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대로 한다는 것이 폭력이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Getty Images

1.

지난 2월 5일에 있었던 이동환 목사님 감리교 재판 총회 상소심에서 상대측 변호사로 나온 사람이 “동성애는 얼마든지 남성하다가, 여성하다가, 중성하는 게 세계적인 동성애 트렌드”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기사를 인용해서 그런 거고, 실제로 한 말은 오늘은 남성, 내일은 여성, 모레는 중성, 이런 식으로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재판을 참관하던 사람들이 저까지 포함해서 다들 저게 무슨 헛소리냐고 혀를 찼죠.

물론 제가 이 칼럼에서도 몇 번 말씀드린 것처럼, 성소수자 정체성이 태어날 때부터 딱 못 박혀 있어서 절대 안 변한다 이런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저 말처럼 얼마든지 남성·여성·중성(은 또 뭔가요) 맘대로 바꿀 수 있다 이건 절대 아니고 게다가 그게 무려 “트렌드”라니 헛소리가 아닐 도리가 없습니다.

조금 더 짚어 볼 것은 저 헛소리가 나온 자리가 감리교 재판 총회 상소심이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입니다. 저런 헛소리를 공적인 자리에서 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겠죠. 더군다나 그 자리가 재판 자리라면,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저런 헛소리를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 터입니다. 그러면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거짓을 말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2.

성소수자 혐오를 정당화하려는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말이 “성경에 동성애는 죄라고 나와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런 구절들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접근하면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만 일단 여기서는 그런 이야기까지는 가지 않기로 하구요.

그런데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으니 동성애를 ‘반대’한답시고 저런 거짓을 말한다면 그 거짓까지 면죄를 받을 수 있을 리는 없지요. 더군다나 저런 거짓이나 과장이 한두 건만도 아니었죠.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를 한답시고 거짓말과 과장을 계속 쏟아내 와서 거기에 대한 팩트체크만도 산덩어리에 이릅니다. 이쯤 되면 “성경에 동성애는 죄라고 나와 있다”는 그 명분이 오히려 거짓과 과장이라는 죄를 짓게 만드는 것 아니냐 이렇게 말해야 할 지경이겠네요.

3.

그러면 이렇게 “성경대로 했더니” 거짓과 과장의 죄를 짓게 되는 현상이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악한 사람들만 모여 있어서 그렇게 되는 걸까요? 그런 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저런 거짓과 과장이 사실 동성애 '반대'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구조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다”는 말이 일단 기독교인들한테 그러니까 동성애를 ‘반대’해야 된다는 마음이야 먹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 말이 기독교인 아닌 누구에게 먹히겠습니까. 특히나 차별금지법 반대를 이야기하려면 더더욱이나 기독교인 아닌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남은 길은 한 가지죠. 동성애/성소수자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이고 ‘나쁜’ 것이니까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그러니 그런 말을 하는데 거짓과 과장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겠죠. 오히려 지금처럼 거짓과 과장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입니다.

요즘 한 모씨가 이상하게 쓰는 단어지만, 동성애자/성소수자라는 ‘동료 시민’에 대고 이렇게 비정상적이니 나쁘니 해 대는 것을 ‘혐오’라는 말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이유가 없겠죠. 결국 “성경대로 했더니” 이렇게 동료 시민을,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혐오하는 죄까지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이렇게 물을 수 있겠습니다. “성경대로 했더니”, 거짓과 과장의 죄에, 동료 시민을 혐오하는 죄까지 짓게 된다면, 대체 그 “성경대로 했더니”라는 말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혹시, 자신은 동성애자/성소수자를 ‘동료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동료 시민 혐오의 죄’는 빼달라고요? 그렇다 하더라도 거짓과 과장의 죄는 면할 수가 없겠죠.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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