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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칭찬에 '초고속 광랜 삽질'하다쉬는 날, 아내와 함께 텃밭을 일구다
송상호 기자 | 승인 2010.05.10 13:24

"여보,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니 밭 좀 만들죠."

아내가 일요일(5월 9일) 아침에 그런 말을 한다. '허걱', 지금 일하자는 이야기? 아내보다 더 집에 자주 있는 나지만, 밭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 아니다. 밭을 가꾸고 식물을 돌보는 것은 아내가 좋아한다. 사실 십수 일 전부터 밭을 만들어야 한다고 아내가 이야기했지만, 내가 들은 척 만 척한 셈이다.  

결국 아내가 일 주일에 유일하게 맘 편히 쉬어야 될 일요일에 밭일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미안해야 될 나지만, 일단 밭일을 한다고 하니 맘이 내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일하기가 별로인 것은 별로니 어쩌랴.

이렇게 시작된 밭일. 밭이래봐야 앞마당 조금, 뒷마당 조금이다. 농부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못되는 분량이다.   

  
▲ 몇 년 전 삽질 사진은 몇 년 전 지인들과 함께 가꾼 밭에서 삽질하고 있는 본인이다. 오늘 아내와 함께 밭에서 이런 삽질을 한 것이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삽질하나는 잘하는 편이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묵었던 밭을 삽으로 뒤집어엎는 것은 나의 몫이다. 아내는 뒤집어엎은 밭을 고랑을 낸다. 그런 후 비닐을 씌운다. 한 고랑 두 고랑을 하다 보면 힘은 들지만, 일이 가속이 붙는다. 하나 둘 되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번 시작하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항상 이런 식이다.  

한참 밭을 일구고 나니 이웃집 할머니가 우리 부부를 보러 오셨다.  

"밭 일구는구먼."

"예. 오늘 아내가 하자고 해서."

"그려 진작 그랬어야지."

"아, 예. 제가 아내를 도와주는 거예유."

"도와주는 거가 어딨어. 같이 먹을 건디."

"아녀요. 제가 밭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아내가 하면 도와 주는 스타일이라는 이야기쥬." 

꼭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무슨 의무감마냥 할머니에게 주절댄다. 이웃집 할머니가 내가 하는 말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신다.    

"근디. 우리 집 고추 모종 좀 줄까벼."     

할머니가 고추 모종이 좀 남으셨다며 주신단다. 얼른 감사하다고 하고 얻어왔다. 바로 비닐 씌우고, 고추 모종을 심고 물을 주었다. 이웃집 할머니가 고추 모종을 주시니, 일이 더 신났다. 내킨 김에 뒷마당에 있는 텃밭도 손을 댔다. 뒷마당은 앞마당보다 훨씬 넓다.  

"오늘 이거 다 할 수 있을까?" 

아내가 말하자마자, 내가 응수한다. 

"그럼 한 번 시작했는디, 끝을 맺어야지." 

아내도 평소 앞마당보다 뒷마당이 분량이 많아서 훨씬 신경 쓰였던 곳이다. 하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지금 내가 그 꼴이다. 하기 싫어서 그러더니 지금은 재미가 제대로 붙었다. 

흙을 뒤집고, 흙을 퍼내고, 흙이 모자라는 곳은 흙을 던져 넣고. 소위 '삽질'을 했다. 오래 간만에 하는 삽질이라 힘이 들었다. 하지만, 아내 왈. 

"아이고, 울 남편 잘한다. 울 남편 잘해." 

라며 자꾸 부추긴다. 그 맛에 나는 더 신나서 삽질 속도가 빨라진다. 몸에 무리 가는 줄도 모르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초고속 광랜 삽질'을 해댄다. 삽질을 끝내고, 같이 비닐 덮어씌울 차례다. 아내와 내가 우리집 막둥이 아들을 부른다.  

"야, 아들. 일기 쓸 거리 만들자. 이리 와봐라." 

힘센 부모가 부르는데 지가 안 오고 배기랴. 이래서 3인 1조가 되어 비닐을 씌우고, 흙도 덮어주고, 가장자리도 다듬었다. 아들도 힘들다면서 곧잘 한다. 이렇게 8고랑 정도를 만들고 물을 주고 일이 끝났다.  

"아이고, 오늘 울 남편 예뻐 죽겠네. 오늘처럼만 일하면 더 바랄 게 없겠어." 

그동안 뒷마당 텃밭을 언제 만드느냐며 신경 쓰고 있던 아내는 짐을 훌훌 털어버린 듯 기분이 좋아 보였다. 끝나고 아들과 함께 샤워를 하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늘 느끼지만, 행복이 멀리 있는 것 아닐 터. 

그런데 오늘 좀 무리 했나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몸이 욱신거리고, 숨이 가쁘다. 안 하던 짓 하니, 몸이 놀랬나보다. "히히히히히."

송상호 기자  shmh06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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