을의 ‘2살 아래 남자 아이는 다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단다. 그래서 우리는 이집트로 피난을 가서 무척 고생을 했단다. 그런데 정말 괴로운 것은 피난살이의 고초가 아니라, 너 때문에 그 동네 애들이 다 학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거였단다.” 이 말은 들은 예수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나는 집단학살 난민이었구나. 내 또래 아이들은 다 죽고 나만 살았다고, 내가 살아남은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이 출생의 비밀을 들은 예수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이 출생의 비밀을 관점으로 예수의 생애를 재조명 할 수는 없을까?

예수는 로마가 세계 정복을 앞세워 도처에서 집단 학살 자행하던 시대에 집단학살의 대상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그동안 신학과 교회는 외면하여 왔습니다. 제3 세계의 신학자들은 예수는 자신을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 차별 받는 자와 단순히 연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 차별 받는 자로 살다가 그들을 대신하여 죽은 자라고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예수는 학살의 대상자로, 학살을 피해 도망 다니는 난민으로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아기 예수와 그의 가족이 집단 학살 난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류 역사상 전쟁 등을 통해 너무나 많은 집단 학살이 일어났고 그 중에 어린아이들의 비중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서도 무수한 민간인 학생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역을 폭격을 시작한 이후 12월 19일까지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수가 1만9667명이며, 이중 어린이가 8000여 명이고 여성이 6200명이라고 합니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선언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이 요르단 강 서안에 3백만 명을 포함해 중동 지역에 모두 6백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실향민과 무국적자를 뺀, 전 세계의 전쟁이나 내전으로 인한 난민의 수는 5000만 명이 넘으며, 이 중 튀르키예는 약 36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이란이 340만 명, 콜롬비아가 250만 명, 독일이 210만 명, 파키스탄이 170만 명 순입니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예멘 내전으로 인한 소수의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해 대한민국 정부에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2018년에는 그 수가 552명에 달하였습니다. 정부는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8.04.20.) 초안을 통해 국가 인권정책 방향의 기본 중 하나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반대해 ‘불법난민외국인 대책국민연대’가 조직되어 2018년 7월 30일 난민 반대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통해 “법적인 난민 지위를 악용하고, 인도주의적 자원을 착복하는 자들을 추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난민법이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기관이 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다면 난민법은 폐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동조하여 ‘한국교회 21개 교단이 참여하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다음 날인 8월 1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는 것은 자국민 보다 난민을 비롯한 외국인으로 우선하는 정책”이라고 반대하였습니다. “난민 등에게 기본권을 허용할 경우 난민이 몰려와서 일자리를 빼앗고 잠재적으로 사회 혼란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테러 등으로 사회혼란을 겪는 유럽을 교훈 삼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 교단장들은 난민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였습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장들은 그들이 믿는 예수와 그리고 예수의 가족이 헤롯 왕의 집단학살을 피해 머나먼 이집트로 피난 가야했던 난민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 같습니다.

허호익(전 대전신대 교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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