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발전목표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앞선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목표8에서 GDP성장을 세계규모에서 요구하는 것은 충분한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탈성장 옹호자들이 주장하듯, 빈곤과 굶주림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에 있어서 경제성장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선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경제성장을 지속할 필요는 없다. 사실 어느 정도의 경제 수준을 넘어서면, 복지 실현을 위한 경제성장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과도한 소비, 장시간 노동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행복도와 만족도를 감소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 건강과 장수, 양성평등 등의 SDGs 목표는, 이미 충분히 풍요로운 선진국이 더 높은 경제성장을 추구함으로써가 아니라, 부를 보다 적절하게 (재)분배하는 경제적 평등을 실현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것이 결코 자동으로 빈곤과 굶주림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의 발전은 기계화를 초래한다. 최근에는 ‘로봇의 위협’이라 일컬어지는, 자동화(automation)에 의한 실업의 위협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은 임금이 싸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형태로 글로벌노스(Global North)의 하청이 되고 있다. 허나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임금이 올라가고 기술혁신으로 기계가 저렴해짐에 따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자동화가 끊임없이 촉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일자리를 둘러싼 노동자 간의 경쟁이 격화하고, 임금은 오르지 않은 채 불안정고용이 증가한다. 동시에 실업이 늘어나면 빈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고 볼 수 없다. 마르크스가 말한 ‘빈곤의 법칙’이 지배적이 되는 것이다.

굶주림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대규모 농업경영은 기계화를 촉진한다. 하지만 이런다고 해서 그곳에 고용된 노동자들과 국민의 생활조건이 반드시 개선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선진국 수출용 환금작물(換金作物)은 대규모 농장(plantation)에서 재배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필요한 만큼 재배하는 소규모 가족농가와 전통적 농가는 파괴되고, 국민의 생활기반은 무너지는 가운데, 이들은 경제적인 곤궁에 빠지게 된다.

즉, 경제성장이 식량문제를 저절로 해결하지는 않는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옹호하듯, 굶주림을 줄이기 위해 기업농업(agribusiness)으로부터 가족농가를 든든히 지키면서 투기 등을 규제해야 한다. 식량주권이라는 생각도 중요하다. 하지만, 종종 개발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대규모개발이 수행되곤 한다.

또한 건강과 관련하여, GDP 증가가 반드시 장수와 건강한 기대수명을 늘린다고 할 수는 없다. 가까운 예를 들면, 일본과 한국의 GDP는 미국보다 낮지만 평균 인간 기대수명은 미국보다 거의 6년정도 더 길다. 그 배경에는 식생활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보편적인 국민의료보험제도에 드는 일본인의 연간의료비가 일인당 35만엔인데 비해 미국은 118만엔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인 의료보험제도 등을 중시하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증진에 중요하며, 단순히 GDP를 증가시킨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농업, 의료, 교육을 위해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인프라정비를 위해서도 자본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GDP 증가, 경제규모 확대, 자본 축적과 집중이 기술혁신을 통한 효율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확실히 역사를 되돌아보면 선진국의 경제성장에는 효율성이 수반됐다. 그러나 동시에 그 규모의 증가가 효율성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절대적 탈동조화는 일어나지 않고 환경부하가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효율성이 더 많은 소비를 낳는다는 리바운드 효과의 문제도 있다.

또한 환경부하를 줄이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것이 반드시 총 GDP를 늘리지 않고는 기술혁신과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도 필요한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원조나 탄소세 등의 규제책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이러한 대책들을 실현해 가기 위해 모든 국가에서 반드시 목표8의 경제성장을 계속할 필요는 없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 자체가 아니다. 특히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앞에 두고서 선진국이 지금까지와 같은 경제성장을 계속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내세우는 이유들은 그 근거가 약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그보다도 국가 내 불평등과 국가 간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다루는 것이 목표10이다. (10.1)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2030년까지 각국 국민소득 하위 40%의 소득성장율이 점진적으로 국내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달성하도록 하고 지속시킨다.” 좀 더 혹독하게 말하면, 이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2029년까지는 불평등이 계속 확대될 수 있으며, 2030년까지도 불평등이 확대된 후에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불충분하다. 그리고 여기에 목표8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말해, 여기서도 경제성장을 통한 빈곤층의 소득증대를 내세울 뿐, 기존 부를 재분배하여 평등을 달성하는 것에 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하위층의 부가 국내평균 이상의 비율로 늘어난다고 해도, 일부 슈퍼 리치의 절대적 부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한계로 인해 목표10은 불충분하다.

사이토 코헤이(佐藤幸平, 도쿄대학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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