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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암 극복보다 더 진한 인생드라마5천 평 농장을 여성 혼자서 일궈가는 사연
송상호 기자 | 승인 2010.04.29 14:53

평범한 사람으로선 암을 이겨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암을 극복 했다는 이야기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낸 한 여성이 안성에 있다. 바로 안성 금광새재 허브농원 김옥기 대표(52세)다.  


골수암 극복, 그리고 허브농장 개원
 

그녀는 20대에 골수암을 앓았다. 의사들은 그녀에게 소위 사형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서 병을 얻었으니 이 세상 어딘가에 해결할 길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전국을 뒤졌다.  

다행히 길은 있었다. 산야초 등 친환경 식물을 먹고 자신의 골수암을 이겨냈다. 이런 계기로 그녀의 ‘허브사랑’, 나아가서 ‘식물사랑’은 시작되었다. 

   
 
  ▲ ⓒ송상호 골수암 때문에 무릎을 잘라내어 의족을 하고 다니는 김옥기 대표. 하지만 그녀가 일궈낸 5천 평 농장은 비장애인이 엄두도 못낼 세상이다. 자신이 키우는 모든 풀들을 자식이라 여기며 새벽 5기부터 계속 일하고 산다.  
 

처음 허브 농장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였다. 금광면 삼흥리에 자리 잡은 농장은 2002년도에 시작되었다. 아는 사람으로부터 빚을 내어 시작한 것. 이 빚을 갚느라 15년이 걸렸다. 

2천 평 땅에 시작한 처음 농사는 그야말로 척박했다. 허허벌판에 웅덩이가 있는 황무지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다가 조금씩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갔다. 거의 9년 세월 만에 대형 비닐하우스만 15동. 자신조차 꿈에도 생각 못한 세상을 보면서 감회가 늘 새롭다. 이제 도지세를 주고 얻은 2천 평 땅엔 채소 농사도 짓는다. 그래서 그녀가 일궈가는 땅만 해도 도합 4천여 평 정도나 된다. 

의족에 의지해 자식(풀)을 돌보다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거의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 식사도 하루 2끼로 족하다. 아침 먹고 일하면서 중간 중간 자신이 키우는 풀들을 즉석에서 뜯어 먹기에 가능하다.  

이러한 사실보다 더 놀라운 사실 하나. 그녀의 왼쪽 무릎이 의족이다. 그냥 보아도 절뚝거린다. 골수암 때문에 잘라낸 무릎이다. 이런 그녀가 이토록 일을 해내다니. 그나마 4년 전 병원에서 퇴원한 남편이 힘이 되긴 하지만, 특수한 상황이라 농장관리와 운영은 모두 그녀의 몫이다.  

처음엔 자신의 건강 회복을 위해 죽도록 일을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풀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밭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돌본다는 마음이기에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를 무시해도 좋지만, 내 자식들을 무시 하는 것은 견디기가 힘들어요.”라며 눈시울이 불거지는 김옥기 대표. 방문한 손님들 중 식물을 뿌리 채로 캐가거나 함부로 가지를 꺾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 아팠던 심정을 털어 놓는다.

 

유기농 농사하는 동화 같은 이유 

흔히들 유기농을 하는 이유는 “몸에 해롭지 않다. 유기농 농작물이 돈이 된다.”는 등의 이유지만, 그녀에겐 특별한 이유가 있다.  

“자식에게 어떻게 독약을 먹여요. 제겐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 나는 얘들 엄마거든요.” 

참으로 동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녀에겐 진실이다. 하루 종일 일을 해도 피곤할 수 있겠건만, 자식을 돌본다는 마음에 일할 때만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허브농장엔 화려함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흡사 하우스 안에는 풀밭처럼 보인다. 화려한 허브농장을 생각하고 여기에 갔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다.  

보기 좋은 외관보다 식물들이 자연 그대로 공생하는 역학구도를 살렸다. 그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그녀가 고안해낸 고도의 천연 공생 전략이다. 그것은 어떤 책에도 없는 그녀만의 농법이다.  

“허브로 물을 내어 밭에 뿌리면 전혀 벌레가 달려들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농장엔 100% 무농약 무비료지요.” 

   
 
  ▲ ⓒ 송상호 그녀가 일궈낸 농장 전경이다. 농장이라기 보다 흡사 비닐하우스 촌같다. 여기엔 100% 무농약 무비료 농법의 허브와 채소와 과일 등이 산다. 그러기에 화려함은 어디에도 없다.  
 

유기농 허브농장 고집하기에 마음은 아팠다 

“그러니까 당신이 돈을 못 버는 거야. 적당한 비료와 농약을 주어야 상품이 되지.”라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내가 당신이 농사한 유기농 채소들을 사갈 테니 열심히 농사나 지으슈”라고 해놓고 하나도 사가지 않은 사람 때문에 채소 재고가 창고에 넘칠 때면 또 한 번 마음에 멍이 들기도 했다.  

오죽하면 올해 5학년인 늦둥이 딸이 “엄마, 이제 우리 형편이 바닥을 쳤으니 더 이상 내려갈 때도 없잖아요. 이제 좋은 일만 남았어요. 운명을 받아들여요.”라고 위로했단다. 그 말을 듣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는 그녀. 고맙기도 했지만, 어린 나이에 그런 말을 하는 딸아이가 얼마나 인생이 힘들다고 느꼈으면 벌써 저런 말을 했을까 싶어서였다.  

사실 그녀에겐 30대가 된 딸이 두 명 더 있다. 하나는 벌써 시집갔고, 하나는 미혼. 미혼인 딸이 공장 다니면서 벌은 돈으로 막둥이 학비를 대고, 엄마의 생활비에 보탬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막둥이 딸은 철이 너무 일찍 들어버린 것이다.

 

허브 농장 그만두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 

이런 상황이기에 농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농장을 팔면 분명 사업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자식(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까봐서다. 

그것보다 더 짠한 이유. 그것은 딸아이가 “엄마, 내가 20세 될 때까지 어떡하든 이 농장을 지켜줘요. 그러면 내가 한의사 대학에 진학해서 엄마의 농법과 농장을 세상에 떳떳하게 알릴게요. 엄마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엄마의 노하우가 얼마나 위대한 가를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앞으로 막둥이를 위해서라도 이 농장은 8년을 더 버텨야할 이유가 생겼다.

 

금광새재 허브농원 031-674-5457

 

송상호 기자  shmh06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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