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잘 들어보면 독점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폐단, 아니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속성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난합니다.

요즘은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고, 돈이 있으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인 것처럼 보입니다. 국정감사를 통해서 연일 터지는 재벌들과 정치인들의 비리,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고 자살까지 하는 현실을 보면서 돈과 빽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실감합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가수 정수라의 “대한민국”이라는 노래를 “두환민국”이라고 개사하여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노래의 가사 중에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부분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돈 있으면 돈 있으면)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가 있어 (빽 있으면 빽 있으면)” 입니다. 부와 권력의 변함없는 증가와 세습은 당연히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요..." 부익부 빈익빈을 지지하는 말씀?

본문에 보면,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문맥과 상관없이 문자적으로 이 구절을 보면, 마치 예수님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정당화 하거나 지지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신실한 기독교인들 중에 몇몇의 사람들이 아마도 이 구절을 오해해서 경제적 착취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교회를 세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구절은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비판의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구절을 들어서 기독교를 자본주의와 동일시하면서 비판하기도 합니다.

또한 경제정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이 구절은 뜨거운 감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해 합니다. 저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이 말씀은 복음서에 다섯 번 나오는데, 본문의 병행구절(마태 13:12; 누가 8:18)과 달란트의 비유(마태 25:19)와 므나의 비유(누가 19:26)에 나옵니다. 각 본문의 문맥과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구절을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과 연결시켜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의문을 품습니다. 예수님께서 과연 부익부 빈익빈을 지지했던 것인가? 예수님께서 독점자본주의의 논리를 그대로 말했을까?

그러나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서 비약하지만 않는다면 그런 의문은 무의미합니다. 오늘날 독점자본주의의 논리인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본문에 투영되어 말씀의 올바른 해석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나눠줄 것이 많으면, 많이 퍼주면 더 좋은 것일까요?

당시에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떠돌이로서 방랑생활을 했는데, 그들을 향해서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라는 말씀이 무엇을 의미했을까요?

본문은 예수님이 비유로 한 가르침의 내용 중에 위치하고 있는데, 흔히 “뿌려진 씨의 비유”라고 부르는 것과 그 비유에 대한 해석의 결론 부분에 나옵니다.

“사람이 등불을 가져다가 말 아래에나 침상 아래에 두겠느냐? 등경 위에다가 두지 않겠느냐? 숨겨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 /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질하여 주는 만큼 너희에게 되질하여 주실 것이요. 덤으로 더 주실 것이다.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24절은 마치 ‘자기가 가진 것을 됫박으로 남에게 많이 퍼 줄수록 하느님이 채워주시고, 덤으로 더 많이 주실 것이다.’ 라고 들립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는 보편적 윤리를 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했을 것이고, 자선이나 이웃돕기에 적합한 구절로 많이 인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맥에서는 다른 말이고, 그렇게 해석되지 않습니다. 또한 바로 다음에 나오는 말(25절)과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두 구절(24, 25절)을 억지로 꿰어 맞춘다면 ‘많이 가진 사람은 남에게 줄 것도 많아서, 더 많이 퍼주면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더 많이 받는 셈이 된다.’ 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퍼 주지 못하니까 더 받지도 못하고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됩니다. 해석하고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듣고 깨닫고 행동하고 열매맺고

본문에서 반복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23절과 24절에 나오는 “듣다”입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너희가 들은 것을 잘 생각해 보아라.”

여기에서 들은 내용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비유와 그 비유에 대한 해석입니다. 뿌려진 씨앗이 좋은 흙에서 열매를 맺는다는 비유와, 씨앗을 받은 땅에 대입된 마음의 상태에 대한 해석입니다.

비유 자체에 대한 해석은 뒤로 미루고, 일단 해석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이 선포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들은 사람들이 그 복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열매를 맺느냐 맺지 못하느냐가 결정됩니다.

등불을 가져다가 등경 위에 두어서 빛이 드러나고 주위가 밝아지는 것처럼, 이제 예수님의 행동과 가르침과 선포로 감추어 졌던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씨앗이 뿌려져서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그 씨앗의 결실은 땅의 문제입니다. 길 가인지, 돌 위인지, 가시덤불 속인지, 좋은 흙 속인지에 따라서 결실을 향한 씨앗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다시 번역하여 본문을 읽어 봅시다. “너희가 들은 것을 잘 생각하여라. 너희가 헤아린 헤아림으로 너희를 헤아리게 될 것이요, 너희에게 더하게 될 것이다. 가진 사람은 더 받게 될 것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가 가진 것도 빼앗길 것이다.”

‘예수님이 가르치고 선포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잘 생각하고 깨달아라. 그 말씀을 귀 기울여서 듣고, 곱씹어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씨름해 보라.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뇌할수록 하느님 나라의 비밀은 드러나고 깨달음으로 열매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달은 만큼 행동하고 씨앗을 잘 키운다면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입니다.

문제는 누구의 어떤 밭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마음을 여느냐 하는 것

가지지 못한 사람은 씨앗에 뿌려진 밭의 길 가, 돌 위, 덤불 속처럼 그 씨앗을 빼앗기거나 말라 죽게 되는 경우입니다. 가진 사람은 씨앗을 받아들여서 좋은 흙처럼 열매를 맺게 되는 경우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받아들여 그 의미를 깨닫고 행하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씨앗을 받아들이는 땅의 상태가 중요한 것처럼, 복음을 듣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이 비유를 읽거나 들으면서 네 가지의 서로 다른 밭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것은 사람이나 집단을 하나의 상태로만 구분하여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밭은 하나인데, 그 밭에는 길도 나 있고 돌도 있고 가시덤불도 있고 좋은 흙도 있습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그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 안에 네 가지의 마음 상태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누가 어떤 밭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마음을 여느냐 하는 것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해석은 '너희들의 말과 논리'

따라서 본문은 착취와 관련된 부익부 빈익빈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만일 이 말씀으로 부익부 빈익빈을 정당화시키려면, 자기들의 행위를 먼저 헤아리고 돌아보아야 합니다.

누가복음 19장의 ‘므나의 비유’에서 왕위를 받아가지고 돌아온 주인에게 항거하는 종이 주인을 “야박한 분이라서 맡기지 않은 것을 빼앗아 가고, 심지 않을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기 때문에 두렵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 주인은 항의 하는 종의 것을 빼앗아서 이윤을 많이 남긴 종에게 주라고 하면서 말합니다. “가진 사람은 더 받게 될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가 가진 것까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자기들의 왕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나의 이 원수들을 이리로 끌어다가, 내 앞에서 죽여라.”

여기에서는 분명히 부익부 빈익빈과 관련되고 그것을 말하는 주인은 그것을 주장하며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라 바로 '너희들의 말과 논리'라는 것입니다. 맡기지 않은 것을 빼앗고, 심지 않은 것을 거두는 주인의 말과 논리입니다.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의 착취적 성격을 폭로함으로써 비판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희망은 뿌릴 씨앗과 땅이 있다는 것

우리에게 들려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은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입력된 것만큼 실행되고 출력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속에 들어온 하느님 나라의 복음은 하나의 씨앗입니다.

삶의 매 순간마다 헤아리고, 생각하고, 되새기고, 고민하면서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될 때에 열매를 맺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받아서 많이 곱씹고 움직일수록 더 많은 깨달음을 얻고, 하느님 나라의 모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봄에 뿌린 씨앗이 여름에 흘린 땀방울을 머금어 큰 비바람을 이겨내고 열매를 맺는 계절입니다. 우리에게 뿌려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어떠한 열매를 얼마만큼 맺고 있는지 되새겨 봅시다.

우리 교회의 올 한 해 목회와 활동 중에서도 길 가에 뿌려진 씨앗처럼 바로 잊혀진 부분도 있고, 돌 위에 뿌려진 씨앗처럼 여러 가지 어려운 형편 때문에 보류된 부분도 있고,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앗처럼 세상의 염려와 유혹 때문에 포기된 부분도 있습니다.

또한 서로의 노력과 의기투합으로 좋은 결실을 거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에게 희망은 뿌릴 씨앗이 있고, 땅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듣고 보고 되새길 교우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뿌리고 땀 흘리며 가꾸어, 하느님 나라 복음의 부자가 되어 봅시다.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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