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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에서부터 그 바다까지’, 전세계에서 울려퍼지는 구호를 둘러싼 논쟁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비평가들은 이 구호가 반-유대주의라고 비난하고, 분석가들은 이 구호의 뿌리가 더 복잡하다고 주장한다
이정훈 | 승인 2023.11.05 02:46
▲ 제네바에서 열린 집회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Fabrice Coffrini/AFP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Gaza Strip)를 근거로 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당사자들만의 전쟁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특히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해 대응에 나선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세계 곳곳은 친-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으로 갈려져 대규모 집회를 가지고 있는 탓에 혐오·증오 범죄 역시 증가하고 있다. 런던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10월 런던에서 증오 범죄 선고 건수가 반유대는 13배, 반무슬림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한 것이 이러한 맥락이다.

이러한 친-팔레스타인 혹은 반-이스라엘 대규모 집회 가운데 등장하는 구호가 하나 있다. 바로 “From the river to the sea”이다. 우리말로 “강에서부터 바다까지”로 번역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강은 이스라엘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요르단강이고, 바다는 지중해이다. 즉 팔레스타인 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구호가 반-유대주의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현재 베이루트에서 런던, 튀니스에서 로마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끊임없는 폭격을 중단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지고 있다.

“그 강에서부터 그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이 구호는 역사적인 땅 팔레스타인에서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구호를 친-하마스로 규정하는 이스라엘과 그 후원자들에게는 반유대주의적 혐의가 있는 폭력을 은밀히 부추기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월요일 친-팔레스타인 집회 연설에서 “강과 바다 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앤디 맥도널드 하원의원을 정직 조치했다. 이달 초 Suella Braverman(수엘라 브레이버만) 내무장관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증오 행진”이라고 규정하며 이 구호를 이스라엘을 제거하려는 폭력적인 욕망의 표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오스트리아 경찰도 비슷한 입장을 취해 이 구호를 근거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금지하고 원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만든 이 구호가 무장 단체 하마스에 의해 채택되었다고 주장했다. 독일 당국은 이 구호를 금지하고 기소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수도 베를린의 학교에 팔레스타인 스카프인 keffiyehs(케피예)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 구호의 기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분할을 둘러싼 논쟁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 수립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보다 앞선 1년 전 UN은 옛 영국령의 62%를 차지하는 유대인 국가와 별도의 팔레스타인 국가로 영토를 분할하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당시 아랍 지도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75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Nakba’(낙바: 현대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된 1948년 5월 15일 다음 날을 일컫는 아랍어) 혹은 ‘재앙’로 알려진 사태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했다.

1964년 Yasser Arafat(야세르 아라파트)의 지도 아래 디아스포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창설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역사적인 영토를 아우르는 단일 국가 수립을 촉구했다. 이후 PLO 지도부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전망을 받아들였지만, 1993년 오슬로 평화 프로세스의 실패와 2000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종 협상을 중재하려던 미국의 시도가 팔레스타인의 대규모 봉기인 제2의 인티파다로 이어지면서 이후 양국 사이가 경직되기에 이른다.

이 구호의 의미는 무엇일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 모두 이 구호에 담겨져 있는 ‘자유’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아랍권 유력 매체인 알자지라(Al Jazeera)는 이 문제에 대해 취재하며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을 각각 만났다. 런던 동양 및 아프리카 대학(SOAS)의 법학 강사 Nimer Sultany(니머 슐타니)는 이 형용사가 “역사적인 팔레스타인의 모든 주민에게 평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민인 슐타니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와 유대인 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평등주의 구호를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자유란 1917년 영국이 ‘벨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을 통해 유대인에게 팔레스타인에 국가를 세울 권리를 부여한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결권을 실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슐타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고 자유롭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지속적으로 거부당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영국 현지 시각 10월 28일 토요일 수만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여러 유대인 단체와 함께 비가 내리는 런던을 행진했다. 슐타니는 이 구호가 반-유대주의적이라고 해석할 수 없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 구호는 영어로 되어 있고 아랍어로 운율이 맞지 않으며 서방 국가의 시위에서 사용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논란은 서방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막기 위해 조작된 것이다.”

하지만 친-이스라엘 지지자들은 이 구호는 위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루살렘의 랍비이자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근동 및 유대교학 교수인 Yehudah Mirsky(예후다 미르스키)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유대인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 문구가 의미하는 바는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에 하나의 실체가 생겨날 것이고, 그곳은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릴 것이며, 유대 국가는 없을 것이며, 어떤 실체가 생겨나든 유대인의 지위는 매우 불분명해질 것이다. 해방에 대한 약속이라기보다는 위협처럼 들린다. 유대인이 온전한 삶을 누리며 자신답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

미르스키는 이 구호 때문에 좌파 이스라엘인들이 대화를 옹호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미르스키는 이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하마스 지지자”라고 주장했고, 슐타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무장단체의 지지자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영국 현지 시각 10월 30일 월요일 노동당이 맥도날드 의원을 해임하면서 논란은 영국 의회까지 번졌다. 맥도날드 의원의 발언 때문이었다.

“우리는 정의를 얻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 강과 바다의 모든 사람들, 이스라엘 사람과 팔레스타인 사람 모두가 평화롭게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

노동당은 맥도날드 의원이 이스라엘-가자 전쟁과 관련해 “매우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자신의 발언이 이 지역에서 “살인을 종식시켜 달라는 진심 어린 호소였다”며 그들의 비난을 반박했다고 한다.

슐타니는 이러한 역동성을 “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의 존재와 유대인 우월주의의 이념적 장치 사이의 구별을 무너뜨리려는 시오니스트와 친-이스라엘 선동가들에 의한 시도”로 보았다. 이러한 왜곡된 시각을 통해 “평등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해체에 대한 요구는 실존적 위협이 된다”고 알자지라에게 털어놓았다.

이스라엘은 ‘강에서부터 바다까지’라는 구호를 어떻게 사용할까

벤자민 네타냐후 총리의 Likud(리쿠드)당은 보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정당으로, 히브리 성서에 명시된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땅 소유권을 의미하는 “Eretz Israel(에레츠 이스라엘)” 개념을 강력하게 지지해 왔다. Jewish Virtual Library(유대인 가상 도서관)가 보관하고 있는 1977년 이 당의 창당 선언문에는 “바다와 요르단 사이에는 오직 이스라엘의 주권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은 “유대인의 안전를 위태롭게” 하고 “이스라엘 국가의 존립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현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 Tzipi Hotovely(치피 호토벨리)는 강에서 바다까지 유대인의 역사적 소유권을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스라엘의 역대 정부가 점령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확장하는 것은 요르단강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땅을 통제하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로 보이며,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에 대한 열망을 부정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알자지라가 만난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미르스키는 이스라엘 공인들이 히브리 성서의 개념을 이용해 모든 분쟁 지역에 대한 정치적 권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현대 이스라엘 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르스키는 분열을 조장하는 요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까?”라며 현재의 분열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구호를 알자지라에게 제시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전쟁이 끝나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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