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다함께, 문화연대,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등 60여개 민중운동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가한 ‘2006 한국사회포럼’이 25개 주제를 놓고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3월23일(목)부터 25일(토)까지 열띤 논쟁을 벌인다. 이번 포럼은 “지난 20여년간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변혁을 이끌었던 한국 사회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대안을 모색하기 마련한 자리이다.

▲ 2006 한국사회포럼을 여는 첫 대토론회에서 8명의 토론자들이 한국 사회진보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02년부터 해마다 열려온 한국사회포럼은 올 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고, 23일 오후1시부터 ‘한국의 사회운동은 위기인갗라는 주제의 특별 토론회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윤자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진중권 시사평론가, 허성우 대전여민회 공동대표, 홍석만 참세상 사무처장 등이 나와 진보 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다양한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석만 사무처장은 “신자유주의 지배체제의 위기와 시민운동의 위기”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20세기에서 21세기를 넘어오는 동안 사회운동진영에게 합법공간의 확대는 민중투쟁이 확장되는 선순환의 출발이 아니라 악순환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러한 “합법공간의 확대-법제도 개선-더 많은 실리를 위한 제도화-합법화라는 악순환 구조 속에서 대중운동이 양적으로 확대 되었으나 연대를 통한 사회변화를 촉구하기 보다는 실리위주의 대응으로 제한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사회운동의 제도화를 촉진한 것이 시민운동이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시민운동은 “기존 반체제운동이 법/제도 공간에 거의 눈을 돌리지 않고 대중투쟁에 몰입해 있었던데 반해 법적 공간을 매우 유효적절하게 활용해 나갔다”고 언급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중투쟁이 국회회기에 맞춰 조직되었고 대부분의 투쟁이 입법쟁취 또는 개악저지투쟁으로 제한되고 국회 입법시기에 맞춰 파업, 총궐기, 집회 등이 조절”되면서, “독자성을 상실한 투쟁이 의회의 논의에 목을 매는 경향을 낳았고 의회에서의 영향력 증대, 청와대 또는 정치권을 더 잘 압박할 수 있는 제도 영역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운동은 사회변혁적 지향성이 쇄락하고 중도적, 자유주의적, 개혁적 시민운동이 사회운동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즉 “시민운동을 통해 시민적 이상이 실현되어도 노동자 민중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졈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한국의 사회운동은 위기인가?”라는 발제에서, “위기를 정의하기는 쉽지만, 위기를 인식하는 방법론이 얼마나 풍부한 현실을 집약할 수 있는지는 의심되어야 한다”고 하며, “현실인식의 위기부터 점검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변화하는 현실’을 추적하는 집요함과 열린 자세, 그리고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진보의 재구성이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은 “문자문화의 패러다임에 선 진보를 넘어서서”라는 발제에서 “진보 운동의 위기를 운동 자체를 재생산해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진보의 위기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함에서 왔다”고 언급했다. 즉 “정보사회의 패러다임은 NL의 농경사회 정서는 물론이고 PD의 산업사회 정서마저 이미 오랜 전에 낡은 것”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진보는 그것이 비판하는 사회보다 더 낙후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허성우 공동 대표는 “한국사회운동 위기론을 넘어: 지역/여성의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위기론”에서 “최근 사회운동 위기론을 네 가지 인식에 기반” 한 것으로 보았다. △ 포스트-민주화 시기의 변화한 사회정치적 조건과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들에 대한 진보 사회 운동의 대응이 불투명하다는 것, △ 진보 사회운동이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강고한 보수 정치세력에 대한 정확한 대응 전략의 부재, △ 진보 사회운동과 대중 관계에서 풀뿌리 대중으로부터의 지지가 빈약하다는 점, △ 진보 사회운동 내에서 무엇이 진보성인가 하는 진보 운동의 정체성의 혼란 등을 지적했다.

지금종 사무총장은 “시민사회운동과 새로운 운동방식”이라는 발제를 통해, “한국사회에 매우 새로운 감성과 표현력을 지닌 비조직적이고 자발적인 주체성이 생성,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들이 사이버 공간과 실재공간을 넘나들며 스스로 참여기제를 만들고 운동공간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새로운 주체성의 등장과 자발적 사회운동 방식의 활성화는 “기존의 시민사회운동에 커다란 자극을 주며, 자기 혁신을 통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4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몰리는 탓에 토론장 곳곳에 자리를 잡아야 했던 활동가들과 학생들. 그러나 이들은 4시간여의 토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열정을 보였다.

포럼이 열리는 일시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400여명의 활동가들과 학생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모든 참석자들은 대토론회가 개최된 장소가 이들 모두를 수용할 수 없었던 탓에 계단에도 자리를 잡아야 했고, 4시간여 동안 토론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진보사회운동의 주체가 되는 노동자 대중의 참여를 고려하지 못한 포럼의 일시는 아쉬움을 남겼다. 자칫 “한국사회포럼 자체가 활동가들을 위한 말잔치가 되었다”는 한 활동가의 자기비판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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