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연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신학적인 연구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성서가 제시하는 어떤 신학적인 주제나 종교적인 교리를 논리적으로 연구해 보는 것이다. 신은 무엇이며, 인간은 누구이고, 세상의 악은 왜 생겼나 등의 신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이야기하는 예정론이나 동성애, 천국이나 지옥 등과 같은 교회 교리의 근거를 성서에서 찾아보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성서 연구 방법은 서구 유럽 중세까지 거의 교회가 독점적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성서가 단지 어떤 특수한 입장을 지지하는 참고자료로만 취급되기도 했었다.

신학적 연구 방법 외에 또 역사적인 성서 연구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성서에 언급된 어느 시대, 어느 왕조의 어느 왕의 생애라든가, 또는 다윗 왕조의 궁중역사와 같은 어떤 역사적인 자료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 연구 방법은 성서를 하나의 역사적인 문서로 보고 어느 특정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일반에 대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시대정신이 성서 문헌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역사적인 성서 연구 방법은 고고학(考古學)의 발달로 구약 성서의 세계가 고대 근동 역사의 일부인 것이 밝혀지고 있다. 즉 이스라엘과 이웃 여러 나라들과의 긴밀한 문화 교류가 역사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그밖에 성서 각 책의 구성과 저자를 연구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어느 시대의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기록했는가 하는 것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저자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 썼으며, 그것이 그 당시 청중이나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가 하는 것이 이 연구 방법의 주된 관심사이다. 이 같은 연구 방법은 종교개혁 이후 성서가 교회의 쇠사슬에서 해방되고, 르네상스로 인해 일반적인 과학적 연구 방법이 교회와 신학의 영향에서 벗어남으로 가능해졌다. 성서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가 비로소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역사적 성서 연구 방법은 독일의 계몽주의의 영향에서부터 생겨났다. 그리고 이 성서 연구 방법에 대해 “문서비평”이라는 명칭도 부여받게 된다. 구체적인 구약성서의 문서 연구는 본문의 언어 분석으로부터 시작해 그에 뒤따르는 각 책의 자료층의 발견과 또 다른 종교적인 개념들의 발전 모습을 기초로 한 연대 측정 및 편집사적인 연구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학적, 역사적 그리고 문서적 연구 이외에 성서를 연구하는 또 하나의 연구 방법으로 문학적인 연구 방법이 있다. 이 연구 방법은 성서 역시 인간의 기본 감정을 표현한 문학작품으로 보고, 성서 본문의 형태와 이미지, 시적인 효과, 미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작품이 주는 영감과 감수성 등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방법은 현대에 들어 새롭게 창안된 것은 아니다. 일찍이 로우스(Robert Lowth) 감독은 1753년 라틴어로 쓴 그의 “De Sacre Posei Habraeorum”이란 강연에서, 구약성서의 시(詩)는 히브리 민족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것인 만큼 희랍, 로마의 고전시와 비교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헤르더(J. G. Herder)는 독일어로 된 『Vom Geist der hebräischen Poesie』에서, 히브리 시는 이스라엘 민족의 “정신”을 반영하는 만큼 하나의 민족문학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이러한 주장으로 히브리 시에는 특수한 평행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결국은 시편의 문서적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성서학자들은 그동안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인간이 손을 댈 수 없다고 하는 중세의 폐쇄성을 깨뜨리고, 성서도 결국은 인간의 손에 의해 기록된 인간의 책인 만큼 그것을 개방해, 일반 문학작품인 셰익스피어(Shakespeare)나 밀턴(Milton)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하는 문학비평 방법을 성서에도 적용해, 그 본문의 정수(精隋)를 캐내어 보려는 노력을 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문학 연구 방법이 19세기 이전의 것과 다른 점은, 이제까지는 의도적으로 문학 연구라고 했어도 실제로는 일반적인 문서 연구나 또는 역사 연구의 일부로 국한되었던 것을, 본격적으로 개별적인 문학적 면에만 더 치중해 보자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를 하나 들자면, 모세의 이야기는 누가, 언제, 어디서 시작했으며, 또 그것이 어떻게 수집되고, 모세사 이스라엘 역사상 어떤 인물이었으며, 또 그와 같은 이야기가 애굽 문학에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는가 하는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구약성서에 쓰여 있는 대로 현존하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작중 인물로서 모세의 이야기를 읽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의 모세의 역할이 무엇이며, 또 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문체의 배경과 플롯(plot)의 전개 및 그 해결에 더 큰 초점을 맞추어 해석하는 방법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제임스 바아(James Barr) 교수는 이제까지의 성서 연구 방법을 삼각형 도식으로 설명했다.

▲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제임스 바아 교수가 설명한 성서 연구 방법

바아 교수가 말하는 “참고적인 연구”는 성서가 언급하는 어떤 참고사항, 즉 신학적이거나 또는 역사적인 것들을 연구하는 방법이다. 또한 의도적인 연구란 저자의 의도와 본문의 의미를 연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미적인 연구는 본문 자체의 미적인 효과를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성서에 대한 문학적인 연구는 바로 바아 교수가 언급한 미적 연구에 속하는 것이다.

바아 교수는 계속해서 서구 유럽 중세까지는 주로 신학적인 연구가 압도해 성서가 제시하는 참고사항을 탐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대에 들어 성서학자들은 본문을 집필 또는 편집한 편집자의 의도를 추구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속화된 현대에서는 성서 본문의 미적인 연구가 앞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아 교수의 이 같은 학문적인 주장은 근래에 들어 이제는 성서학계에서 일반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로봇슨(David Robertson) 교수가 1977년에 출판한 The Old Testament and the Literary이라는 책에서 이 책이 속한 시리즈의 편집 책임을 맡았던 터커(Gene Tucker) 교수는 문학적인 성서 연구가 새로운 방법임을 주장하고 있다.

“본서에서 소개하는 구약성서의 관점은 이미 발표된 다른 책들에서 취급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비록 같은 자료를 연구하는 것이긴 하지만 질문의 내용이 다르고, 전제(前提) 또한 다르다. 여기서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적인 문제나 또한 성서 각 책 자체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고의적으로 도외시한다. 처음부터 뚜렷하게 결정한 한 가지 근본적인 전제는 구약성서를 하나의 순수한 또는 상상적인 문학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대서양 사이에 둔 영국과 미국에서 이 같은 성서 연구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교정은 이제 성서학계에서 일반적인 전제가 되었다. 결과물들의 생산은 가히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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