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펴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지속가능개발’이란 개발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을 가리키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성장과 동의어다. 즉 sustainable development란 경제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개념이며, 최근에는 이것을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속가능개발’과 마찬가지로 ‘녹색성장’도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에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의 정의가 있다. OECD의 정의에 의하면 녹색경제성장 옹호자들은 “우리의 웰빙이 의존하는 자원과 환경서비스를 자연자산이 계속 제공하도록 보장하면서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녹색경제성장’의 정의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추구하는 방향에는 공통점이 있다. 녹색성장은 기술혁신을 통한 효율화와 정부의 개입을 통한 규제와 전환의 촉진을 전제로 한다. 이때 UNEP는 경제성장과 환경부하(負荷)의 ‘탈동조화’를 ‘녹색성장’의 중심에 놓는다. “탈동조화는 보다 자원 효율적인 경제로 전환하는 경우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공식화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다. 글로벌 경제성장이 지구위험한계선에 근접한 상황에서, 경제적 가치의 창조를 자연자원이용과 환경부하로부터 탈동조화하는 것이 긴급하게 요구된다.” 녹색성장의 핵심과제는 “물질 및 에너지 집약도와 성장 간의 절대적 탈동조화”라는 사실이 여기서 분명해진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절대적 탈동조화가 실제로 가능한지의 여부다. 여기서 유명한 환경화학자 토마스 비드만(Thomas Wiedmann) 등의 연구를 언급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국제무역에 의한 수정을 통해 물질발자국(material footprint, MF)을 계산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수정 후에는 선진국에서도 물질발자국의 ‘상대적 또는 절대적 탈동조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국내물질소비량(DMC)의 감소는 사실이지만, 수입 자원의 물질발자국을 감안하면 각국의 물질발자국은 GDP와 같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세계 전체로 보더라도 경제성장과 물질발자국은 밀접하게 함께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즉, 이러한 데이터는 현재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지속적인 탈동조화’를 충분한 규모로 실현할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21세기에 들어서 지금까지 글로벌GDP와 물질발자국은 탈동조화(decoupling)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재결합(recoupling)’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소비의 효율화는 주로 선진국의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1980년대에 비해 40%의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 영국과 미국만이 아니라, OECD회원국을 중심으로 GDP대비 에너지소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따라서 ‘상대적 탈동조화’가 진행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선진국의 추세와는 달리 브라질과 중동의 GDP대비 에너지소비율은 오히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눈앞의 경제성장이 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는 기존의 기술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상대적 탈동조화’조차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너지소비의 효율성이 악화하면 당연히 GDP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율도 개선되지 않는다. 2004년과 2015년 사이 경제성장의 중심은 중국과 브라질 같은 국가로 옮아갔으며, 전지구적으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단지 0.2%만 개선됐다.

요컨대, 이산화탄소 배출을 둘러싼 ‘상대적 탈동조화’는 세계 전체로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50년 배출 제로를 향한 ‘절대적 탈동조화’는 그저 몽중몽(꿈 속의 꿈)일 뿐이다. 물론 몇몇 선진국에서 리먼 쇼크 이후의 장기침체도 있었고 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간이긴 하지만 실제로 감소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2000년부터 2013년 사이에 GDP가 27% 증가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 감소했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절대적 탈동조화가 일어나고 있는 나라(영국, 스페인, 루마니아)에서도 그 비율은 약 3~4% 정도다. 목표하고 있는 비율인 12%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수출과 수입을 고려해서 계산해보면, 북유럽과 같이 환경대책에 앞선 듯이 보이는 국가도 여전히 환경부하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북유럽은 미국과 호주 다음으로 환경부하가 높으며,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는 훨씬 높다.

이런 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혀 줄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절대적 탈동조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는커녕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 유럽 환경청(EEA)도 탈성장을 고려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생활 수준을 물질적으로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행복, 평등, 사회적연대) 높일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기술의 변화만이 아닌 소비와 사회적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서, 왜 북유럽과 같이 언뜻보기에 환경대책에 앞선 것처럼 보이는 국가에서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와 같은 환경운동가가 나오는지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북유럽의 환경대책이 적절했다면 툰베리가 학교 파업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툰베리의 ‘급진적인’ 주장이 같은 세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다. ‘무한한 경제성장의 신화’를 비판하는 연설이 Z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녹색성장도 ‘신화’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화석연료 및 원자력발전에 집착하는 기득권층과 재생가능에너지 및 전기자동차(EV, electric vehicle)에 대한 녹색 투자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대립의 양단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코로나 대유행이 촉발한 변화를 바탕으로 하는 ‘거대한 초기화’를 둘러싸고 녹색성장 대 탈성장이라는 구도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사이토 코헤이(佐藤幸平, 도쿄대학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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