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칼럼
영국 축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다한국의 정당들은 혐오와 차별을 양산한다
이정훈 | 승인 2019.12.14 17:14

손흥민(27·토트넘 핫스퍼) 선수가 영국 현지 시간으로 12월7일 축구 경기사에 길이 남을 ‘Wonder Goal’을 성공시켰다. 자기진영 왼쪽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공을 잡은 뒤 무려 80m 육박하는 거리를 질주, 상대 수비수 8명을 제치고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 장면은 방송사에서 직접 업로드 한 영상 뿐만 아니라 그 시각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이 올린 영상으로 유투브가 도배되다 싶이 했다.

이 경기 장면을 실시간으로 관전하지 못했고 그 다음 날이 되어서야 하이라이트 경기 장면으로 볼 수 있었다. 기자도 손흥민 선수의 골 장면을 보면서 놀라움으로 입이 벌어졌다. 손흥민 선수 이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선수를 일컬어 “폐가 3개인 선수”라고 했었는데, 손흥민 선수는 “폐가 4개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손흥민 선수가 활약했던 토트넘과 번리의 경기 장면을 토트넘 구단 공식 유투브 계정에서 시청하게 되었다. 토트넘 구단이 제공한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보면서 손흥민 선수의 골보다 기자를 더 놀라게 했던 인상깊은 장면 둘을 보게 되었다. 배려와 관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영국 축구

기자를 놀라게 했던 첫 번째 장면은 경기장이 온통 무지개색으로 물들어 있던 것이다. 각 팀의 주장 완장을 비롯해 LED보드, 선수교체 번호판, 경기장 깃발 등이 모두 무지개색이었다. 이른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레인보우 레이스’ 주간이었기 때문이다.

▲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레인보우 레이스 캠패인 경기들에서는 경기장 각종 시설들 뿐만 아니라 각팀 주장 완장이 성소수자들을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바뀐다. ⓒ화면 캡쳐

우선 무지개색은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즉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레인보우 레이스는 LGBT 사람들을 응원하며 축구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레인보우 레이스 지난 2013년에 처음으로 시행되어 매년 12월3일부터 9일 사이에 열리는 15, 16라운드 경기마다 행해진다.

특히 이번 시즌은 이 캠페인이 시작된 지 7주년이 되는 해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지난달 26일 “축구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힘이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환영받는다고 느낄 때, 각 구단과 공동체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것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경기장 내에서는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객석에서 동성애 혐오 내용을 담아 만든 노래가 울려 퍼지는건 다반사이다. 선수들끼리도 서슴지 않고 혐오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지난 11월4일, 손흥민 선수가 에버턴의 미드필더 고메스를 저지하려다 불상사가 벌어진 바로 그 경기에서도 에버턴의 관중이 손흥민 선수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벌였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레인보우 레이스가 빛을 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여진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영국 축구

그리고 기자를 놀라게 했던 두 번째 장면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 보여졌다. 축구 경기가 개최되면 심판진이 먼저 입장하고 각 팀의 주장을 필두로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선다. 그 선수들과 함께 아이들도 입장한다.

▲ 토트넘 주장 해리 캐인과 함께 등장하는 플레이어 에스코트 아이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 아이였다. ⓒ토트넘 핫스퍼 구단 공식 유투브 계정 화면 캡쳐

이렇게 선수들과 함께 입장하는 아이들을 “Player Escort” 혹은 “Match Mascort”라고 한다. 이 아이들의 연령은 보통 6세에서 18세 사이이다. 순수하고 장난끼 많은 아이들도 있어 화제가 되는 순간이 많았다.

이 플레이어 에스코트 혹은 매치 마스코트가 처음 등장한 것은 “UEFA 유로 2000”때이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각 팀의 주장과 함께 플레이어 에스코트 아이가 혼자 등장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때부터 모든 축구 선수들과 함께 입장하기 시작했다. 월드컵 경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에서부터 처음 플레이어 에스코트 아이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토트넘과 번리의 경기가 있었던 이날 플레이어 에스코트, 특히 토트넘의 주장 ‘해리 케인’과 함께 입장했던 아이는 그간 보아왔던 플레이어 에스코트 아이들과는 달랐다. 선수들과 동일한 유니품을 입고 축구화를 신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플레이어 에스코트 아이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 아이였다. “우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우리 사회랑 생각이 많이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한숨도 같이 나왔다.

같은 지구인일까

이렇게 공식적인 행사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배려하려는 의지를 확인하면서 영국이라는 사회의 성숙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사회 깊숙이 들어가면 전혀 다른 장면이 더 많겠지만 적어도 이렇게라도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의지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한 사회의 성숙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의 한 지인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을 바라보며 한국 사회의 성숙도는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그것도 한 국가의 공당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지구라는 한 별에 살고 있지만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며 같은 지구인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한국의 정당 ⓒ은종군 Facebook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이해학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0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