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매된 듯한 가룟 유다

오늘 이야기는 가룟 유다의 배반에 관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가룟 유다 하면 어떤 단어(이미지)가 떠오릅니까? 가룟 유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다보면, 성서와 기독교 역사에서 가룟유다의 이미지는 일방적으로 매도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성서의 표현대로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유대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긴 제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미지는 거의 사탄이나 악마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룟 유다에게 배신자뿐만 아니라 위선자, 사기꾼, 돈에 눈먼 사람 등 온갖 악인으로 취급될 수 있는 이름을 붙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13’이라는 숫자를 싫어하는 것도 유다와 관련 있는데, 함께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바로 13번째 사람이 유다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조선에서도 ‘거짓말쟁이’나 ‘나쁜 사람’을 가리켜 ‘유다 같은 놈’이라는 욕설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가룟 유다에게 붙여진 부정적 이미지의 대표적인 예는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예수와 가룟 유다의 모습을 그릴 때 모델이 되었던 사람에 관한 일화입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시실리안 성당에 벽화를 그릴 때의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소년 예수의 모델을 찾아다니다가 열 두 살 된 아름답고 순진하게 생긴 소년을 발견하고는 그를 모델로 해서 예수님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20년 후 그는 <거룩한 주간>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이때 예수님의 제자 가룟 유다를 그리려고 했으나 마땅한 얼굴이 연상이 되지 않아 가룟 유다의 모델을 찾기 위해 한동안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걷다가 매우 험악한 얼굴로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있는 술주정뱅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를 보자 가룟 유다의 모습이 연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빈치는 그 술주정뱅이에게 모델일 되어 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그러자 그 술주정뱅이는 다빈치를 알아보고 반문했답니다. “혹시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습니까? 20년 전에도 당신의 모델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제야 다빈치는 그 술주정뱅이가 옛날 소년 예수의 모델을 했던 장본인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가룟 유다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

가룟 유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가룟’ 혹은 ‘이쉬카리옷’(Ισκαριωθ)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① ‘가룟’ 혹은 ‘이쉬카리옷’(Ισκαριωθ)을 지명으로 보아 ‘카리옷 사람 유다’(참조: 여호 15:25 ‘그리욧헤스론’)로 볼 수도 있고, ② ‘저격자’ ‘자객’으로 해석되는 Sicarius로 볼 수도 있으며, ③ 후대의 해석이 짙게 밴 방식으로 ‘거짓된’을 의미하는 아람어 seqar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가룟 유다가 배신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습니다. ① 탐욕적이어서 제사장의 돈을 탐내어 예수님를 팔았다는 설(마태, 요한), ② 열성적으로 예수님을 따르면서 예수님이 통치하는 왕국의 출현을 기대하였으나 그 기대가 어긋나자, 실망하여 스승을 배신했다는 설, ③ 악마가 그 속에서 역사하여(누가, 요한)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배반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설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성서에 부분적으로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가룟 유다는 ‘유다 이쉬카리옷’인데 “카리옷의 남자”(히브리어 이쉬는 남자란 뜻)란 뜻입니다. 카리옷은 유다 남부의 도시입니다. 다른 예수님의 제자들은 북부의 촌스러운 갈릴리 사람들 이었는데 유다만은 도시 사람입니다. 다른 복음서보다도 요한복음에서는 가룟 유다를 더욱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께 기름을 붓는 이야기에서 여인에게 핀잔을 준 사람이 바로 가룟 유다라고 합니다(마가는 ‘몇몇 사람’, 마태는 ‘제자들’, 누가는 ‘바리새인 시몬’). 그는 돈주머니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가룟 유다가 도시 사람이고 회계를 담당했기 때문에 얍삽하거나 돈의 유혹에 약했다고 동정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쉬카리옷 유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부터 이스라엘의 독립을 위하여 노심초사 애쓰던 독립운동가(열심당원)였다고 합니다. 그가 예수님의 무리에 합류한 것은 예수님이 이스라엘을 회복할 만한 인물, 즉 약속된 메시야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러한 환상이 무너지자 예수님을 팔았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자객으로서 유다’는 가룟 유다가 유대의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인 집단의 일원임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추정은 ‘열혈당원이라고도 하는 시몬’(누가 6:15)이라는 제자가 있었다는 데에서 그 개연성을 찾기도 합니다.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한 속내가 유월절에 예루살렘에서의 저항(폭동)을 기대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나, 또한 제자들이 사실상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를 일종의 ‘정치적 왕국’으로 기대했던 면 등이 드러나는 점에서 상당히 그럴 듯한 추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유다 자신에 관한 전승에서 그것을 추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추정은 현대 서구 신학자들의 이념적 편견에서 비롯된 가설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폭력’과 ‘비폭력’을 대립구도로 설정하고, 예수님의 노선을 폭력으로부터 방어함과 아울러 현대의 저항운동에 대해 거리를 유지하려는 보수적 서구 신학자들의 이념의 산물일 수도 있습니다.

유다복음 - 가룟 유다에 대한 또 다른 해석들

최근에 영지주의 계열의 문서라고 알려진 <유다복음>에서 가룟 유다는 전통적인 시각과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아주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이성(理性)을 중시하는 일반 기독교의 주지주의(主知主義)적 전통에 맞서 신비적 신앙지식(영지; gnosis)에 의해 인간은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신앙입니다. “영지”란 일반적인 지식과는 달리 ‘자신의 영혼의 근원과 하나님의 본질, 그리고 우주와 세계가 생성된 원인과 이 모순된 현실에서 벗어난 근원의 본질 등으로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식’이라고 설명됩니다.

<유다복음>에서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12제자 가운데 예수님이 육신을 벗어야 부활할 수 있음을 유일하게 인식한 수제자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가롯 유다의 배반이 사실은 예수님이 인류를 구원하는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 유다와 모의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즉 가룟 유다의 배반은 예수님의 지시였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이 가룟 유다에게 빵을 적셔서 건네주면서(다른 복음서에서는 손을 함께 넣는 사람이라고만 한다.) “네가 할 일을 어서 하여라.”라고 말하는 것은 그러한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네 복음서에서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한 일이나 예수님이 죽임을 당하는 사건은 하느님의 계획(섭리)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가룟 유다는 하느님의 계획대로 움직였을 뿐인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적극적 동정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하느님의 계획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공동체 내부에서 지배이념에 물들거나 넘어간 사람에 의해서 그 길의 건설자인 예수님을 넘겨주는 역설적인 사건이 발생하도록 했다는 것이지, 가룟 유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가룟 유다는 많은 문학작품에 등장하거나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단테의 <지옥>에서 유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 및 카시우스와 함께 지옥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 있습니다. 이슬람의 논쟁 문학에서는 가룟 유다는 배신자로 등장하지 않고, (십자가에 달리지 않은) 예수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유대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14세기 천지학자(天地學者) 앗 디마슈키는 유다가 예수님으로 변장하고서 대신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고 주장합니다.

“나는 아니지요?” 그리고 돈에 지배되는 세상

복음서마다 조금씩 다른, 그리고 공통점도 있는 가룟 유다의 배신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가룟 유다는 유대 지배자들이 예수님을 잡아 죽이려는 일을 명절 전에는 하지 말자고 한 계획(14:2)을 변경하게 합니다. 그는 예수님을 배신하고 그들에게 넘겨주는 대가로 은돈을 받습니다. 마태복음에서는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넘겨주는 대가로 무엇인가를 요구했을 때 지배자들이 은돈 30닢을 주었다고 합니다(스가랴 11:11-12). 그 액수는 노예 한 사람의 값이라고 합니다. 은돈을 받거나 받기로 한 것은 사람이 돈에 팔리는 세상, 돈을 쫓아서 목숨을 거는 세상, 돈에 의해서 자기와 양심을 파는 세상과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돈에 팔렸는지 권력에 팔렸는지, 한 때는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국무총리가 되어 이명박의 딸랑이를 자처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유월절 식사를 하면서 예수님은 말합니다. “아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 곧 나와 함께 먹는 사람이 나를 넘겨줄 것이다.” 이 말을 듣고서 제자들은 저마다 “근심하면서” 묻습니다. “나는 아니지요?”(Mh,ti evgw,) 근심하다[λυπέω]는 “괴롭히다, 슬프게 하다, 고통을 주다, 마음 아프게 하다, 고민하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들은 자기들 중에서 예수님을 배신할 사람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많이 아프고 괴로워합니다. 게다가 그 사람이 바로 나라면 더 괴로울 것입니다. 점점 위기가 다가옵니다.

“나는 아니지요?” 하는 물음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이 가는 길을 계속해서 따라야 할지를 확신할 수 없는 나약한 태도입니다. 그 사람이 내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 괴로우면서도, 예수님의 길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에 슬픕니다. 우리에게는 예수님의 길을 따르고 예수님의 잔을 함께 마실 수 있는 확신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 확신은 누구에 의해서 평가되기 이전에 먼저 나의 결단이고, 누구보다도 나의 마음이 더 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아니지요?” 하는 물음은 나는 아니기를 바라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입니다. 그 말 속에는 서로 높은 자리에 앉겠다고 자기들끼리 다투었던 제자들이 배신자가 있다는 말에 나만은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결과가 예상되는 일에는 서로 하겠다고 다투면서도, 어렵고 힘든 길은 굳이 내가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유다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정죄할 수 있겠습니까?

가룟 유다나 나나, 오십 보 백 보

예수님을 배신하고 유대 지배자들에게 넘겨준 가룟 유다나 다른 제자들이 차이나는 것은 없습니다. 누가 누구를 탓하거나 핀잔할 수 없습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예수님이 세 번의 수난예고를 하는 동안에도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다툼으로써 예수님을 안타깝게 했던 제자들은 결국 예수님이 잡힐 때에 모두가 달아났고, 제자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인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이야기 할 때에 믿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십 보 백 보입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결정적인 문제나 논란거리가 있을 때에 먼저 나를 돌아봅시다. 내가 가는 길에, 내가 하는 일에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그 길을 가면서, 그 일을 하면서 화려함과 영광스러움을 추구하지 않았는지 헤아려 봅시다. 그 길, 그 일이 어렵고 궂은 일일지라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험난한 길이 다가올 때에 발뺌하기 위해서 책임을 떠넘기려 하지 않았는지를 성찰합시다.

“나는 아니지요?”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맙시다.

“나는 아니지요?” 하면서 잘못을 전가하지 맙시다.

“나는 아니지요?” 하면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지 맙시다.

“나는 아니지요?” 하면서 다른 동료를 핀잔하지 맙시다.

“나는 아니지요?” 하면서 따를 수 없음을 정당화 하지 맙시다.

“나는 아니지요?” 하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을 감추려 하지 맙시다.

차라리 내가 확신하고 있다면 묵묵히 길을 가면서 일을 합시다.

차라리 “바로 나입니다.” 하면서 잘못을 고백하고 되돌릴 수 있도록 회개합시다.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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