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모두 상호의존적이면서 동시에 상호 독립적인 관계로까지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 KNCC 장애인소위원회는 장애인신학 포럼 등을 통해 교회가 장애인선교에 보다 관심을 갖게 하고, 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장애인 차별 극복에 교회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의도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장애인소위원회(위원장 문재황 목사)가 주최한 ‘장애인신학 2차 포럼’이 3월27일(월) 오후2시부터 여전도회관 8층 회의실에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포럼은 최대열 목사(명성교회 부목사)의 사회로 문재황 목사의 인사말과 채은하 교수(한일장신대, 구약학), 유경동 교수(감신대, 기독교윤리), 박태식 교수(서강대, 신약학)의 발제, 전체토의 순으로 이어졌다. 문재황 목사는 인사말에서 “장애인 신학이라는 것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NCC가 시도하는 것이며, 이것을 통해 아직 적은 관심에 머물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레위기의 정결과 부정의 원리는 장애인 차별에 사용될 수 없다

▲ 채은하 교수는 특히 레위기 나타나는 정결과 부정의 원리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강하게 주장했다.

채은하 교수는 “너희는 거룩하라 : 정결(淨潔)과 부정(不淨)의 원리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첫 번째 발제를 통해 구약성서 시대의 “제의적 정결과 부정의 원리를 어떻게 장애 문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갚를 모색했다. 특히 레위기 나타나는 정결과 부정의 원리들이 현대 교회와 신학에까지 적용되어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부정하다는 고정의식이 암암리에 퍼져 있음을 지적하고, 레위기의 이러한 원리들의 본래적 의미를 되짚어보았다.

채 교수는 정결과 부정의 종교적 원리는 “공동체를 위생적이든 혹은 도덕적으로 보호하는데 그 의도”가 있으며, “엄격히 구분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늘 그 경계를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넘나들 수밖에 없지만, 주의를 요하여 인간의 보호를 꾀하려는 경계령”으로 보았다.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 거룩은 정결과 부정의 원리를 넘어서 여호와 하나님의 계명을 준수해야 이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제의적으로 부정을 피하고 정결을 유지하여도 진정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결코 거룩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정결과 부정의 원리를 인간을 분리하고 부정의 상태를 향해 비도덕적이고 정죄의 본문으로 고정시키는 것은 레위기의 진정한 의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채 교수는 장애 문제는 비장애인의 문제라고 하며, “장애운동의 지향점은 장애인의 신체적 장애를 제거하거나 그에 따른 고통을 없게 하는 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배척과 선입관을 조장하는 비장애인의 부정적 태도와 제도와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 스스로 힘을 얻고 자유함을 얻을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데 있다”고 결론지었다.

기독교의 정신은 부족한 하나를 찾아 더 큰 하나를 만드는 것

▲ 유경동 교수는 기독교의 정신은 부족한 하나를 찾아내어 더 큰 하나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경동 교수는 “몸의 윤리와 인권”이 제목의 발제에서 “자본주의의 물신과 채널 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몸’은 계속 왜곡되고 있기 때문에 ‘몸’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없이는 근본적으로 ‘장애우의 인권’의 성취는 아직도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와 관계 방식을 맺는 ‘몸의 윤리’”를 말하며, 프랑스 지각 현상학자 메를로-퐁티의 ‘신체’ 개념을 소개했다.

유 교수는 메를로-퐁티를 따라 “우리의 신체가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신체와 세계가 살이라는 공통의 재료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인간이 살(몸)로 존재’한다는 것은 몸을 정신과 구별하지 않고 사회적 현상으로 보아 자아 중심에서 타자 중심의 배려 윤리에 대한 모티브를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할 때 “새로 구성된 ‘몸’의 사고에 근거하여 배타성이나 고정적인 편견 혹은 부정적인 편견을 배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 교수는 “인류는 언제나 희생양을 요구해 왔다”고 하며, 이는 “인간은 자신이 채울 수 없는 욕망을 폭력으로서 ‘희생양’에게 분출함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는 대리만족을 얻어 왔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전체 빼기 하나’로서의 희생양은 역사 속에서 마녀 사냥이나 반유대주의, 그리고 노예제도 등을 만들어낸 동기가 되었으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경험하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폭력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문화가 ‘전체 빼기 하나’라고 한다면, 기독교의 정신은 ‘하나 더하기 전체’이어야 한다”며, “부족한 하나를 찾아내어 더 큰 하나를 만들려는 신앙의 노력이 결국 때가 되면 자신도 그 축복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행복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수에게 장애인은 하나님 음성의 통로

▲ 박태식 교수는 장애인을 대하는 예수의 태도에서 "예수는 장애인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공동체를 이루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태식 교수는 “너희가 차라리 눈먼 사람이었다면”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발제를 통해 예수께서 장애인을 대하는 입장을 요한복음 9장 1~12절의 “소경 치유 사화”에서 찾아보았다. 먼저 박 교수는 “예수 시대에 이스라엘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저주였다”고 하며, “장애인은 태생 죄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요한복음의 소경 치유 사화에서 이상한 곳은 “선생님, 저 사람이 소경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입니까? 자기 죄입니까? 그 부모의 죄입니까?”라는 제자들의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 당시로서는 장애인은 죄인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질문하는 제자들의 태도는 그런 현상에 대해 설명과 규칙을 찾아내려는 왜곡된 시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예수는 “저 사람이나 그의 부모가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 그에게서 드러나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하며, “장애인을 보호하라는 차원을 넘어, 오히려 정상인이 장애인에게 배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예수는 하나님이 장애인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바를 들었고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내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KNCC 장애인 위원회는 이러한 포럼을 통해 교회가 장애인선교에 보다 관심을 갖게 하고, 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장애인 차별 극복에 교회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의도이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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