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이 시대의 고통스러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교회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54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KNCC)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박경조 주교(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가 폐회예배에서 밝힌 것이다. KNCC가 급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와 교회가 맞고 있는 변화와 갈등의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그에 따른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폐회예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현 임원체제와 더불어 KNCC의 변화를 언급했다.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제54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

박 주교는 “현재의 NCC 총무는 실무도 하고 대표도 하는 식이다. 이것보다 역할 분담을 하게 되면 여러 다른 교회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같은 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아니고, 임원진 내부에 그런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차기 총무까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히며 변화에 대한 움직임을 뒷받침 했다.

금번 총회는 각 교단의 인사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1월 12일(월) 오전 11시부터 성공회 서울 대성당에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총회는 여는 예배를 시작으로 작년 향년 85세로 타계한 조용술 목사(증경 회장)에 대한 추모 순서, 축하 순서, 특별강연, 회무처리 그리고 폐회예배와 신임회장의 기자회견 순서로 진행되었다.

축하의 순서에서는 일본 그리스도교협의회 회장인 Suzuki Reiko 의장, 현재는 KNCC를 탈퇴한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이재완 총회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회장인 최성규 목사가 축사를 했다. 최 목사를 소개한 백도웅 KNCC 총무는 “임원진에서 많은 고심 끝에 한기총 회장을 모시게 되었다”고 솔직히 말하기도 했다.

▲ 오른쪽부터 축하의 순서를 맡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 회장인 Suzuki Reiko 의장, 이재환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최성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회장.

이어서 이재정 신부(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는 “변화와 갈등의 시대, 한국교회의 책임과 당위”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에서, “우리 앞에 통일시대와 평화 역사가 열리고 있다”면서, “통일시대의 새로운 교회, 즉 화해의 교회, 평화의 교회, 통일의 교회를 선언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 가야한다”고 KNCC의 과제를 제시했다.

강연 후 회무처리에서 2005년도 사업보고와 실행위원회 보고, 감사보고, 2004년도 결산 보고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유관기관 기관장을 맡게된 양재성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등이 소개되었다.

임원 개선은 각 교단의 총무들로 구성된 인선위원회(위원장 이요한 목사, 기감)가 추천하고, 이에 동의 제청을 얻어 새로운 임원을 임명했다. 새로 구성된 임원들은 ▲회장에 박경조 주교(성공회), ▲부회장 문장식 목사(예장), 박만희 사관(구세군), 나명환 목사(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박춘화 목사(기감)가 각각 선출되었다. 또 ▲서기에는 한국염 목사(기장), ▲부서기-안준배 목사(기하성), ▲회계-김동엽 목사(예장), ▲부회계-유영희 목사(기하성), ▲감사-김원식 신부(성공회)와 김영주 목사(기감)가 임명되었다.

▲ 새로 선출된 KNCC 임원단

계속된 사업계획안 심의에서는 현재 KNCC 산하 여러 위원회에 대한 재구성에서부터 상근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그리고 내년도 주력 사업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들 중에서 KNCC 주력 사업에 대한 토의에서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쌀 100만 톤 지원”과 “신자유주의 체제에 도전하는 더욱 강력한 투쟁의 전개”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특히 내년 제55회 총회 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을 초청하자는 신경하 직전 회장(기감)의 건의안이 통과되었다. 이는 2006년이 분단 40년 만에 스위스 글리온에서 남북교회 지도자들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던 1986년으로부터 2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다음 총회는 제주도나 금강산에서 개최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총회는 선언문을 채택하고 폐회하였다. 한국염 목사가 낭독한 선언문은 KNCC의 과제로 ▲일치와 연합운동을 통해 평화를 이루는 교회, ▲자본의 세계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가치 제시,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 평화 통일에 앞장설 것, ▲과거사 청산은 미래의 역사를 창조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 ▲생명존중을 위한 생명윤리 바로 세우기,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의 구현 등을 제시하였다.

▲ 박경조 KNCC 신임 회장의 기자회견.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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