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저마다 가정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모든 사건이 주인공에게 집중되듯 가정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집중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녀요, 아이들입니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학생을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학비로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아이들의 간식거리와 사교육비 등 대부분의 수입을 아이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미래’라는 말이 가진 속임수에 넘어가 마치 우리 아이들의 현재는 미래를 위해서 희생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시험성적은 잘 받아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이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가르치고, 부모들도 온 힘을 그곳에 쏟아붓는 것입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주인공입니다. 더 넓게 생각하면 아이들뿐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가 지금 여기서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애기똥풀은 줄기나 이파리를 꺾으면 노란 진액이 나오는데 그것이 아가들의 똥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조금 불경스러운 이름을 가지긴 했지만 귀여운 꽃이요, 들판 여기저기에서 잘 자라는 우리 들꽃입니다. 애기똥풀이 ‘아기’와 관련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그의 꽃말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합니다. 희망이 없는 미래는 없습니다. 오로지 절망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희망’을 꿈꾸는 것입니다. 그것이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요즘 우리 아이들은 시험을 보는 기계가 되어버렸습니다.

마음껏 뛰어놀고, 꿈을 키워야 할 시기에 오로지 학교와 학원만 오가며 시험성적으로 자신의 미래의 명암을 결정 당하는 것입니다.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온 가족이 1박 2일이라도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고3 수험생을 둔 아빠가 미친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고서는 씁쓸했습니다.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놓고, 우리는 주인공들을 너무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가정의 달입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들이 있지만, 때가 되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애기똥풀처럼, 가정마다 좋은 일들이 흐드러졌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수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