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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아침에 열린 음악회<김구 칼럼> 10년 무료급식, 앙상블 되다
김구(한신대 외래교수) | 승인 2015.08.31 12:19

한여름 아침에 열린 음악회?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일은 태풍 ‘고니’의 북상으로 거센 비바람이 예상되었던 지난 25일 오전에 있었던 일이다.

인천 간석동에 소재한 기장 인천교회는 지난 10년 동안 무료급식으로 수고한 이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명지솔리스트앙상블 초청 나눔과 섬김 10주년 기념 음악회.’ 정확히 오전 11시에 음악회가 시작되었지만, 교회당은 150명을 헤아리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 수고해 오신 분들이 수십 명, 당일 식사를 하러 오신 분들이 또 1백여 분.

   
 
인천교회가 ‘화요 나눔과 섬김 무료급식’을 시작한 것은 세계경제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둔화될 무렵인 2005년 상반기였다. 지역으로 눈길을 돌린 인천교회는 처음에는 동(洞)에서 추천한 노인정에 30명 분 점심도시락을 전달하는 것에 한정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주부터 “따뜻한 밥”을 교회당에서 직접 지어드리기로 결정하면서 급식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초기에는 교회를 찾아오신 이들이 주로 할머니 30여 분이었지만, 이분들이 “소문”을 내는 바람에 인원이 점점 늘게 되었다. 무료급식 소식이 전해지자 교우 가운데 사업가였던 지금은 고인이 된 변재준 집사가 월 100만원을 헌금하기로 작정하면서 무료급식은 확대되었고, 그 뒤로 7,8년 동안 그분들의 헌금은 나눔과 섬김을 전개하는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인천교회 무료급식은 남다른 점이 있었다. 식사를 하실 분들이 식판을 들고 길게 줄을 서서 배식을 받는 것이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일이지만, 인천교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대접한다는 의미에서, 어른들이 수저를 차려놓은 자리에 앉아계시면 섬김이들이 한 분 한 분 음식을 날라다 드립니다.” 많을 때는 150,160명을 헤아리고, 평균 잡아 120명에 이르는 이들을, 마태복음의 비유에 나오는 교훈의 말씀처럼(25장), 손님으로 대접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이 교회 담임목사의 방침이었다. “정치권이나 행정기관, 복지관련 단체에서 돕겠다는 제안이 들어오지만, 일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도를 목적으로 내세운다든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있는 그대로 힘껏 섬기는 자세로만 일관하겠다는 것이 부임 6년차 된 김광오 목사가 들려준 각오였다.

   
 
식당 안에는 풍착거리는 음악이 퍼져 있었다. 북적이는 식당 안 저편에서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굵직한 목소리도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8년 동안 식사하시는 어른들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왔다는 황인규 권사. 나이에 걸맞지 않게 백발이 되어버린 그는 몸이 아파 거동하기가 어려웠던 단지 몇 번을 제외하고 그 기간 동안 매주 빠짐없이 노래를 불러왔다고 한다. “시작한 뒤 얼마 동안은 찬송가만을 불렀는데 반응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찬양 반, 가요 반으로 바꾸었습니다.” 늘 기도와 연습으로 준비하게 된다는 그는 이즘에는 음악에 맞추어 박수도 치고 신청도 몇 곡씩 들어온다며, 그럴 때는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교회 안에서 궂은일은 언제나 여인들의 몫이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식판을 닦고 건조시키는 일이 아주 어려웠어요.” 10년을 하루처럼 거르지 않고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나와 봉사하던 20~30명 ‘교회 엄마들’의 회고담이다. 지난 초여름 메르스 전염병 사태 때는 모이는 일이 위험했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께 빵과 우유를 나누어드리면서 급식을 대신할 수밖에 없을 때도 봉사를 이어간 것은 그들이었다. “10년 동안 여신도회가 중심이 되었지요. 이제는 손발이 척척 맞아 잘 돌아갑니다.” 봉사하는 일에 어찌 어려움이 없을까? 그러나 묵묵하게 일해 왔던 그들의 대답에는 뿌듯함이 배어있었다.

   
 
“청산에 살리라”를 비롯해서 찬양과 가곡을 합해 모두 18곡이 공연된 이날 음악회는 10년 동안 봉사해왔던 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음악을 접하기 어려웠던 어른들은 새로운 경험의 기회였는데, 가곡 “울산 아가씨”를 부를 때는 노인들도 노래에 맞추어 손벽을 치면서 호응하기도 했다. 이날 초청을 받은 ‘명지솔리스트앙상블’도 섬기는 이들이었다. 명지문화예술대학원 교회음악과 출신들로 구성된 ‘앙상블’은 문화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교회나 단체, 또는 지역에 찾아가 공연해 오고 있는데, 결성된 지 3년 된 이 예술단체는 자비량의 정신을 모토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날, 음식을 대접하는 이들은 노래를 대접받고, 노래를 대접하는 이들은 음식을 대접받았는데, 그래서 이날의 음악회와 급식의 자리는 음식을 대접하는 이들과 노래를 대접하는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섬김이의 앙상블이 되었다.

김구(한신대 외래교수)  fonsjug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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