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메이나드 케인즈. 전후 대공황 시절 국가의 시장 개입을 주장하며 위기를 넘기도록 이론을 제공했다.

관심을 가지고 읽는다고 한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뭘 알겠나마는 요즘 케인즈와 케인즈주의에 대해 책들을 뒤적거리고 있다. “IMF 외환위기”(Currency Crisis)니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Subprime Mortgage Crisis)니 하는 경제위기가 터질 때마다 회자되었던 경제학자이기도 했지만, 자본주의 세계가 완전한 탈바꿈을 하지 않는 이상은 어느 책의 제목처럼 『Decent Capitalism』(원저의 제목은 “괜찮은 자본주의”인데 한국어로는 『자본주의 고쳐 쓰기』로 번역되었다. 다음 기회에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이 되려고 한다면 어느 학자를 공부하면 좋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케인즈의 책들과 그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고는 있지만, 그리고 케인즈를 비판한 현대의 경제학자들의 글도 많지만, 케인즈 시대에 케인즈의 경제학 이론을 비판한 이야기는 없을까 하고 논문을 찾다가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논문의 저자는 Evgenii S. Varga(에브게니이 바르가, 1879-1964)라는 옛 소련의 헝가리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이다. 내가 읽었던 글은 바르가의 저서, 『자본주의 경제학의 제문제』(1965)의 한 부분인 “케인즈주의는 왜 인기가 있는가”이다. 러시아어에서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국어로 재번역한 글이었다.

그의 비판을 몇 대목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케인즈는 자본주의 경제의 표면적 현상만을 문제로 삼았다. 맑스의 말을 흉내 내어 말하자면, 그는 부르주아 사회의 표면, 외관을 마구 주물러대는 천재라고 할 수 있다. 고전파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많은 지면을 써서 설명한 (그리고 나중에 맑스가 남김없이 해명한)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적 카테고리에 케인즈는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는 상품과 화폐, 가치와 잉여가치, 이자와 기업자이득에 관해서 어떤 분석도 하고 있지 않다. 그는 개별자본의 운동법칙과 사회적 총자본의 운동법칙을 구별하고 있지 않다, 등등. 그에게 있어서는 만사가 명확하고, 만사가 표면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 케인즈는 고전파 경제학자들의 학설을 공공연히 부정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설명하는 바를 이론적으로 더듬어 올라가면, 마침내는 맑스주의에 도달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역사적으로 일시적인 성격의 것임을 승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독점자본의 이익의 대변자인 케인즈에게 있어서는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 케인즈가 과제로 삼았던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자본주의의 결함들, 특히 만성적인 대량실업은 자본주의 제도 그 자체에 의해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심리적 법칙에 의해서 발생된 것이고, 따라서 그 책임은, 지배적인 대(大) 부르주아지, 독점자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제도와는 관계가 없는 영구적인 요인들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

(2) 실제로는 독점부르주아지의 이익에 봉사하면서도 외형상으로는 개량주의자들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책들을 권고하는 것.

W. 포스터는 이를 케인즈주의는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이에 대한 자본주의 경제의 해답이다라고 규정했다. 케인즈는 어떻게 해서 자본으로부터, 부르주아지로부터, 자본주의의 결함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면제할 수 있을까?”

정리해 보자면, 바르가는 이 글에서 대공황을 계기로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에 의해서까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케인즈주의는 독점자본의 탐욕·착취를 영구화하기 위한 이론이라고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진보적인 이론도 아니고 반동적인 이론이라고 혹평한다. 케인즈 이론을 이렇게 비판한다면, 간접적으로나마 신자유주의적이 이론·정책이 결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케인즈주의와 다른 것이 아니며, 케인즈주의 (극) 우파의 이론과 정책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20쪽 정도의 분량의 글이지만 읽고 있으니 자꾸 웃음이 난다. 케인즈의 이론을 아직 모르고 있으니 그에 대한 비판도 아직 딱 하고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전후 전세계에 몰아닥쳤던 대공황의 물결 속에서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위기를 넘기도록 한 그의 이론은 무시되지도 않았고 여전히 무시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더군다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는 금융자본주의를 제어할 힘이 국가에게 있는지 의문이 가지만, 어쨌든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케인즈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어떤’ 케인즈가 부활할 것이냐?”가 문제일 것 같다. 단순히 그가 이야기했던 이론일 것인지, 아니면 ‘케인즈 정신의 부활’일 것인지는 여전히 미궁이기도 하다. 어느 경제학자는 이런 말을 했었다. “케인즈 혁명은 일어나 본 적이 없다. 케인즈주의 혁명은 (실패한 혁명으로) 존재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바르가의 케인즈의 비판대로라면 케인즈의 부활이 우리 시대에 복잡하게 미로로 들어간 시장과 경제를 구원할 투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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