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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과 예비군 최씨의 죽음<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5.11.02 10:18

“벤야민은 쉬지 않고 썼다. 생각이 떠오르면 지체 없이 썼다. 제대로 된 종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대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위에 썼다. 이런 식으로 휘갈겨 쓴 단상들을 다시 새로운 작업 속으로 그대로 삽입해 넣거나 수정해서 첨부하곤 했다.”(『Walter Benjamin's Archive』,p.31)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작업을 끊임없이 미완의 상태로 만들고, 실패로부터 자신의 강점을 배우며,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등을 일관되게 훈련해 나갔다.

-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예비군 최씨는 “GOP 때 다 죽여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걸 기회를 놓친 게 너무 후회된다. 아쉽다.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벤야민과 예비군 최씨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공통점은 모두 자살했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벤야민은 혼자만, 예비군 최씨는 타인의 목숨까지 가졌다는 것이다. 인간의 진화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모르지만, 최근 타인의 목숨을 내 것으로 여겨 함께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책을 쓴 진짜 이유는 글쓰기로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 극단적인 선택을 막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왜 타인을 끌어들이지? 모든 고통이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잘 깨달아서.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그냥 사람들이라서? 유서를 미리 써보는 글쓰기가 있다. 정말 죽고 싶을 때가 아니라 미리미리 한 번씩 유서를 써보면 좋을 듯하다. 언젠가 죽을 목숨, 죽으려고 글을 쓰지 말고 살려고 글을 써보자. 아무튼 글쓰기 전문가 벤야민을 비롯, 모든 자살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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