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화)에도 바람은 북한강가 송촌리 벌판을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들어서자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의 상임대표이신 배종열 장로님과 윤종순 여사 등이 찾아오셨지요.

배종열 장로님은 기농운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신 분입니다. 윤종순 여사는 우리 민족의 암흑기였던 혹독했던 일제강점기 시절 교육을 통하여 조국의 독립을 쟁취 하기위하여 무상교육기관 양정원을 설립하여 전 생애를 바쳐 후학양성에 매진한 민족교육자 학산 윤윤기 선생의 따님이십니다.

두 분은 최근의 평통사의 활동과 기농운동의 발자취에 대해서 귀한 말씀들을 주셨습니다.

윤종순 여사는 부친이신 윤윤기 선생의 복권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하게 해 주셨지요. 여운형선생과 함께 해방정국에서 민족의 진정한 해방을 위한 헌신과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참여정부시절 추진되던 복권은 결정단계에 이르렀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각결정이 내려져서 아쉬움이 크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여사의 눈빛에는 윤윤기 선생에 대한 정당한 역사적인 평가는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요.

강풍이 몰아치는 벌판에서 농목회장이신 한강희 목사님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목사님은 신명기 30장을 봉독하셨지요.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당신들 앞에 내놓았습니다.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십시오.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그의 말씀을 들으며 그를 따르십시오. 그러면 당신들이 살 것입니다.”(신 30:19,20a)

목사님은 신명기의 오늘의 삶의 모습을 함께 비추시면서 말씀하셨지요.

“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로 창조되어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한반도의 강줄기도 태고부터 창조의 섭리 안에서 흐르고 또 흘러왔습니다. 팔당의 지역마다 생명의 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마다 생명의 그루터기를 주시어 생명의 공동체를 이루어 지금까지 평화롭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재앙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하나님의 창조 섭리 안에서 서로를 기대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제 이 모든 생명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인공구조물로 대체하겠다는 이 시대의 바벨탑 앞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인간의 교만과 구조악에 맞서서 십자가의 죽음을 향해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생명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생명을 택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창조주 하나님과 모든 생명세계에 대한 오만입니다. 인간이 경제적으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물길을 바꾸고 생명세계를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 시대의 바알숭배입니다. 더 이상 바알 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말고, 창조주 하나님 앞에 두려운 마음으로 서십시오. 지금 당장 생명을 택하십시오!”

그 날 총회장이신 이리제일교회 김현배목사님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따뜻한 격려의 말씀으로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추운 바람속에서도 훈훈함을 느꼈습니다.

금식기도를 이으신 목사님은 경남 거창에서 두리누리공동체를 이끌고 계시는 유성일 목사님이셨습니다. 영남지역 기장농목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오신 분이시지요. 20년 전부터 유기농 공동체를 위해 애써오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유목사님은 탄원의 시인 시편 10편을 읽어주셨습니다.

“주님,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그리도 멀리하십니까?

어찌하여 우리가 고난을 받을 때에 숨어 계십니까?

악인이 으스대며 약한 자를 괴롭힙니다.

악인은 스스로 쳐 놓은 올가미에 스스로 걸려 들게 해주십시오...

그들의 입은 기만과 폭언으로 가득 차 있고,

그들의 혀 밑에는 욕설과 악담이 가득합니다.

그들은 으슥한 골목에 숨어 있다가 은밀한 곳에서 순진한 사람을 쳐죽입니다. 그들의 두 눈은 언제나 가련한 사람을 노립니다....

주님, 일어나십시오. 하나님, 손을 들어 악인을 벌하여 주십시오.

고난받는 사람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주님, 주님께서는 불쌍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십니다. 그들의 마음을 굳게 하여 주시고, 그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여 주십니다.

고아와 억눌린 사람을 변호하여 주시고, 다시는 이 땅에 억압하는 자가 없게 하십니다.”(시 10:1,2,7,17)

시편 10편의 말씀을 읽으신 후에 말씀을 증언하셨습니다.

“저는 1980년 5월 향린교회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농촌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않되는 일만을 해 온것 같습니다.

지역운동, 생태운동, 생명농업에 헌신했지요. 성과가 생길만 하면, 그 일로부터 떠나게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교활하고도 거대한 세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과연 승산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암담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누군가가 이 힘든 일을 해야 하기에 저도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론 힘있는 많은 사람들 보다 소수의 미약한 자를 통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오셨습니다.

우리의 금식기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호소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악한 세력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하실 것입니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지만 봄 날의 햇살은 강물 위로 찬란하게 부서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