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 선한 강도와 어리석은 사마리아인 이야기

예수의 민담에서 주인, 지주, 부자가 주된 역할을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번에는 흔히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라 불리는 이야기를 살펴볼 것이다. 이 이야기에 관해서는 더글라스 오크만(D. E. Oakman)의 해석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소개하는 것에 머물고자 한다.(각주 1) 눅10:30-35에 담긴 예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30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더라
31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32 또 이와 같이 한 레위인도 그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되
33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34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니라
35 그 이튿날 그가 주막 주인에게 데나리온 둘을 내어 주며 이르되 이 사람을 돌보아 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에 갚으리라 하였으니

복음서 저자의 비유를 넘어 예수에게로

우리는 누가가 설정한 율법학자와의 논쟁이라는 이야기틀을 버리고 예수의 이야기로 곧장 들어가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예수의 민담을 배울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복음서 기록자들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점으로 해석된 예수를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 해석된 예수의 상을 깨트리고 진정한 예수를 발견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이후에 복음서 기록자들의 작업을 읽는 것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 어리석은 사마리아인 비유?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본문의 “어떤 사람”을 유대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도 역시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라는 식으로 예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는 예수 민담의 전형적인 도입부이다.

오크만(D. E. Oakman) 예수 민담의 청중들에게는 이 사람이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의 엘리트로 파악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당시에는 도시와 농촌 사이에 극심한 대립이 있었다.(각주 2) 이러한 대립을 고려할 때 농민들은 도시 사람들을 그렇게 좋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은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라는 구체적인 지명은 이 이야기의 유대적 특성을 잘 드러낸다. 보통 예수 이야기에서는 구체적인 지명이 잘 등장하지 않는데, 이런 지명의 구체성은 독특하다.(각주 3)

여리고는 헤롯 왕의 겨울 궁전이 있었던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많은 제사장들도 그곳에 집을 가지고 있었다.(각주 4) 혹 강도 만난 유대인도 수도 예루살렘에 살면서 여리고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던 그런 사람이었을까? 그런데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27km의 길은 매우 위험한 길이었고 강도가 잘 출몰하는 지역이었다.(각주 5)

여기에 출연하는 강도는 농촌 촌락민들에게는 영웅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들은 실상 강도라기 보다는 “의적”(bandit)이었을 것이다. 의적들은 주로 상인을 털었고 그래서 헤롯은 강도를 막는데 전력을 기울였다.(각주 6) 오크만은 강도 만난 사람과 강도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각주 7)

예수 이야기에서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고 있는 사람은 의심할 여지없이 청중인 마을 사람들에게 도시에 거주하는 엘리트로 이해되었다. 청중인 마을 사람들은 강도떼에 호의적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마 이야기의 처음 부분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을 것이다: 당연하지, 그들은 서로에게 아무 관심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대접을 받아 싸지!

아, 이 강도들은 ‘선한 강도들’이었는가! 농민들은 강도들이(즉, 의적들이) 도시 엘리트를 구타하는 장면에서 호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막간극이다. 제사장과 레위인들은 일종의 종교적 가신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이었다. 예수는 이야기 안에 이들의 위선적인 태도를 삽입시킨다. 드디어 사마리아인이 등장한다. 이 사람은 상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오크만은 사마리아인이 상인이었다는 증거를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각주 8)

그는 여행을 하고 있으며(33절), 짐을 싣는 동물을 데리고 있다(34절). 그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름과 포도주”(34절)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그 당시 전형적인 거래 품목들이다. 사마리아인은 부상당한 사람을 공공여관으로 데리고 가는데, 그곳은 전형적으로 상인들이 머무르는 장소이다.

예레미아스도 사마리아인이 상인이라는 사실은 여관주인과 구면이고 돌아온다는 말에서 알 수 있다고 보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유대인은 사마리아인들을 경멸했다. 농민들은 상인들을 미워하고 경멸했다. 그러므로 사마리아 상인은 예수 민담의 청중들이었던 유대 농민들에게는 매우 불쾌한 캐릭터였을 것이다.

어리석은 사마리아인?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이야기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읽을 수 있다. 우선 도시의 엘리트가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오다가 불의의 봉변을 당한다. 그를 습격한 자들은 농민들의 영웅인 의적들이다. 봉변을 당해 거의 죽어가는 그를 그와 가까운 계층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외면한다. 농민들은 제사장과 레위인의 위선적인 장면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주인공인 사마리아 상인이 등장한다. 어쩌면 농민들은 사마리아 상인의 등장에 야유를 보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마리아 상인은 어리석다! 어리석은 사마리아인은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다. “기름은 상처를 부드럽게 해주고(사1:6) 포도주는 소독한다.”

예레미아스의 생각처럼 그 순서는 반대여야 한다.(각주 9) 이 어리석은 사람은 도시 엘리트를 그만 여관으로 데려가고 만다. 여관은 당시 환자가 머물기에는 최악의 장소였다. 당시의 여관은 불결하고 시끄러우며 무엇보다도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유대 엘리트는 죽지 않으면 다행인 지경에 처한 것이다. 그리고 여관주인은 의적들과 한패거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승우는 사마리아인의 어리석은 조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사마리아인의 비유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어리석은 상인으로 묘사된다. 강도 만난 사람을 여관에 데리고 간 그의 행위는 청중들의 조롱을 받을 만큼 멍청한 짓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여관은 강도들과 도적들이 출몰하는 전형적인 장소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도 만난 자를 여관으로 데려가는 사마리아인의 행위는 그를 더욱 어려운 처지에 몰아넣는 어리석은 행위였다. 그리고 사마리아인에게 적대적이었던 유대 땅 여리고의 여관에 부상당한 유대인을 자신의 나귀에 싣고 사마리아인이 등장하는 것은 기름을 들고 불에 뛰어드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행위였다. 이는 마치 화살을 맞은 백인을 운반한 인디언이 백인의 주막에서 받을 오해와 비슷한 행위였다. 더욱이 주인에게 강도만난 사람을 부탁하며 돈을 건네고 모라자는 비용을 나중에 지불하겠다는 사마리아인의 행동은 예수의 청중들의 비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여관의 주인은 강도들과 내통하여 투숙객들을 약탈하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는 당시 농민들의 일상적인 상식과는 배치되는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있다. 이 때문에 오크만은 이 이야기를 통해 예수가 의도적으로 청중들의 웃음을 촉발했다고 주장한다.(각주 10)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이제 선한 강도와 어리석은 사마리아 상인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다. 가신들인 제사장과 레위인의 위선, 사마리아 상인의 어리석음, 그리고 도시 엘리트의 죽을 뻔한 고생에 농민들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계속해서 폭소를 터트렸을 것이다.

(각주 1) D. E, Oakman, “예수는 농민이었는가?: 사마리아인 이야기(루가10,30-35) 독해를 위한 몇 가지 실마리,” 『신학사상』 81집 (1993): 148-169.
(각주 2) G. Theissen, 『원시 그리스도교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김명수 역(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1986), 172-194에 있는 “예수의 성전 예언: 도시와 시골의 긴장의 장 가운데서의 예언” 참조.
(각주 3) B. B. Scott, 『예수의 비유 새로 듣기』, 김기석 역(고양: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101.
(각주 4) Ibid.
(각주 5) 홍창표, 『하나님 나라와 비유』 (수원: 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 2004), 267.
(각주 6) J. Jeremias, 『예수시대의 예루살렘: 신약성서 시대의 사회경제사 연구』, 번역실 역(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88), 51.
(각주 7) Oakmann, op. cit., 158.
(각주 8) Ibid., 159.
(각주 9) Jeremias, 『예수의 비유』, 198.
(각주 10) 정승우, “너는 누구의 이웃인가: 누가복음 10장에 나타난 ‘뜻밖의 이웃’”, 구제홍, 김선정 외 『예수의 비유』(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9), 151-152.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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