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산골에 새들의 번식기여서인지 다양한 새소리가 정말 좋다. 새소리들으며 하루 노동을 시작하고,새소리 들으며 점자리에 든다는 것은 큰행복이다.
며칠전 모내기때 형틀목수하는 후배가 와서 도와주었다. 평상시 나보다 더한 노동을 하며 사는 친구임에도 해마다 모내기철엔 꼭 와서 도와준다.
사실 이 친구도 산골에서 농사짓고 단순소박한 삶을 살고자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하였다. 하지만 막상 살 터전을 구하려니 독신이라는 것이 많은 장애가 되었다.
아직도 시골에선 남자가 나이가 먹어 가정을 꾸리지 못하면 무척 불안하게 본다. 그리고 농사일 자체가 혼자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가족이 기본인 것이다. 그런데다가 돈도 가진 것이 없다보니 산골에 터전을 마련 못하고,도시외각에 농가집을 구하고 흙집 짓는 기술을 배우려 다녔다. 몇년 전국을 돌며 기술을 배우더니 이젠 혼자 독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론 호구지책하기엔 수요가 불안정하기에 이젠 한옥기술을 배우려 다녔다. 그래 몇년 다니다 보니 어느정도 한옥집 짓는 기술을 익혔다 싶었다. 그런데 그사이 한옥에도 구조변화가 생겨 옛날처럼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공장식으로 미리 틀을 짜와 맞추는 식으로 변하였다. 일할 기간이 훨씬 단축되고 일거리가 사라졌으며 전국 여기저기 한옥학교에서 기술자들이 쏟아져 들어 왔다.
참! 이것도 아니네 하여 흘려 들어간 것이 다시 도시로 귀환하여 시멘트 건물 짓는 형틀을 만드는 목수일이다.
귀농하여 호구지책을 찾아 돌고돌다 보니, 다시 도시다.
지금 많은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귀농정책을 펴고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귀농을 많이 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막상 귀농해보면 지자체나 국가의 지원은 그리 도움이 되질 못한다. 실제 국가적 차원의 농업정책은 대농 부농 기계농 위주로 모든 지원이 집중된다.
그래서 농촌에 논밭이 나와도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가고 정책자금도 소농들은 꿈도 꾸질 못한다. 돈없이 몸만 가지고 가치지향적인 소농의 삶,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을 그리 반기지도 않으며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구석지 오래 묵힌 논밭들이다.
고생은 많이 하지만 소출도 적고 생산한 소출을 팔 판로도 어렵다. 그래서 내 주위에선 적지않은 귀농자들이 농사짓고 살고자 시골에 내려 왔지만 농촌에 자리잡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위 후배처럼 적지 않다.
이젠 귀농도 도시에서부터 공동체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함께 준비하고 농촌에 파송하고 함께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하여 고민하고 나누고 하면서, 무엇보다 귀농한 사람이나 가정이 터전을 잡을때까지 기본 생활이 되도록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책임지는 방식 말이다.
그리고 국가도 세월호을 겪으면서 돈보다 효율보다 생명이 중요함을 뼈아프게 각성하고, 농업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땅의 생명 다양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농업 그리고 그것을 수천년동안 담당해 왔던 소농들의 가치을 재발견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인적물적 지원이 가도록 해야 농촌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후배에게 물었다. 앞으로도 계속 형틀목수로 전국을 돌아 다니며 살 것이냐? 그럴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선배로서 참 무능력함을 통감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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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직도 산골에 많은 새들이 산다는 것은 아직도 산골에 새들이 먹고 살 집이 있고 새끼들을 키울 먹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계속 남벌이 되고 땅이 물이 오염된다면 새들도 이 산골을 떠나겠지.
만약 새들이 떠난다면, 인간은, 나는, 살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샬롬!
안태용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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