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만세와 생명해방”

향린공동체 삼일절 연합예배와 생명의 강 지키기 사순절 금식기도회

3월 1일(월), 지난 밤부터 세차게 내리붓던 비가 진눈깨비로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여 북한강변 장산벌에 있는 용진교회로 향한다. 매년 향린공동체의 향린교회, 강남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는 3월 1일에 서울 근교의 산이나 고난의 현장을 찾아가서 삼일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올해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팔당 유기농단지를 살리기 위한 대책위원회의 중심에 있는 용진교회에서 드렸다.

용진교회는 1907년 2월 10일에 설립하였으며, 지금까지 근처의 6교회(봉안, 양수, 미사촌, 금남, 삼봉, 시우교회)를 개척하였다. 또한 송촌초등학교와 연세중학교의 전신인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교육사업에도 많은 공헌을 하였다. 특히 삼일운동 당시에는 교우들이 용진의거를 주도하였다. 용진교회에서 출발한 대열은 진중리와 조안리를 거쳐서 면소재지인 덕소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5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 일로 많은 교우들이 일제에 기소되었고, 이후에 항일운동 유공자로 인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유신독재에 저항하면서 민주화운동에 매진하다가 많은 탄압을 받았고, 교회당이 철거당하기도 하였다. 또한 용진교회는 팔당지역의 생명농업을 주도하면서 송촌리를 유기농단지로 공인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지역과 함께 하는 유기농 운동은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신앙고백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신앙운동이다.

향린공동체는 용진교회 바로 뒤쪽에 있는 독립공원에서 예배를 드리려고 했으나, 눈비가 와서 용진교회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깊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서려 있는 용진교회에서 삼일절 예배를 드리는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었다. 들꽃향린교회가 주관하여 드리는 예배는 김경기 님이 인도하였고, 김승계 장로가 기도하였다. 김경호 목사는 “만물을 위해, 만물 안에, 만물을 통하여”(에베소서 4:3-6)라는 제목으로 하늘뜻펴기를 하였다. 김경호 목사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4대강 개발의 이유에 대해여 조목조목 들어가며 거짓임을 설명하였다. 이어서 대한독립선언서(무오독립선언서)를 낭독하였고, “대한독립, 자주민주, 민족통일”을 외치며 만세삼창을 하였다.

예배 후에 용진교회의 김선구 목사는 용진교회의 역사와 현재 팔당유기농단지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농민들과 종교계(개신교-북한강, 불교-남한강, 가톨릭-두물머리)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김선구 목사는 그 외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고 있기 때문에 팔당 유기농단지를 꼭 지켜내고, 더 나아가서 이명박과 일부세력의 탐욕에 의한 4대강 개발을 막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강조하였다.   

서로가 싸온 도시락을 나눈 후에,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공동대책위원회’의 서규섭 대책위원의 안내에 따라서 유기농지를 순례하였다. 지역의 유기농단지 전체를 순례하려고 했으나, 심한 강바람과 눈보라로 인해 짧게 마쳤다. 이어서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고난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성찰하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성회수요일(2/17, 수)부터 시작된 “생명의 강 살리기 사순절 금식기도회”에 참여하였다.

기도회에 앞서 순례를 인도한 서규섭 대책위원은 현장의 상황을 보고하면서 지난 23일(화) 정부의 강제측량을 위하여 동원된 공권력에 의하여 11명의 농민이 연행되었지만, 유기농지를 지키려는 농민들의 의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팔당 유기농단지는 현재 서울의 유기농산물의 60%를 공급하고 있으며, 그 회원만도 30만명이고, 언제나 그 회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기독교 성직자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게 싸울 수 있다고 하였다.

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가 주관하면서 개신교 목사와 평신도들이 북한강과 장산벌 유기농지가 내려다 보이는 양수탑 위에 있는 천막에서 한 사람씩 24시간 연속금식기도회를 하고 있다. 기도처 밑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3-4명의 조력자가 함께 하고 있으며, 기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 회원들이 매일 12명씩 각자 처한 삶터에서 금식기도를 한다. 또한 매일 3시에 금식 기도자가 교대하는 시간에 현장에서 기도회를 하는데, 금식 기도자의 묵상을 나누면서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한 희망을 다지고 있다.

오늘은 향린공동체 삼일절 예배에 참석한 모든 교우들이 기도회에 참여하였다. 금식기도를 하러 올라가는 한문덕 목사(향린교회)의 인도로 시작된 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렇게 기도하였다. “우리는 한반도의 4대강을 지어내신 분이 하나님임을 믿습이다. 4대강은 수많은 세월을 흘러 무수히 많은 생명을 먹이고 살려왔습니다. 강은 그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를 위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유기농단지의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우리가 생명의 길을 걸으며, 자연에 덜 부담을 주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도우소서.”

이병일 목사는 “남의 일이 아니라”(누가복음 13:1-5) 라는 제목으로 하늘뜻펴기를 하면서 이명박의 4대강 개발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끝임 없는 관심과 기도를 당부하였다. “오늘 추운 강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기도회를 하고 있는 이 순간의 고통은 4대강 개발로 인해 죽어갈 수많은 생명들과 농지를 잃어버리게 되는 농민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4대강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전국토를 파헤치고, 강물을 콘크리트 수족관으로 만들고, 특히 수십 년 피땀으로 일궈온 유기농지를 유원지로 만들려고 하는 일에 반대하는 일은 그 지역과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 년 이 땅을 지켜온 우리의 선조들과,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 앞으로도 이 땅에서 살아야 할 모든 사람들과 생명의 문제이다. 오늘 이곳에서 현장을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마음에 새기고 함께 참여하고 기도하기를 바란다.”

전일 기도자인 박윤수 목사의 묵상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것을 의인화하여 표현하면서,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모두가 사랑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서정적으로 표현하였다. 박 목사가 다음 기도자인 한문덕 목사에게 가운을 입히고 스톨을 걸어줄 때에는 교우들의 뜨거운 박수가 계속되었다. 교회와 교우들의 마음을 안고 기도하러 사다리를 올라가는 한 목사 뒤로 “힘내세요!” 라고 하는 함성이 장산벌에 울려 퍼진다.

기도회를 마치고 둘러본 산자락에는 오전 내내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매서운 바람에 흔들리는 강물은 힘차게 일렁거리고 있다.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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