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목회할 때, 언젠가 태풍에 마당에 있는 폭낭(팽나무)의 북쪽 가지들이 부러지고 망가졌습니다. 북풍이 주로 많이 불어오기 때문에 북쪽가지들이 많이 다친 모양입니다. 태풍이 지나고, 나뭇가지를 정리하는데 교인들이 남쪽에 있는 성한 나뭇가지들도 함께 쳐주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가 균형을 잃어서 쓰러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랬습니다. 완벽한 좌우대칭은 아니지만, 나무는 좌우의 균형을 맞추며 땅을 딛고 서 있었습니다.

만일 나무가 따스한 남쪽으로만 향한다면 곧 기울어져 땅에 눕게 되고, 땅에 누운 나무는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사람은 어떤가요? 좋은 것만을 추구합니다. 3D업종에 종사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불행한 사회입니다. 그런 일들은 죄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전가하고, 그것도 모자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싼값에 넘겼을 뿐더러 그들의 최소한의 인권조차도 배려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도무지 균형이라고는 없고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 가난한 사람은 끝없이 가난을 짊어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 그러면서도 잘사는 사람들이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데, 어찌 그 사회가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구약성서의 마지막 책, 말라기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
"그때에 내가 가서 너희를 심판하겠다. 마술하는 사람, 간음하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일꾼의 품삯을 떼어먹는 사람, 과부와 고아를 속이는 사람, 외국인을 학대하는 사람, 나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의 악함을 증언하는 증인이 되리라"(말라기3:5)

나무는 살아가고자 뿌리와 나뭇가지와 줄기가 협력을 합니다. 좌우의 균형을 잃어버리면 쓰러지고 만다는 것을 그들은 압니다. 분재 되어 있는 나무들도 좌우 균형의 미를 살리지 못하면 죽고 맙니다.

좌우의 균형을 맞추는데 뿌리와 나뭇가지와 줄기와 더불어 옹이도 그 역할을 합니다. 옹이는 나무가 상처를 입으면 치유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인데 나무의 향이 가장 깊고, 나무 중에서는 가장 단단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무는 상처를 받아들여 자신의 삶을 더욱더 깊고, 단단하게 만듭니다. 나무에는 천 년이 하루와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김민수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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