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씨앗을 텃밭에 뿌린 후 하필이면 꽃샘추위가 몰아쳤습니다. 하루 이틀이 되어도 꽃샘추위는 기승을 부리고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씨앗을 뿌리고 물을 흠뻑 주었는데, 마른 목을 축이느라 물을 잔뜩 먹은 씨앗이 얼어 터지면 어쩔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나 햇볕 따스한 봄날, 씨앗은 보란 듯 싹을 내었습니다.

씨앗이 건강한 싹을 틔우려면 ‘꽃눈처리’과정이 필요합니다. 꽃눈처리란 영하 15도 정도로 최소한 보름 정도를 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렇게 작은 씨앗 한 알에도 인고의 과정의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보는 것이겠지요. 볍씨는 한 알에서는 600여 개의 낱알이 열린다고 하니 새싹의 힘, 참으로 대단합니다.

새싹이 흙을 만나면 순탄하게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닙니다.

돌멩이나 단단한 흙 등 복병을 만나기도 하고, 싹을 틔웠다가 꽃샘추위를 만나기도 하고, 뜨거운 태양에 이파리가 말라버리기도 하고, 벌레에게 먹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모든 악조건 때문에 좌절하지 않습니다.

씨앗은 온 힘을 다해 자기 안에 있는 생명을 피워냅니다.

온 힘을 다하지 않고는 피어날 수 없기에 그들은 온 힘을 다합니다. 자기가 뿌리 내란 곳이 어디건 간에 설령, 피어나다가 죽는다고 해도 그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합니다. 우리가 씨앗을 통해 배워야 할 마음을 보는 듯합니다.

고난주간입니다.

고난을 원하는 이들은 없지만, 삶을 살아갈 때에 고난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것입니다. 고난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우리는 내치고, 절망시키기 위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훈련해 정금같이 만들어가시기 위해 주시는 것입니다.

부활은 죽음을 죽인 사건입니다.

작은 씨앗, 그들에게서 부활의 상징을 봅니다.

죽음을 죽인 부활처럼 피어나는 새싹, 그들을 보면 희망이 뭔지를 깨닫게 됩니다.

작은 것 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엇인가를 희망한다는 것은 그 무엇인가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작은 일상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냥 다가오는 일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내가 만나는 일상입니다. 그래서 그 일상조차도 감사하고, 고난 중에서도 감사하고, 항상 기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민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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