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남성 청년층의 극우화 현상을 심리학적·사회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KSCF(한국기독학생총연맹), EYCK(한국기독청년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2025 기사연 북토크]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김현수 저자와의 만남’이 20일(목)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공간이제에서 열린 것이다.
불안과 혐오의 연대, 청년 극우화는 어떻게 탄생했나
이날 발표에 나선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는 “청년 극우화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미국·독일·헝가리·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국제적 현상”이라 설명하며 “비난이 아닌 원인 이해를 통해 대처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에게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치학자 카스 무데(Cas Mudde)의 개념을 인용해 “극우는 거짓·혐오 선동, 법 위반, 폭력, 역사적 반동, 반사회적 행위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수 우익과는 구별된다”며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쟁 심화·경제적 불안·계층 이동의 어려움이 청년 극우화의 토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20-30대 남성의 경우 “취업난, 결혼·주거 문제, 자산 불평등으로 인한 피해 의식이 여성·이주민·엘리트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여성의 진보화가 대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극우화의 심리적 경로로 “소셜미디어,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극우적 콘텐츠가 조직적으로 유포되고 있고, 지위 박탈에 대한 불안·약한 자아·소속감 결여·원한 감정 등이 심리적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하며 “강한 지도력에 대한 동경과 소속감 제공이 극우 집단의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예방 및 대응 방안으로 ‘청년 정책의 성공이 극우화 방지의 관건’이라 언급했던 김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 공정성 회복, 사회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비폭력 대화, 민주시민교육 강화, 경쟁 중심에서 협력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자산·군복무·분단 구조가 만드는 한국 청년들의 불안
토론에 나선 남기평 KSCF 총무는 “한국 사회의 자산 불평등이 임금 불평등보다 청년 세대의 좌절과 분노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며 “586세대와의 자산 격차가 극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남 총무는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남성의 군 복무 등은 20대 남성의 불만과 간극을 해소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는 견해를 제시하며 “남성 청년층의 극우화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고, 장기적·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에서 한 신학대학원생은 “교회 청소년들이 극우화의 폐해를 경고하는 설교에는 수긍하지만, 예배 이후 실제 삶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선동적인 미디어에 노출되어 극우적 영향을 받는 현실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김 교수는 “덴마크 등 북유럽 사례처럼 사회 변화 속도와 국민 의식의 조화, 평등적 가족 모델 경험, 어릴 때부터의 평등·다양성 교육이 중요하며 한국 개신교계도 이를 적극적으로 연구·수용해 청년 극우화 예방에 기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픈 마음은 죄가 없다,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
김현수 교수의 진단은 청년들의 내면 풍경을 중요한 통찰로 보여준다. 다만 청년 세대의 정치적 선택을 개인의 ‘심리적 미성숙’이나 ‘병리적 특성’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가 언급한 ‘약한 자아’ 또한 개인 성향이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경쟁·불안·자산 격차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분노와 보수화·극우화 현상을 ‘개인의 멘탈 문제’로 축소할 경우, 문제를 낳은 불평등 구조는 오히려 면책을 얻게 된다. 강한 지도력에 대한 선호 역시 자아의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불안정한 현실에서 제도적 보호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느끼는 구조적 결핍의 반응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청년의 심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심리를 압박하고 왜곡시킨 사회 구조의 조건들이다.
마지막으로 남기평 총무의 진단은 청년 극우화의 뿌리를 개인의 정서가 아니라 불평등 구조에서 찾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다만 자산 불평등·군 복무 문제 등 구조적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 사회적·정책적 대응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남은 과제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 교회와 에큐메니칼 청년 단체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감당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