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 Deum Ecuménico 2009 in the Metropolitan Cathedral of Santiago of Chile, featuring clergy of different Christian denominations ⓒWikipedia

개신교에 대한 가톨릭의 오해는 많은 영역에서 윤리적인 문제보다는 오히려 신학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개신교 안에서 일어나는 비신학적 요인에 의한 고질적인 교파분열, 개교회 중심주의, 대형교회 세습, 일부 교역자들의 윤리적 타락 문제, 수도전통의 배제, 사이비 기독교와 이단시비, 교회와 교역자의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 등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윤리적 문제 등과 결부된 오해도 있지만, 많은 경우 신학적인 배경에서 비롯된 오해들이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대화와 상호 이해가 상당부분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두 교회 사이에는 극복해야 할 장벽이 남아 있다. 두 교회가 서로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주제들은 여전히 신학적인 문제들로서, 성례전과 사제직에 대한 이해, 중재와 친교의 원칙 등이라고 하겠다.

하느님의 현존이 숨어있는 현실로 성례전을 이해하는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하느님의 절대적 타자성을 강조하는 개신교는 성례전에 나타날 수 있는 우상숭배의 위험성을, 사제와 성인과 특히 성모 마리아의 중재 역할을 중시하는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개신교는 그런 중재의 원칙이 주술적 신심으로 나아갈 우려를,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친교를 허용하는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개신교는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는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 그 예라고 할 것이다.(1)

교회 이해에서도 아직 완전한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가톨릭교회가 ‘사도직을 계승하고 있으며, 베드로의 계승자인 교황과 교통하고 있는 주교에 의해 임명된 사제가 있는 곳을 제외한 곳에는 교회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종교개혁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올바르게 선포되고 그리스도에 의해 제정된 성례전(즉 세례와 성만찬 오직 이 두 가지만)이 복음과 일치하여 실행되는 곳은 어디에나 교회가 존재한다’(2)는 입장의 차이다.

주교제도를 수용하지 않은 개혁-장로교회나 회중교회 전통에서는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개신교는 교회의 신적인 근거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가 신적 실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목사도 그들이 평신도와 자신을 구별하는 특별한 성격과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 또 예배를 희생제사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사제가 아니다.

성사에서도 아직 상호인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특별한 경우에 평신도에 의해서 세례가 정당하게 집행될 수 있다는 것이 개신교와 가톨릭교회, 정교회에 의해 승인되기는 했지만, 성만찬 이해에서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놓여있다.(3)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신학적 대화와 상호이해, 공동협력을 통한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기도 주간’(4) 공동행사이다. 한국에서는 1967년 1월 1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당시 전도국이 가톨릭 일치위원회와 함께 처음으로 기도주간을 시행한 이래, 지금까지 매 년 실시되고 있다. 1969년 성탄절에는 개신교와 가톨릭이 합동 성탄축하 예배를 드렸고, 그 후 성서의 공동번역 작업도 있었지만 개신교 측이 공동번역성서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일치운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중심으로 두 교회 사이의 연대가 활발했고, 신학자들의 연구모임도 진행되어 1979년에는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와 한국신학연구소가 공동으로 ‘하나인 믿음: 새로운 공동신앙고백서’를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일치위원회’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가 두 교회의 신학자 모임을 조직, 정례적인 학술모임과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을 개최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해를 불식하고 상호이해를 증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런 만남과 대화가 대부분 일부 신학자들만의, 일부 교회 기구들만의, 일부 교회 성직자들만의 영역에서 일어날 뿐, 지역교회 차원에서, 개교회 차원에서, 평신도 차원에서는 활발하지 않다는데 있다. 한국 사회의 저변에서 개신교는 가톨릭을 우상숭배 한다고 이단시하고, 가톨릭은 개신교를 경멸하는 태도가 지배적이다.

강단의 교류, 성사의 공동참여 같은 신학적 영역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만 가톨릭과 개신교인 사이의 혼인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화와 교류도 없는 형편이다. 다만 환경문제, 인권문제, 민족문제 등에 대한 대응에서 일부 성직자들 사이의 연대활동이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것이다.

두 교회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상호이해를 증진하여, 마침내 가시적인 일치를 이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두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의 분열은 ‘그리스도의 뜻에 명백히 어긋나며, 세상에는 걸림돌이 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키고 있다’.(5)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꾸준히 대화하면서 대화의 결과를 지역과 개교회 차원에서 알리고 공동의 신앙고백과 성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교회의 분열은 ‘걸림돌’이 아니라 ‘모퉁이 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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