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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넘어 당사자로기독청년현장심방 II: ‘더 가까이’ 참가자 증언 ⑷
이훈 | 승인 2022.01.29 16:00
▲ 이훈 청년이 기독청년 현장심방 증언대회 및 수료식에서 수료증을 받고 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제공
4회에 걸쳐 게재되는 “기독청년현장심방 II: ‘더 가까이’ 참가자 증언”은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기독청년현장심방 II: 심화과정 – 산재현장을 중심으로”를 수료한 청년들의 후기입니다. 현장을 보고 들은 청년들이 남긴 글을 통해 우리 사회 노동의 현실과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글의 게재를 허락해 주신 청년들과 영등포산업선교회 실무자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 편집자 주

지난 8월 우연히 참여한 현장 심방 「발바닥으로 읽는 성서」에 참여한 뒤, 산재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심화모임 「더 가까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노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산재라는 주제는 단순히 노동 이슈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인간의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참여를 결정한 것 같다.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죽음”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이 과정이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4개월이었던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것에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문명은 강력한 생산을 기반으로 세워졌고 유지되지만, 그 기저에는 반드시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소모가 담보된다. 그러나 이 소모가 우리에게 직접 닥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이를 알면서도 마음속으로 은연중에 은폐한다.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모든 것은 대부분 그 안에 착취의 흔적이 서려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문명의 척도로 불리는 것들은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 기업은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사람을 죽이지 않고 그것을 생산하는 기술은 아직 적용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통해 먼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그 시스템의 기저에는 사람의 생명이 아닌, 저렴한 운영방식에 더 초점을 맞춘 매뉴얼이 있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소비하지만, 그 대량의 음식을 어디서 어떻게 생산하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안전끈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추락해서 죽는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나 타인이 어떤 상황에서 죽거나 다치는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공장과 발전소를 멈추지 않는다. 산재는 생산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간 소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그리고 확보했다고 생각하는 재화, 상품, 서비스, 기술들은 대부분 산재를 기반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들은 고민하기 보다는 그저 경제적 대가를 치르는 것을 선택한다. 스마트폰 한 대에 1,000,000원, 지하철 한 번에 1,250원, 상추 한 단에 2,000원… 돈을 내고 나면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가격에 생명과 권리의 값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 값은 다치고 죽은 노동자들이 지불한 값이며,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져야 할 책임이다.

나와 타인, 가족과 지역, 기업과 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하게 얽혀 있는 이 사회 속에서, 한 개인의 소모는 결국(살해당한 아벨의 피가 땅바닥에서 울부짖듯) 모든 구성원에게 책임을 요구한다. 우리 모두는 다양한 이들과의 생동감 있는 관계를 통해 이곳에 왔다. 우리가 심방한 현장은 노동자들이 당한 착취와 죽음의 장소였고, 동시에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정부와 기업도 다 파악할 수 없는 놀라운 과정을 통해 변화가 일어난 살아있는 증언의 자리였다. 사회에서 일어난 죽음에 대한 공통의 책임을 기꺼이 지고 가는 이들은 이것을 면제받으려고 애쓰는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변화 덕분에 죽거나 다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의 증언이 서로를 치유하고 투쟁하고 연대하는 힘을 가지듯, 활동가들과 실무자들의 주장이 정부나 기업이 제시하는 매뉴얼보다 더 설득력을 가지듯, 우리 모두 노동자로서, 소모되는 구조에 함께 내몰린 사람으로서 산재의 문제에 당사자성을 가질 수 있다. 이 모든 여정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며, 동시에 이러한 사실들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시간 동안 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은폐하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내모는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이다. 굳게 믿어왔던 이 문화, 사회, 경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당사자성을 가질 수 있다. 내가 경험한 것들 중 가장 큰 현장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훈  ydpu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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