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서평 단신
물화(物化), 상품과 같이 소비되는 삶의 관계들악셀 호네트, 『물화』
이정훈 기자 | 승인 2013.06.19 23:20

악셀 호네트(Axel Honneth), 유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의 대를 이어 그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이끌어가고 있는 독일의 사회철학자이다. 호네트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로 읽었던 책은 그의 주저인 『인정투쟁』(문성훈/이현재 옮김 [서울: 사월의 책, 2011])이었다. 현대의 고전이라고 불릴만큼 유명한 책인데, 역시나 나에게는 어렵기 그지 없는 책이었다.

사실 호네트의 책 『물화』(강병호 옮김 [서울: 나남출판사, 2006])는 번역되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우연히 서점엘 들러 이리저리 책장을 둘러보다가 눈에 번쩍 띠어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업어 왔다. 책도 얇기(참고문헌까지 108쪽)도 했지만 8,500원이라는 그나마 착한 가격이라 데리고 온 것이다. 얇은 두께에 비해 이 책도 만만치 않다.

   
▲ 독일의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의『물화』(강병호 옮김 [서울: 나남출판사, 2006])

호네트의 이 책은 게오르그 루카치(Gerog Lucacs)가 맑스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물화’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물화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물건과 같은 성격을 띠는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루카치는 그것을 자본주의의 확대에 따라 나타나는 하나의 습관이라고 보았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상품교환행위이고, 여기에서 주체는 참여자 보다는 관찰자로 행동하게 된다. 철저한 손익계산을 통해서 상대방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수치화하는 관찰과정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호네트는 루카치의 물화 개념을 자신의 ‘인정이론’을 통해 다시 정립하려고 한다. 루카치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이 책에서 내 가지 정도 열거한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언급해 본다. 

첫째, 루카치는 물화를 탈인격화와 동일시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루카치가 물화개념을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테제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상품교환이 탈인격화를 초래하지만, 여기에서도 상대방은 적어도 상품교화의 상대방으로서는 인정받기 때문에 비록 탈인격화가 되었지만 어느 정도 주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물화라는 것은 그 사람이 인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문제 역시 물화의 원천을 자본주의에서 찾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즉, 물화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분류하지 못하고 자본주의의 상품 교환이 당연히 물화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분석하며 루카치는 비판한다. 그래서 호네트는 이런 문제의식을 통해 물화를 ‘인정망각’이라는 틀로 정치적으로 재정립한다.

그렇기 때문에 호네트는 ‘인정이 인식에 우선한다’는 명제에서 모든 것을 풀어간다. 이 명제를 논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논증을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한다. 첫째는 ‘발생적 증명’이고, 둘째는 ‘개념적 증명’이다. 발생적 증명은 발달심리학의 도움을 받는다. 이 증명의 핵심은 아이들이 상대방의 행동을 학습하기 전에 그 상대방과 자신을 동일시(인정)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념적 증명은 명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범주적인 증명에 해당하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어렵다. 솔직히 잘 이해 안 된다. 그렇지만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인식 이전에 선생하는 인정이 없으면 아기는 상대방의 관점을 수용할 수 없고, 어른은 상대방의 언어표현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명제를 바탕으로 물화를 다시 정의한다면, 물화란 인정을 망각하는 것이다. 인식활동을 하면서 그것이 인정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망각하는 만큼, 타인을 단순히 ‘물건’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커진다는 뜻이다. 즉, 물화, 인정망각은 개인과의 관계에서,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신과의 관계에서 각각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루카치 역시 물화를 상호주관적, 객관적, 주관적인 물화를 삼분했지만, 호네트는 그 분류를 유지하되 그 특성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 악셀 호네트, 유르겐 하버마스에 이어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이끌어가는 독일 사회철학자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 책이 주는 미덕은 분명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 삶의 양식이 자본주의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점이다.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거기에다가 우리와는 삶의 환경이 다른 제1 세계의 책이지만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휩쓸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분명하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보인다.

아직 다 이해를 하지 못한터라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외람된 일이지만 그저 정리하는 수준에서 끄적거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옮긴이가 이런 말을 한다. 물론 호네트에 대해 조금이라도 전이해가 있는 분이라면 단박에 이해할 말이지만, 혹시나 호네트에 대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기록해 둔다. 

“그(호네트)는 <권력 비판>(Kritik der Macht)에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의 정신을 잇는 사회비판이론의 모델로 미셸 푸코의 투쟁 모델과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모델을 확인하면서 두 모델의 매가가 필요하다고 암시하였고, 찰스 테일러, 리쾨르 등으로부터 “획기적인 연구”라는 평가를 얻은 자신의 주저 <인정투쟁>에서, 사회갈등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하버마스의 모델에, 청년 헤겔의 “인정투쟁” 개념을 통해 갈등이론적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미셸 푸코의 사회이론적 성과를 의사소통이론적 틀 안으로 통합하려고 하였다.”(악셀 호네트, 『물화』, 강병호 옮김 [서울: 나남출판사, 2006], 8-9)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2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