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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꽝입니다. 편안히 주무세요"지인들과 함께 한 '로또 에피소드'
송상호 기자 | 승인 2010.07.06 13:59

얼마 전에 지인들과 함께 서울에 있는 시민단체를 탐방하고 왔다. 헤어지기가 아쉬워 뒤풀이를 했다. 물론 술은 기본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기운이 오르니 재미있는 놀이가 시작되었다. 바로 '물건 몰아주기 놀이'. 물건들을 내놓고 가위바위보 등을 해서 이긴 한사람에게 몰아주는 놀이 말이다. 이 놀이가 이번 '로또 에피소드'의 시작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 술판 이때부터 우리는 웃음 폭탄을 떠뜨리며 '로또 에피소드'로 가고 있었다.
ⓒ 송상호
로또

먼저 '오이 몰아주기'가 시작되었다. 당초 시민단체를 탐방하면서 선물로 준비했던 오이가 남아서 시작된 것. 나의 아내를 포함한 8명에게 배분된 오이는 각자 두 개 씩 이었다. 오이를 한 개씩 판 중앙에 내 놓았다. 가위바위보가 아니라 '아이폰'으로 주사위를 굴리는 방식이 합의되었다.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지고. 모두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승자가 결정된다. 아슬아슬하게 희비가 엇갈릴 때마다 모두 우스워 죽는다며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이렇게 두세 번을 끝낸 결과 우리 중 최고 연장자 아줌마가 승리를 했다.  

다음 물건은 뭐 없을까 살펴보다가 맥주 한 병이 당첨 되었다. 사온 맥주 중 따지도 않은 새 맥주였다. 이번에도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결국 이번에도 최고 연장자 아줌마에게 돌아갔다. 두 번씩이나 한 사람에게 행운이 돌아갔다. 이번에도 배꼽잡고 '까르르' 웃는 것은 기본이었다.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마흔이 넘었고, 최고 연장자는 최근 손자 할머니가 된 50대 여성이다. 술의 힘이 좋긴 좋나보다. 희비가 엇갈릴 때마다 웃음과 탄식이 교차하는 모습은 딱 '초딩'들의 모습이었다.   

이 때, 지인 중 누군가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아니 이렇게 당첨 기운이 좋은 분이라면 로또를 사면 어떨까. 기운이 좋을 때 한 번 저지르면 좋을 듯" 

이 말을 연장자 아줌마는 흘려 넘기지 않고 거들었다. "요즘 내가 운이 좋긴 좋아. 생전에 어디에 가서 당첨되는 일이 없었는데, 최근 어떤 행사에서 행운권 추첨에 당첨이 되어 자전거를 탄 거 아녀"라고. 

  
▲ 로또 번호 우리가 당일 산 로또 번호다. 서로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또는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용지 위에 별표를 치는 치밀함까지 발휘하며 웃었다.
ⓒ 송상호
로또

이때부터 우리는 '로또 조크'가 바야흐로 봄물 터지듯 터졌다.

 

"일등 당첨되면 몇 억씩 나눠 가질까."

"잔소리 말아. 당첨금으로 땅을 먼저 사서 시민단체 빌딩 지을 겨."

"일등 당첨되면 아줌마는 조용히 사라지는 거 아녀. 안 나누려고."

"나는 내 땅 사고 내 집 지을 란다."

 

서로 웃어가며 이런 저런 바람을 나누느라 끝이 없다. 설령 당첨이 안 되더라도 그렇게 말하며 웃는 순간은 정말 행복 그 자체였다. 아마도 이 맛에 '로또'를 사나보다. 

이렇게 우리는 빌딩을 몇 채나 짓고 부수고, 땅을 몇 만 평 샀다가 되팔기를 끝낸 후 돈을 각출했다. 1인당 천 원씩을 걷었다. 한 쪽이 많이 내면 당첨된 뒤에 분배하기 곤란해진다며 공평하게 걷은 금액이다. 단, 주인공에겐 한 장 더 사는 혜택을 주어 모두 9장을 샀다.   

마침 로또 복권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근처에 복권가게가 있었다. 지체 없이 로또를 샀다. 실제로 그 가게에서 산 로또가 일전에 일등에 당첨된 전적이 있다며 기대를 한껏 부풀리면서. 이래저래 조짐이 좋아 보였다.  

운수대통의 조짐을 보였던 연장자 아줌마만 복권에 손을 대었다. 행여나 한 번 만져 보려는 주위 지인들을 서로 말렸다. 혹시 부정탈까봐. 단지 증거를 삼기 위해 각자의 휴대폰으로 복권을 촬영하는 것만 허락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로또 희망'은 계속 발언되고, 웃음은 그칠 줄 모르고.  

그렇게 재미있는 한 판이 마무리 되었다. 인사하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연장자 아줌마가 복권을 들고 집으로 갔다. 

  
▲ 행운의 주인공 오늘 로또를 사게 만들었던 행운(?)의 주인공일 로또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다른 사람들은 부정탄다는 이유로 로또에 손도 못대게 했다. 웃으면서.
ⓒ 송상호
로또

그날 밤, 잠자리에 들려는 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로또 꽝입니다. 편안히 주무세요"라고.

 

그 문자를 아내와 함께 보면서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덧붙이는 글 | 이 에피소드는 지난 6월에 지인들과 함께 한 것입니다.

송상호 기자  shmh06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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