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경제학이 윤리학과 거리를 멀리하는 정도를 지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경제활동에 참여는 동기는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경제인(Homō Oeconomicus)의 개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학문 세계에서 이만큼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배치되는 것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누구든지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이익을 도모해야 합니다.”(1코린 10:24)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서 드러난다.
예수께서도 사적인 이기심과 집단적 이기심을 경계하여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5-48)하셨다.
그리스도인으로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들은 경제행위를 어떤 자세를 가지고 일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한다고 주류경제학이 이룬 업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와 성서의 가르침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질문을 할 가치는 있을 것이다. 여기서 후생경제학이 전제하고 있는 세 가지 구조를 노벨경제학자인 아마티아 센 교수의 『윤리학과 경제학』에 따라 살펴본다.
① 자기중심적 후생(self-centered welfare): 한 사람의 후생은 오직 그의 소비에만 의조하고 있다.(특히 그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어떠한 동감이나 반감도 포함하지 않는다.)
② 자기후생 목표화(self-welfare goals): 한 사람의 목표는 그의 후생을, 그리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후생의 확률기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특히 그것은 다른 사람의 후생을 중시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
③ 자기목표 선택(self-goal choice): 한 사람의 모든 선택행동은 직접적으로 그 자신의 목표 추구에 의해 지배받는다.(특히 다른 사람도 그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 각자의 성공의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는 것에 따라 채택되거나 제한되거나 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아마티안 센의 설명을 들어보지 않아도, 위 3가지 요구조건에 이탈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아마티아 센은 윤리적 고찰을 하게 되면 자신이 아니라 어떤 다른 대상이나 더 광범위한 것에 기초하여 경제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도록 한다. 자기목표의 선택도 다른 사람의 선택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나 분위기에서 순전히 이기적이지 않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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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했던 대로 앞으로도 교회가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어 주류경제학의 몇몇 명제가 그릇된 것이고, 그리스도교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경제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말을 하게 되면 신자들이 그러한 성직자나 수도자를 좌파니 진보니 하면서 배척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이 현재 일어나고 있으니 그간의 일들을 심각하게 성찰을 해야만 할 사안으로 보인다.
경제학자였던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그의 『일반이론』서문에서 20대에 배운 것에서 헤어나려면 30년 이상이 걸린다는 말을 했다. 케인즈학파를 반대하여 신자유주의 학파를 창설한 하이에크( Friedrich August von Hayek)도 케인즈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오랜 준비를 했다.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말대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든 아니든 주류경제학의 사고는 모든 사람의 사고를 평생 지배하고, 여기에 반하는 어떠한 논리나 증거도 배척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경제적 동물이라는 가르침이 그리스도인의 사고를 지배하게 되면, 경제활동에 있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웃의 권리를 침해해도 된다는 생각까지 하면서도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 냉혹한 삶을 영위하게 될 위험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심리학이 번성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충실한 신앙인까지 그 학문의 도움을 받게 되는 원인 중에 하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정상적인 경제행위라고 배운 대로 사회생활을 할 때, 특히 그렇게 하여 재산을 많이 축적해서 세속적인 기준으로 성공을 했을 때 내적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경제학은 자신의 가르침을 따르다 정신적인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니 알지 못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치유를 구해야 할 것인가? 심리치료사를 찾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그리스도인들은 신학이 구원과 치유를 위한 것이라 배웠다. 그렇다면 당연히 병의 원인인인 사적이기심에서 벗어나가 위해서는 교회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우리 평신도들과 사목자들은 치유를 위한 말을 전할 수 있을까? 구원과 치유를 위한 말씀을 한다는 것은 오늘도 그에 따른 위험이 따르는 것일까? 그리하여 예수께서 당하신 것과 같은 수난을 받을 위험은 없을까? 엉뚱하게도 최고회의의 대사제와 바리사이들이 최고회의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사람이 많은 표징(이적)을 행하고 있으니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그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모두 그를 믿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의 터전과 민족을 약탈하게 될 것입니다.”(요한 11:47-48)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앞의 두 마디는 믿을 수 있지만, 마지막 말은 믿을 수가 없다. 당시 이미 이스라엘 전 영토가 로마의 속지가 되어 있었고, 로마에서 보낸 총독까지 주재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다고 해서 로마군이 새삼스럽게 쳐들어 올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빌리도 총독뿐 아니라 영주로서 왕 행세를 하던 해로데 왕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고, 더욱이 빌라도가 무죄주장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사제와 바리사이의 말은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저 사람의 설교를 믿고 따른다면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하거나 “로마에서 잘못을 지적하고 심리(Inquisition)에 응하라고 하면서 강론과 강의를 중단하라고 하지 않을까요?”하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건방지기 짝이 없는 상상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온통 죄를 뒤집어쓰고 태어난 주제에 우리를 가르치려드는가?”(요한 9:34)하는 말을 들어야 마땅할 것이다.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기적인 동기를 정당한 동기로 규정하고 있는 경제학의 가르침을 성서의 말씀과 같은 정도로 진리로 믿게 된 세상에서, 종교지도자들이 윤리와 경제를 다시 통합한다는 것은 어렵기 짝이 없는 과업일 것이다. 그러나 신학의 목적이 구원과 치유라면 피할 수 없는 사명이 아닐까?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생각난다. 그리스도는 온 세상 모든 사람의 것이고 성서는 우리 모두의 거짓과 허위와 위선을 가차 없이 폭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른 경제윤리의 수행은 경제체제의 불의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제활동에 참여함에 있어 확실한 행동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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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상조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공부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정책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중앙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장(2010-2014.3)을 역임하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로 있다. 저서로는 "인간중심발전론적 시각으로 본 대기업정책의 평가"(한국학술정보/2007),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사람인가 돈인가" (이담북스/2011), "경제시평 -무너지는 바벨탑 수리하기"(이담북스, 2014)가 있다. 2011.11부터 내일신문 에 경제시평을 기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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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