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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구축 실행할 풍부한 이론적 체계화 추구해야”기타지마 기신(北島義信) 명예교수, 평화를 말하다 (1)
이정훈 | 승인 2023.12.11 05:59
▲ 기타지마 기신(北島義信) 욧카이치대학 명예교수는 인도-아프리카 문학 전공자를 넘어 동아시아 평화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찬수 원장 제공

지난 11월 16일(목)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시 소재 정천사(正泉寺/쇼센지)에서 일본 쇼센지국제종교문화연구회와 한국 레페스 포럼이 공동으로 학술회의를 주최했다. “종교의 무엇이 평화가 되는가: 아시아적 맥락에서”라는 주제로 아시아종교평화학회 창립학술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한국을 포함 일본·케냐 등 아시아 관련 학자 25명이 모여 문화·종교·영토·역사·민족의 다양성을 담은 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모색한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특히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발표와 종합토론 후 학회 운영 회의를 진행해 회장·부회장 등을 선출했다. 그 결과, 회장에는 기타지마 기신(北島義信) 욧카이치대학 명예교수, 부회장에는 이찬수 인권평화연구원 원장, 한국 지부장에는 박연주 동국대학교 강사, 일본지부장에는 가미야마 미나코(神山美奈子) 나고야학원대학 준교수 등이 선출되었다.

회장으로 선출된 기타지마 기신(北島義信) 명예교수는 일본 욧카이치대학(四日市大學) 명예교수로, 특히 정토진종(淨土眞宗) 정천사(正泉寺/쇼센지) 주지이기도 하다. 기타지마 명예교수의 전공은 인도-아프리카 문학이며, 또한 일본종교사상과 동아시아평화 연구자이기도 하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평화에 관한 학술 발표를 진행한 바 있다.

에큐메니안은 이찬수 인권평화연구원 원장을 통해 기타지마 명예교수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자이자 정토진종(淨土眞宗) 정천사(正泉寺/쇼센지)의 주지로 활동하고 있는 독특한 활동배경이 관심을 끌었다. 일본 불교의 한 지류인 정토진종 소속의 기타지마 명예교수의 불교를 기본으로 하는 평화담론을 소개하고자 했다.

기타지마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를 주선해 주시고 한국어 질문과 일본어 답신을 유려하게 번역해 주신 이찬수 인권평화연구원 원장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인터뷰 기사는 기타지마 명예교수의 음성이 가감 없이 들려질 수 있도록 요약이나 별다른 소개 없이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전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주로 기타지마 명예교수의 학문적 배경에 대해, 그리고 다음 마지막 인터뷰 기사에서는 기타지마 명예교수의 평화와 평화담론에 관해 소개된다.

▲ ‘아시아종교평화학회’의 취지와 의미, 그리고 창립경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군사적,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본 내각에서는 2022년 12월에 ‘안전보장 3문서’를 결정했습니다. 이 ‘3문서’에는 일본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적기지 공격능력을 사용하여 미국과 함께 상대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위비가 5년간 43조엔이나 되어, 일본은 세계 3위의 군사비 대국이 되고 맙니다. 이 방향은 일본국헌법 제9조를 완전히 위반합니다. 전쟁에 대해 전쟁으로 응답해서는, ‘미움·증오’의 연쇄가 쌍방에 그치지 않고 이어질 뿐입니다.

또한 21세기에 들어 일본과 한국에서는 ‘불평등의 양극화’가 만들어내는 ‘격차사회’, ‘현대화된 빈곤’이 심화되어 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회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그 근본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 민족주의적 배외주의로 눈을 돌리도록 유도되면서, 사람들의 분노가 도리어 동아시아의 군사적, 정치적 대립을 고조시키는 역할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가자 분쟁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대화함으로써, 아래에서부터, 안에서부터 평화구축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경우 종교를 기축으로 하는 것은 매우 현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국경과 민족을 초월하는 것’, ‘비폭력에 의한 평화 구축’, ‘감폭력(減暴力)’에는 종교가 가장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남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습니다.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종교를 기축으로 한 비폭력 운동으로, 인종과 사상의 차이를 넘어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하고 민주적이고 공생적인 새로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출범시켰습니다.

‘국가’의 틀을 넘어선 종교간 대화를 통해 아시아의 평화구축을 바라는 한일 양국의 종교인·종교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결성된 <REPES Forum>(레페스포럼)의 목소리에 몇 해 전부터 응답하면서, 한국의 서울, 성주, 도쿄, 욧카이치시의 불교 사원이나 대학 등을 회의장으로 삼아 종교와 평화구축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학술 회의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일본 욧카이치시에 있는 정토진종(淨土眞宗) 다카다파(高田派)에 속한 쇼센지(正泉寺)에서 ‘아시아종교평화학회’ 창립 학술대회가 11월 16일에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한국에서 30명 가까운 참가자가 모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대 평화문제를 둘러싼 과제에 부응하는 연구 발표와 열띤 토론이 열렸습니다. 학술대회의 성과는 2020년 창립준비대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024년 단행본으로 한국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아시아종교평화학회’는 종교에 내재하는 국가 상대화의 시각을 가지고, 국가의 틀을 초월한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인간적 상호 이해의 심화와 연대, 상호관계성, 용서와 화해, 타자 이해·공생 등의 문제를 검토함으로써, 비폭력에 의한 평화 구축을 실행할 수 있는 풍부한 이론적 체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일본과 한국의 종교인·종교 연구자, 종교와 평화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학회를 구성했고, 일년에 한 차례씩 한국과 일본의 회의장을 오가며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대만, 중국으로도 참가자를 넓혀 갈 계획입니다.

▲ 지난 11월 16일(목)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시 소재 정천사(正泉寺/쇼센지)에서 일본 쇼센지국제종교문화연구회와 한국 레페스 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종교의 무엇이 평화가 되는가: 아시아적 맥락에서”라는 주제의 아시아종교평화학회 창립학술회의. ⓒ이찬수 원장 제공

▲ 선생님의 학문적 이력과 평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경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정토진종 본원사파의 사원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은 종교계 대학이 아닌, 오사카외국어대학 인도어학과로 진학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던 1963년은 제6차 한일회담 재개 후 2년째 되던 해로, 반대 운동이 크게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저는 메이지 시대에 시작된 일본의 서구형 근대화는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식민주의적 지배와 일체였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패전 후에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는 아무런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았고,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에 협력하는 것을 저는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또 인도의 힌디 문학을 공부하고, 피억압자의 눈으로 보면서, 구미 근대가 내세우는 ‘자유·평등’, ‘이성·민주주의’는 서구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간디가 종교를 기축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비폭력·불복종 운동을 펼친 데서 볼 수 있듯이, 서구형 근대와는 다른 근대구축의 길도 존재한다는 것과 종교와 평화 운동의 불가분성도 배웠습니다. 이러한 사항을 철학적으로 심화시켜 평화적 공생 사회에 조금이라도 공헌하고 싶어서 졸업 후에는 오사카시립대학 문학부 철학 전공으로 학사입학을 했고, 나아가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오사카시립대학에서는,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포이에르바흐와 러시아의 철학자이자 문예비평가인 체르누이셰프스키의 공통항으로서의 인간학적 유물론을 심화시키는 연구를 했습니다. 저는 포이에르바흐로부터는 종교의 핵심인 인간 해방 사상과 종교가 빠지기 쉬운 자기 절대화의 문제점을 배웠고, 체르누이셰프스키에게서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지닌 종합적 학문의 역할과 ‘생활교과서’로서의 역할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인간 해방을 목표로 하는 문학의 역할은 20세기 미국 흑인 문학과 아프리카 문학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대학원을 마친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아카츠키학원단기대학, 후에는 욧카이치대학의 영어 전임 교수가 되었습니다. 수업에서는 망설임 없이 현대 아프리카 영어문학 작품을 다루었습니다. 아프리카 문학은 19세기 러시아 문학과 마찬가지로, 철학, 종교, 정치학 등을 일체화한 백과전서적 역할 및 즐기면서 사회를 알게 해주는 생활교과서적인 역할을 했고, 작가는 사회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에게 투쟁을 촉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현실의 과제를 아프리카 토착 문화에 담긴 상호관계성 개념과 결합시킴으로써, 서구형 근대와는 다른 사회개변을 제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작품들이 출현해왔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문학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비판하도록 사람들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사람은 타자를 통해 인간이 된다’로 요약되는, 상호관계성을 기축으로 하는 ‘우분투’ 사상은 1980년대의 운동에서 모든 종교, 반체제 사상의 공통기반이 되었고, 전인종평등주의를 표방하는 ‘통일민주전선’의 비폭력운동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철폐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운동에 앞장선 것은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이처럼 정토진종을 포함하여 종교의 핵심은 포이에르바흐가 지적했듯이 인간해방에 있으며, 인도와 아프리카의 투쟁이 보여주듯이 토착문화와 결합했을 때 본래의 인간해방, 평화적 공생사회의 실현에 공헌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정토진종 승려로서의 저의 기본적 관점은 이러한 학문적 경력 속에서 생겨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학회에는 주로 한일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시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한국 연구자들과는 2012년 11월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주최 국제학술대회(‘조선 후기 한국의 실학사상과 민족종교운동의 공공성 연구’)에 기조강연을 의뢰받으면서 연결되기 시작됩니다. 이 계기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이 당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 재직하시던 이찬수 교수와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장인 박광수 교수였습니다. 이찬수 선생님과는 예전부터 일본의 ‘지역문화학회’에서 자주 만났습니다. 또한 이 국제학술대회에서 동학연구의 석학인 원광대학교 교수 박맹수 선생님, 현재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조교수 조성환 선생님과도 알게 되어, 동학의 역사와 철학, 한국의 민중종교, 불교, 기독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한국의 종교에는 민중성과 사회성이 매우 강하며, 그 근저에는 동학사상의 비폭력에 의한 평화적 사회변혁의 시각이 ‘3.1운동’(1919년)과 오늘의 민주화운동에도 계승되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이러한 종교 본연의 평화구축 사상이 계승되어오고 있는 한국의 종교는 내면적 세계에 갇히기 쉬운 일본 종교의 문제점을 객관화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동학사상과 13세기에 정토진종을 연 신란성인의 사상에는 인간평등을 가르치고 현세에서의 인간적 깨달음을 환기시키고 평화로운 세계실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큰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깊이 감동했습니다.

한국 연구자들과의 학술 교류는 그 후에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원광대학교, 성공회대학교, 협성대학교에서 종교와 평화에 대한 강의의 기회도 주었습니다. 이렇게 교류가 지속되어온 것은 우리들이 상호 대화를 집적시켜 평화를 창출한다는 공통의 이해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얼마 전에 원광대학교 교수 박맹수 선생의 도움으로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도 방문하기도 했고, 원불교 관계자들의 안내로 ‘THAAD’(사드) 성주 배치 반대 운동 현장에 가기도 했으며, 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교류하며 종교 간 대화가 깊어진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이러한 학술 교류의 성과로 제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종교 전문 잡지 『リーラー「遊」』에 한국 종교 연구자의 논문을 게재하면서 일본에서도 그에 찬동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또 학술 교류를 통해서 친구가 된 연구자를 일본으로 초청해, 그분들이 ‘지역문화학회’나 시민 강좌에서 말씀을 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일 연구자들의 폭넓은 교류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상호 이해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찬수 선생님께서 몇 년 전 ‘레페스포럼(REPES Forum)’ 활동을 소개해 주시고, 함께 한일 간 평화 구축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이론적으로 심화시키는 학회를 구체적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일본에도 같은 의식을 가지는 종교인·종교 연구자들도 있으므로, 저는 바로 동의했고, 구체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10년에 걸친 한일 연구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번 11월 16일에 '아시아종교평화학회'의 설립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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