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b and his three friends」, Charles Foster, 『The story of the Bible from Genesis to Revelation』 (Philadelphia: Charles Foster Publishing Co., 1873), 227. ⓒWikipedia

작고한 서울대 불문과 ‘김현’ 교수는 『한국 문학의 위상』이라는 책에 이런 글을 남겼다.

자의적인 시각에서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문학의 가치’ 혹은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위 고전이라고 일컫는 문학작품들의 힘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고통당하는 욥 앞에 선 친구들

성서도 큰 범주에서 문학작품이다. 그렇기에 종교 경전이라는 것을 넘어 문학의 힘을 지녔다고 해도 그렇게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다. 경전을 문학작품에 빗대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말이다.

그러한 성서의 각 책들 중, 특히 구약성서의 책들 중 문학 작품으로서 세대를 뛰어넘어 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책은 단연코 「욥기」가 아닐까 한다. 전체 42장 중 책이 끝나기 전 38장이 되어서야 겨우 등장하는 ‘신(YHWH)’과 욥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구들 ‘엘리바스’, ‘빌닷’, ‘소발’ 그리고 ‘엘리후’가 욥의 고난을 두고 갑론을박 하는 모습은 시대를 넘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김현 교수의 말처럼 “인간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왜 이들의 갑론을박을 인간의 자기기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 모두의 이야기 속에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고통당하는 욥은 온데간데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치로 욥의 상황을 재단한다. 고통에 직면해 있는 욥을 위로하는 척하지만 결국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고통을 나누고 아파하는 모습은 없다. 이에 대해 반론할 사람들도 있을 줄 안다. 욥기 2장 12-13절에 기록된 말씀을 증거로 내걸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밤낮 이레 동안’, 즉 7일 밤낮으로 아무 말 없이 “욥과 함께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는 구절을 주목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욥기를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이 이후 그들의 모습과 이야기들은 욥과 그가 당하는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욥의 고통의 원인 무엇인지를 밝히는데 온 정신을 집중한다. 그 첫 포문은 ‘엘리바스’가 연다.

이어 빌닷은 이렇게 규정한다. 빌닷의 이야기 중에는 그리스도인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구절도 들어 있다. 누구나 언급하듯 아이러니 한 상황이기도 하다.

앞선 두 친구에 말에 굽힐 줄 모르고 반론을 펼치는 욥에게 세 번째 친구 ‘소발’은 그야말로 카운터펀치를 날리며 욥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간다.

이 이후로 세 친구와 욥은 또 한 번의 길고 지루한 논쟁을 이어 간다. 이 길고 지루한 논쟁의 요지는 ‘고통은 죄의 응보라는 견해’라는 친구들의 논리에 ‘고난에는 이유가 없다.’는 욥의 일관성 있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친구들은 결국 욥을 설득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만다. 욥은 하나님의 해명을 집요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그 해명을 통해서만 하나님이 자신의 성품과는 달리 공평하지 못하다는 점이 나타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나님이 욥 자신에게 내리신 고통을 철회하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요즘 말로 하자면, ‘모두 까기’에 능숙한 다섯 번째 인물 ‘엘리후’가 등장한다.

그리고는 엘리후는 이렇게 욥을 몰아붙인다.

지금까지 주장한 욥의 이야기를 전면 부정하고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증명하겠다고 선포한다. 엘리후의 도전과 선포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후에 나타나신 하나님께서 세 친구들을 꾸짖으실 때, 엘리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시기 때문이다. 물론 언급이 없다고 해서 엘리후의 논증이 성공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나 적어도 성서의 침묵은 그러한 가능성을 반증하는 것이고, 결국, 엘리후 논증의 핵심인, “하나님의 공의”가 이 욥기의 중심임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욥의 세 친구들을 따라가는 사람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그럴까, 아니 성서를 경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그리스도인들과 같이 이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 되고 여기저기서 이 전쟁을 두고 ‘재전유(re-appropriation)’ 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이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욥의 세 친구들처럼 슬퍼하다가 결국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기에 혈안이 되었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이라” 그렇다는 둥,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숙함과 그의 어리석은 참모들도 이번 전쟁에 책임이 있다.”는 둥 하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여기에 결국 이 모든 논리는 “우크라이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후보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거대 양당의 두 후보 모두에서 드러난 언급들일 뿐만 아니라 자칭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고통에는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모습은 세 친구들과 판박이다.

과한 표현일 줄 알지만 ‘역겹다.’는 생각이 든다. 고통당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들의 이야기만 논리만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꼴이다.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원인 분석은 그만두자. 우크라이나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선거 잘 하자는 말도 그만두자. 그리고 그저 우크라이나 민중들과 같이 울어주고 이 전쟁이 한시라도 빨리 끝나기를,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기를 기도하자.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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