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새로운 삶의 지평을 만드는 일

분단, 공존을 위한 절박한 극복

하나님 나라를 위한 새로운 모색

주님께서 민족들 사이의 분쟁을 판결하시고,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 앉아서, 평화롭게 살 것이다. ...이것은 만군의 주님께서 약속하신 것이다. <미가서 4:3~4>

“우리 시대는 통일을 바라고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통일은 필요한 것인가?” 통일을 당위로 믿었던 시대가 지나고 분단의 반세기를 훌쩍 넘어버린 지금 우리에게 던져볼 만한 질문일 것이다.

11월 19일(목) ‘한신대학원 민중신학세미나’에서는 ‘분단현실과 통일운동’이란 주제를 통해 우리 시대 통일에 대한 토론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세미나는 성남주민교회 목사이자 6월민중항쟁기념사업회의 대표, 6.15공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해학 목사가 초청되어 현장 통일운동의 경험과 한국 사회의 통일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이 목사는 처음 학교를 졸업한 후 빈민운동을 위해 선교단체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두환의 쿠데타로 인해 좌절되는 민주화의 현실을 보면서 쿠데타를 묵인하고 지원했던 미국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 후로 통일 운동으로 시각을 돌리게 된 이 목사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변화시키고 하나님 나라 이루기 위한 생명공동체 운동은 “분단 현실을 극복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목사는 “신앙은 역사인식을 삶으로 사는 것”이며 “분단은 모든 민족의 아픔(모순)이 집약되어 있는 현실”이라고 규정하였다. “그 역사 속에서 늘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될 때 우리가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적극적인 자세로 현실을 극복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진행된 발제에서는 한반도 상황에서의 민족 모순을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제를 맡은 나란히, 신동화 학생은 분단의 문제를 한국 사회에 만연한 모순을 가중시키는 극복해야할 과제로 보고,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말한다. 한국 교회에서 통일은 ‘좌파 세력에 동조’하는 것쯤으로 여겼다. 많은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 지금도 통일은 북한을 기독교화 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거나, 강자의 입장에서 빵을 나눠주는 구호나 자선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동화 학생은 “분단이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불리한 조건, 즉 생존과 민중들의 고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통일에 있어서 북한을 선교의 대상이 아닌 파트너, 동지로 바라볼 것”을 이야기 했다. 이와 함께 나란히 학생도 ‘신자유주의에 의한 지구화는 다국적 기업들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대국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분단을 생존의 문제이자 신앙의 문제로 이해하고, 분단 극복과 통일의 모색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전제를 통해 발제자들은 성서에서 나타난 ‘샬롬’, 즉 ‘하나님의 통치아래 누리는 전 우주적인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통일은 민중의 한(恨)을 단(斷)하고 새로운 민족의 질서와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발제가 마친 후 토론 시간, 이 목사는 93년 8월 15일에 진행된 ‘인간 띠잇기’ 행사를 예로 들면서 “한국의 진보 진영의 통일운동은 남북 간의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는데 비해, 교회는 군사적, 정치적 현실을 외면한 채 통일을 이야기 한다.”며 아쉬움을 이야기 했다. 결국 ‘인간 띠잇기’행사는 남한 만의 행사로 그쳤다. 군사적, 정치적 억압의 현실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북한 생존의 문제를 함께 고려하지 않고서는 관심있는 행사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러한 한계를 전체 통일 운동에서 기독교의 통일운동이 ‘약세’인 이유로 지적한다. 기독교 통일운동은 ‘자기만족적’인 모습을 넘어서 역사적 인식 속에서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모습이 요구된다.

통일이 정치적, 군사적 문제를 이야기 한다면 자연스럽게 요즘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북핵 문제일 것이다. 북핵 문제에 관한 토론에서 고수봉 학생은 “북핵 문제라고 이야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정치, 경제, 군사적 압박의 지난 역사 속에서 이해”를 주장하며, “북핵이 아닌 북미 핵협상 또는 갈등으로 보고, 제재와 생존, 평화 공존으로 풀어갈 것”을 이야기 했다. 또한 “6.15공동선언의 기본 이념은 ‘우리 민족끼리’로 표현되는 자주성”이라는 배성진 학생은 “핵 문제는 타국에 의해 주도되기보다 우리 민족의 주체적인 힘으로 풀어갈 것”을 말했다.

우리 민족이 함께 그려야할 통일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우리가 지향해야할 한반도 통일의 체제와 구조’에 대한 박혜진 학생의 지적에 이 목사는 “남쪽과 북쪽 권력에 모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차원의 권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한반도는 중국, 일본, 구 소련, 미국 등 열강의 죄악의 집합소”로 지적하면서, “통일의 전망을 그리는 것에 있어 함께 고려해야할 문제”로 꼽았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길어진 이번 세미나를 정리하면서 참여자들은 그 동안 수없이 부르짖었던 감상적 통일론에 대한 허무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생명과 평화를 가꿔나가기 위한 중요한 과업으로 ‘통일’을 고민했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의 통일에 대한 토론과 발제가 일반적인 논의에 그친 것은 평가지점으로 남는다.

다음 세미나는 ‘생명평화운동과 민중교회’라는 주제로 11월 26일(목)에 진행되며, 이진권 목사(새봄교회)의 발제가 있을 예정이다. 세미나 시간은 오후 1시 5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백석관 301호에서 진행된다. 이 강좌는 모두에게 열려있으며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정리 : 고수봉 기자

고수봉 기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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