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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활의 보장 없이 고난당한 세대”유신시절 절망가운데 저항했던 신학생들의 이야기②
편집부 | 승인 2013.10.17 17:24

지난주에 이어서 10월 유신을 맞아 1970년대 유신과 긴급조치 속에서 신학생으로서 독재에 저항했던 이들과의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에 참여한 박남수 목사(70학번). 정상시 목사(75학번), 김하범 선생(75학번), 윤인중 목사(78학번)는 70년대 긴급조치에 의해 고초를 겪은 이들이다. 이들은 1975년 5월 13일 제정된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에 의해 수감생활을 했고 최근 무죄판결을 받았다.

   
▲ 5·16 쿠데타 이틀 뒤인 1961년 5월 18일 박정희 소장이 핵심 측근인 박종규(왼쪽) 소령, 차지철(오른쪽) 대위와 함께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쿠데타 지지 시위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무죄판결에 이어 긴급조치 유죄판결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법원의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보상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또한 국가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보상금을 받게 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자하는 청사진도 갖고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1970년대 당시 긴급조치와 관련해 고초를 겪으셨던 분들이 몇 명 정도입니까?

   
▲ 정상시 목사(안민교회)ⓒ에큐메니안
정상시 목사(이하 정) : 전체 숫자가 1800명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한국기독교장로회(한국신학대학 포함) 인사는 목사와 교인, 신학생 등 포함해서 100여명 정도이다. 또 계엄 포고령, 집시법 위반까지 포함한다면 200여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박남수 목사(이하 박) : 비중도 그렇지만 가장 먼저 저항했던 곳도 기장이었다. 긴급조치 발표 이후 가장 먼저 반대의 목소리를 낸 분이 은명기 목사였다. 한신이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도대체 한신이 어디에 있는 학교냐?’ 라는 물음이 많았을 정도로 이슈가 됐다. 한신이 먼저 나서면 이후 고대와 서울대가 그 뒤를 잇곤 했다. 그때 기장과 한신의 투쟁정신은 대단했다.


3,40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으셨는데요. 그 느낌과 소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정 :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들의 투쟁이 재평가 되어야한다. 현재 상황은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음모를 꾸미고 하지만 제자리고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사법적인 판결은 매듭을 짓고 있고 생각한다.

   
▲ 박남수 목사(의정부 송암교회)ⓒ에큐메니안
박 : 두 측면이 있다. 하나는 공허함이다. 사실 대학생 때면 20살 나이인데 그때 그런 일을 겪고 40여년이 지나 62세 된 지금 그 세월동안 무엇이 변했나 생각하면 마음 한편에 인간의 속성과 권력에 대한 회의적인 마음이 든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고 또다시 이런 모습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보면서 내 삶의 가치, 마음에 회한이 남는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판결을 받으며 ‘우리의 싸움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라는 생각이다. 민주화 과정 속에서 민주사회의 기초를 놓아가고 민주의식이 성숙되어가고 자유를 향한 의지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 또한 존재한다. 우리를 엄격히 단죄하고 빨갱이로 몰았던 세상이 지금은 검사와 판사의 무죄판결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재평가 하고 있은 것을 보면 변화가 보인다.

김하범 선생(이하 김) : (주변에서 긴급조치 판결에 대해)재심청구 하자고 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근 30여년 그것 때문에 불편한 것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냥 잘 살아왔는데 재심청구가 옳으냐. 체재도 바뀌었고 10여년 민주주의를 경험하면서 어느 정도 한풀이도 했는데 재심청구해서 보상 받는 것이 최선이냐’ 고민했다. 그러나 민주화의 과정에 있어서 사법부의 결단과 추진력을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과거 사법부가 체재의 무기가 되었던 치욕의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았다. 그 결단에 우리가 호응하지 않으면 바로 잡혀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건 당사자로서 사법부의 흑 역사를 바로잡는데 동참해야한다고 생각해 재심신청을 하게 됐다. 보상금으로는 재단을 만들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재심신청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게 됐다. 사법부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치하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박 : 나 또한 재심신청을 늦게 했다. 올해 4월에 재심신청을 해 7월에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사법부가 그런 평가를 내린 마당에 우리가 그것을 상관없다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폭력적인 정권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때 사법부는 유신시절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 : 이러한 성과는 4.19이후부터 민주화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누적된 민주화의 잠재력 내공이 있다. 그것이 사법부를 움직였다고 본다. 혹 민주화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뒤엎으려고 하는 것도 길게 보면 실패할 것이다.

   
▲ 윤인중 목사(인천평화교회)ⓒ에큐메니안
윤인중 목사(이하 윤) : 인혁당, 민청학련, 긴급조치가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재심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상징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장준하 선생을 보면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로서 긴급조치세대들에 대한 기대는 긴급조치를 살았던 사람들 대한 동시대적 책임을 갖고 배상금의 공동화를 추진했으면 한다. 당시 구속은 면했지만 고생한 사람들도 많았다. 따라서 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재단을 만들면 좋겠다. 보상이 아니고 배상이 맞다. 긴급조치나 민청학련 세대가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완전하지 않은 민주주의를 완성하는데 유익하게 쓰이게 되기를 바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내란예비음모 사건에 대해 불의한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피해자로서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요?

박 : 통합진보당 사건의 원인을 정확히는 모른다. 만일 북쪽과 연관이 되어 국정원의 내사를 받았는지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긴급조치의 역사적 경험을 봐서 국정원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내사와 조사가 있었지만 긴급조치 세대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앞선다.

유럽사회는 사민당, 사회당, 공산당도 있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수렴해 그것이 민의에 의해 걸러져야하는데 우리사회는 그러한 것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들이 친북적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다는 얘기는 하지만 아직도 남북분단 상황 속에서 통제되어있고 사상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속에서 나타나는 사회와 의식의 산물이라고 본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우리 사회체제에 녹아져서 그들이 갖고 장점은 수용하고 그들이 도를 넘는다면 강하게 저지를 해서 우리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만들어야한다. 

우리 시대에도 우리가 주장하는 모든 것이 체재를 전복하고 우리 사회를 잘못되게 만드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그 외침이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위한 외침이었다고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가 그렇게 용인한 것처럼 그런 관점에서 봐야한다.

정 : 신유신시대, 신공안시대의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 경각심을 갖고 봐야한다. 역사에 참여한 주체로서 경각심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를 가려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겠지만 통진당의 엇나간 측면도 있다고 본다. 국정원과 통진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본다. 여기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사회차원에서 다양한 토론이나 민주화 과정을 통한 자정능력이 필요하다. 진짜보수와 진짜 진보가 남아서 우리사회를 이끌어 가야한다. 그런 과정에서 앓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김하범 선생(스마트레이저 본부장)ⓒ에큐메니안
김 :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정원이 던진 이 패는 상당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나쁜 놈이 옳거나 옳아 보이는 짓을 할 때 사람들은 당황해 한다. 바로 그 지점을 노린 패이다. 민주당도 혼란시키고 국민들도 혼란케 한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이냐. 국정원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대단히 큰일이다. 선거개입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제대로 봐야하는 것이 우리의 패가 아니냐. 원칙적 입장은 두 분과 같으나 국면전환을 위한 우리의 수가 필요하다. 다시 이 문제에 대한 공을 다시 던져야한다. 당황한 와중에 진보 진영 내부의 분열과 전략이 와해되고 있다. 우선은 우리끼리 너무 싸우지 말자. 40여년 배운 게 있다면 언론으로만 판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배웠다.

윤 : 한신과 기장이 가르쳐준 것은 신앙양심의 자유, 학문비판의 자유. 성찰능력이다. 자기집단에 대한 성찰능력, 이것이 없는 사람들이 자기변화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은 자기 성찰능력을 이미 잃어버렸다. 이 사건은 국면전환용 술책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국정원 대선개입문제가 내란음모로 덮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진보 또한 성찰능력이 있는지 다시 물어야한다. 진보전체가 이 시대에 정직하게 대응해야할 능력을 갖고 있다. 장공은 60년 전 이미 정의생명평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능력이 진보에게 필요하다. 진보의 현재수준에서는 국민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에는 부족하다.

김 : 수구세력의 오랜 노력중 하나는 국민들로 하여금 진보의 애국심을 의심받게 만드는 것이었고 그러한 노력들이 계속되어 왔다. 애국을 보수의 전유물로 만들어온 역사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진보는 전략이 부재했다. 싸움은 잘했지만 언어를 내 것으로 뺏어오고 전략을 만드는 것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박 : 우리가 옳은 이야기 하는데 역사적으로 평가해도 틀린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데 왜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처럼 단결이 안 될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진보진영도 자기의 주장이 강하고 분명한 확신이 있어도 전략상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보수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권력, 조직, 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단결한다. 반면 진보는 토론과정에서 조율이 안 되면 서로를 규정한다. 서로를 인정하는 느슨한 연대가 전략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동의가 된다면 자기 것을 내려놓고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한다.

윤 : 6,7,80년대 역사의 과제를 신앙으로 고백했던 한국교회들이 지금은 일선에서는 물러선 느낌이다. 지금 돌을 맞고 있는 진보가 한국교회에 기댈 여지를 주어야한다. 진보에게 돌 던지기보다는 같이 십자가를 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신과 기장의 분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주십시오.

정 :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율법주의에 빠져있는 대부분의 한국교회 가운데 율법과 물질로부터 자유한 대안교회를 향한 다양한 노력을 만들어야 한다. 바알에 무릎 꿇지 않는 7천명을 만들어야 한다.

박 : 우리사회가 민주적인 사회가 되려면 자기 사상과 신념을 공론화 시킬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형성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상과 신념이 매카시즘에 의해 매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공론화 되며 재평가 되는 장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폐쇄적이지 않은 개방된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충분히 소통되는 장이 마련되어야한다.

윤 : 우리 교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장 자체는 성찰능력과 정화능력을 갖고 있는가? 민주와 통일, 정의생명평화를 외치는데 그 구호를 외칠 실제적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러한 것이 갖춰 있지 않은 가운데 정부와 국정원 욕해봐야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가 외치는 구호만큼 우리 공동체가 그만큼의 수준과 실력을 갖춰야한다.

이제는 구호의 정당성으로서의 진보가 아니라 삶의 정당성으로서 얘기할 수밖에 없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올바른 구호만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분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성취했고 정보의 홍수인 사회에서는 구호의 옳고 그름에 사람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구호를 행동으로 일치시키는 집단에 대해 신뢰를 보낸다. 그런 면에서 기장을 보면 그 ‘언’에 대해서는 신뢰를 보내는데 기장의 ‘행’에 대해서 기장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가 반성할 일이 없다. 이런 심정으로 기장내부의 내부개혁 자기수련이 없으면 한국교회는 희망 없다고 생각한다. 기장교회의 변화가 없다면 한국교회의 변화는 없다.

김 : 7080모임에서 이런 논의를 한다. 교회, 언론, 자기의 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하나’ 묻는다. ‘30년 전 징역한번 살았더니 이제 퇴직금 받듯이 보상 받는데 지금 한번 더 징역 살고 자식한테 보험 넘기는 셈치고 넘겨줘?’ 이런 얘기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징역사는 게 우리 사회의 진정한 솔루션은 아닌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게 솔루션이 없고 상대는 모든 솔루션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많이 변한 것 같아도 유신신대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나가서 데모하는 것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은가.

우리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살아생전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희생할 수 있었던 세대였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러한 세대의 마지막이었다. 우리 이후의 386세대는 이미 보상을 받았다. 그들은 정치사회적으로 정치적 승리를 경험한 세대이다. 우리는 그러한 승리를 경험해 보지 못했고 그럴 생각조차 못했던 시대를 살았다.

우리는 부활에 대한 보장 없이 고난을 받았던 세대이다. 그만큼 순진했고 그만큼 실수도 많았다. 그러나 그 순진함이 주는 약점을 우리는 순수함으로 극복했다. 결국 지금 우리가 여기서 어떻게 초심으로 돌아가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 어떻게 순수함을 되찾고 보장 없는 고난의 길을 다시 한 번 선택할 수 있느냐. 결국 개인에게 남는 문제는 각기 삶의 자리에 따라 나타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결국 개인에게 남는 문제는 우리에게 결국 그런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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