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바르트는 개신교 정통주의와 로마가톨릭의 성서 영감설 모두를 비판하며 칼빈의 성서 영감설을 이어 새롭게 발전시켰다. ⓒGetty Image

바르트에 의하면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은 하나의 기적과 같다.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기적은 하나님이 그것을 인간에 대한 그의 계시의 매체로 만들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의 타락한 생각과 말을 떠맡았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그 기적은 성서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죄와 오류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해지고, 또한 하나님이 인간의 생각과 말의 연약하고 오류에 빠지기 쉬운 부적절한 형식들 안에서 자신을 증거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말씀은 거룩하고 기적적인 방식으로 성서의 말에 구속적으로 현재한다. 이것은 성서의 무오성에 대한 역동적인 개념이다. 바르트는 단언하기를, “본문 영감(verbal inspiration)은 인간의 말로서 그것의 언어적, 역사적 그리고 신학적 특성 안에서 성서의 말의 무오류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류에 빠지기 쉽고 잘못이 있는 인간의 말 그 자체가 하나님에 의해서 사용되고 인간적인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고 취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1)

다시 바르트의 말을 길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바르트는 성서 안에서 우리가 하나님 자신의 성령과 말씀의 능력에 의하여 하나님이 인간의 말들과 말함 안에서 자신을 증거하는 영감을 받고, 객관적이고 믿을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증거와 관계한다는 것을 토로한 것이다.(미주 3) 다시 바르트의 말을 인용하면, “성서는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에 의해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된다. 이것은 우리가 성령의 증거의 교리에 의해서 말했던 그것이다.”(4) 바르트가 여기서 말하는 성령의 증거의 교리는 칼빈이 “성령의 내적 증거”(testimonium spiritus sancti)의 교리를 통해 말하려고 했던 바로 그것이다.

바르트의 17세기 개신교 정통주의와 가톨릭교회의 성서 영감론 비판

바르트에 의하면 성서 영감론의 문제는 항상 성령의 역사와 성서의 저자의 관계의 원리에 있다. 즉 어디까지나 인간의 말인 성서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인가, 하나님이 성령을 통하여 성서의 저자들에게 역사할 때 성서의 저자들이 얼마만큼 자유를 갖고 성서를 기록했는가? 그러므로 결국 성서 영감론에 내포된 궁극적인 문제는 하나님의 자유와 성서 저자들의 자유의 통일성의 원리이다.

바르트는 종교개혁자들, 특히 칼빈이 이것을 잘 드러냈다고 본다.

바르트는 이와 같이 칼빈의 영감론의 내용을 검토하고 교회사 속에서 일어난 역사적 성서 영감론의 치명적인 실패의 이유가 그들이 올바른 출발점, 즉 하나님의 계시에서 출발하지 않고 어떠한 인간의 선험적 ‘무오’라든가, ‘경험’ 같은 전제에서 시작하여 이런 것들의 하나를 영감의 표준으로 했다는 사실에 있다고 본다. 예컨대 17세기 정통주의와 로마 가톨릭 교회는 ‘무오’(성서 자체의 또는 교회 자체의)가 영감론의 출발점과 표준이 되며,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에서는 선험적인 인간의 종교적 또는 도덕적 능력이 출발점과 표준이 되었다. 전자에 있어서는 그 종합의 원리가 객관성에 있고 후자에 있어서는 주관성에 있다.(6)

바르트는 17세기 정통주의 신학의 축자영감설이 ‘오직 성서만’(Sola Scriptura)이라는 종교개혁의 성서원리를 상속한 것이며 그것의 해석과 연장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바르트는 정통주의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개혁자들의 영감론을 벗어났다고 비판한다. 첫째,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는 명제가 성령의 역사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 점이다. 여기서 성서는 “종이 교황”이 되었다. 둘째, 인간의 확실성의 요청으로 가져온 ‘무오’의 개념이 영감론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7)

바르트는 정통주의자들의 축자영감설이 17세기 알미니안주의자들의 신인협력주의의 모든 가능성을 부정, 근절시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단호하게 그들의 문제는 성령의 역사와 성서 저자의 자유의 종합을 하나님의 은혜의 행동의 신비에 두어 그 내용을 하나의 약속으로 하고, 같은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그것이 우리에게 발견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성서와 하나님의 말씀을 객관적으로 동일시한데 있다고 본다.

바르트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영감설에서도 개신교 정통주의에서와 같이 그 배후에 있는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잘못의 저자일 것이다”와 같은 선험적인 합리적 전제와 요청을 본다. 그러나 정통주의와 달리 로마 가톨릭 교회는 성서가 절대로 무오한 것은 성서의 원본이 절대 무오한 하나님에 의해 받아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절대 무오한 성서가 교회의 절대 무오한 보관과 해석에 넘겨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성서의 이 절대무오의 해석과 보관의 원리를 교회의 교사직(Magisterium)이라고 한다.(8) 바르트에 의하면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서영감의 근본적 과오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와 땅 위에 있는 성육신의 그리스도와의, 즉 하나님의 무오와 교회의 무오를 동일시하는 그릇된 객관적 동일성의 원리 위에 서서 이 가견적 교회를 성서의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타당성, 의의, 또한 해석의 표준으로 한 점에 있다.(9)

슐라이에르마허의 성서 영감론 비판

마지막으로 바르트는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을 대표하는 슐라이에르마허의 “인격적, 부분적, 주관적 영감설”을 비판한다. 슐라이에르마허의 영감론은 성서의 객관적 권위에 있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앙’에 그 근거를 둔다. 여기서는 신앙이 영감의 표준이 되고 그 근거가 된다. 바르트는 이러한 점에서 슐라이에르마허가 성서영감론에서 공헌한 바가 크다고 인정한다. 그가 성서영감론에서 신앙을 영감으로 표준으로 삼았을 때 이와 같은 경험의 우위에 대한 강조는 정통주의와 합리적 정신을 깨뜨렸다. 그러므로 슐라이에르마허에게 영감의 개념은 제2차적 의의가 있게 되고 신앙이 근본적인 의의를 갖게 된다.

그러나 바르트에 의하면 슐라이에르마허의 영감론의 문제는 그가 신앙을 영감의 표준과 근거와 타당성으로 삼았을 때, 그가 하나님과 그의 말씀을 이 신앙사건의 주격으로 하지 않고 인간의 ‘나’를 주격으로 삼은 것에 있다. 바르트는 슐라이에르마허가 구약성서 가운데 다만 교회의 자의식을 보다 더 명백히 하는 책들만을 신약과 같은 의미에서 영감된 것으로 허락하였다는 것에서 그의 주관적 영감설의 치명적인 오류를 본다.(10) 자유주의 신학은 성서의 인간적 측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성서의 본질을 상실했다.

그런데 바르트는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의 오류 앞에서 성서의 권위를 인정하는 정통주의의 의도와 해석학의 어떤 측면에 대해서는 공감하였다. 그리고 그는 『로마서강해 』 초판 서문에서 성서의 역사 비평학과 축자영감설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라면 자신은 후자를 택하겠다고 하였고, 제3판 서문에서는 초판의 서문에서부터 자신은 자신의 영감방식이 축자영감의 옛 교리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고 밝힌다.(11)

이것은 바르트가 인간의 말이나 혹은 신적인 말씀의 어떤 한쪽의 본질에 희망을 걸고 성서의 말들과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 사이에 직접적인 동일성을 가정하려고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는 하나님의 계시를, 비록 성서가 그 계시로부터 분리될 수 없을지라도, 직접적으로 성서의 페이지들로부터 읽을 수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계시는 그것의 초월적인 성격상 그것이 자유롭게 만들어내는 매체에 의해 제한받거나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자신과 동일한 살아 계신 하나님 자신의 언제나 새로운 현재이고 말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서에서 우리는 거룩한 문서들의 연약한 인간의 말들 안에서 말하려고 자신을 낮추고 그것에 의하여 인류에 대한 유일하고 권위 있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그의 은혜를 통하여 그것들을 제정한 하나님의 당당한 말씀과 관계하는 것이다.

우리는 바르트의 본문 영감의 특징을 간략하게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바르트는 자신의 본문 영감론의 정당성을 바울과 종교개혁자들, 특히 칼빈의 “성령의 내적 증거”의 원리 위에서 주장한다는 점이다. 둘째, 하나님의 말씀과 성서의 변증법적 통일을 어떤 인간적 종합에서 찾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활동적인 현재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셋째, 바르트는 영감론에서 하나님의 자유와 인간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며, 그 가능성을 하나님의 은혜의 행동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12)

바르트 신학에 대한 잘못된 평가

일반적으로 신정통주의는 다음 세 가지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13) 첫째, 하나님의 초월성과 타자성에 대한 강조는 하나님을 멀리 떨어져 있는 분, 인간과 무관한 분으로서 간주하게 한다. 둘째, 신정통주의의 주장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계시에 기반을 두고 있고, 하나님의 계시 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검증될 수 없다는 점에서 순환논법적인 모순을 갖는다. 즉 신정통주의의 주장은 하나님의 계시 외에는 인식될 수 있는 어떠한 외적 조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 신정통주의는 다른 종교들을 왜곡된 종교로서 간주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에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될 만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평가는, 바르트의 경우에는, 거의 과녁에 접근하지만 적중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비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우선, 바르트는 인간과 하나님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인간을 하나님의 자리에 놓았던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에 반대하여 ‘변증법적 방법’을 통하여 ‘전적 타자’로서의 하나님을 강조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갔다. 그는 그의 마지막 강의에서 신학을 ‘신-인학’(Theanthropologie)이라고 부르면서, 이 신학은 결코 ‘인간론적 신학’(Anthropotheologie)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는 임마누엘을 관심의 초점으로 삼는 신학”이라고 말했다.(14) 사실 바르트의 신학의 초점은 하나님의 타자성을 강조했던 『로마서강해』 시절부터 바로 이 인간을 긍정하는 ‘임마누엘’에 있었다.(15) 그러나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있는 거짓된 내재적인 연속성을 깨뜨리려는 그 논쟁적인 시기에서 그의 강조점은 긍정보다는 초월, 간격, 부정에 있었던 것이다.

둘째로, 순환논법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왜 우리는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임을 믿는가?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의 영에 의해서 우리에게 이 진리를 확신시키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 일을 어떻게 행하시는가? 성서를 통해서. 그런데 바르트에 의하면 신학은 이와 같은 순환논법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성서 이외에 어떤 외적인 권위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정통주의 신학이나 자유주의 신학이 범했던 오류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일 것이다. 여기서 바르트는 칼빈에 동의한다: 성령의 내적 증거의 교리는 “단지 인정과 고백을 할 수 있을 뿐인 그것의 가장 약한 지점에서 파괴할 수 없는 강점을 갖는다.”(16) 더구나, 이 접근방법은 성서 자체를 뒤따르는 방법이 아닌가?(요 8:13이하, 고전 2:11, 롬 8:16을 참고). 이러한 방법은 바르트의 신학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었고, 그의 이 신학방법은 당시 바벨론의 포로가 된 신학을 해방시켜 하나님의 말씀의 신학, 복음적 신학으로 이끌어가지 않았는가?

셋째, 바르트의 종교관은 특히 선교적인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바르트의 타종교들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는 오늘날 종교 간의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바르트의 신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르트는 『교회교의학』 제1권에서 종교비판을 시도하는데, 여기서 그의 주된 관심의 초점은 타종교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닌 다른 신을 하나님의 자리에 앉힌 기독교 자체에 쏠려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르트가 『교회교의학』 제4권 화해론에서 전개하는 소위 “빛들의 교리”에서는 종교개혁의 오직 그리스도만(Solus Christus)과 ‘바르멘 신학선언’의 제한 속에서 기독교의 특수성을 제시하지만, 모든 것을 제정하고 통합하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의 빛들을 긍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바르트는 본격적으로 종교다원주의의 문제들과 씨름하지 않았고, 어느 곳에서도 종교다원주의의 가능성이나 또는 가능한 해석학을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바르트는, 의심의 여지없이, 다원적 사회 속에 있는 모든 파트너들과 대화하고자 했다.

바르트는 교회의 선교에 대하여 말할 때, 종교 간의 대화의 문제를 언급했는데, 그에 의하면, 교회의 선교는 교회가 타종교들을 진지하게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들과 타협하지 않고 독특하고 새로운 복음을 그들에게 제시하는 것을 전제한다. 만약 이 두 가지 전제들이 엄격하게 고려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서 만약 우리가 타종교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동시에 그들에게 전적으로 새롭고 낯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선교는 무의미하고 소망이 없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17)

바르트의 이 언급은 종교 간의 대화에 대한 몰트만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말하기를, 기독교인들이 다른 종교와 대화하려고 한다면, 결코 기독교의 특수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만약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의 특수성을 상화대화하고, 보편적 다원주의를 옹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포기한다면, 이런 행위는 결코 다른 종교들과 대화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누가 기독교다운 점을 더 이상 분명하게 대변하려고 하지 않는 기독교 신학자들과 대화하는 일에 관심을 갖겠는가?”(18) 따라서 바르트는 기독교 자체만이 아니라 기독교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타종교마저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종교 간의 대화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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