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5.16, 아버지가 아니라 강간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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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젠 죽는다. 이 배를 갈라주셔요.” 하는 것이 아기 낳기 싫어서 하는 말일까? 아기어미의 앓는 소리가 듣기 싫거든 애당초 아기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소리내지 말라 하면 너무도 잔인 아닌가? 그것은 아기 아버지가 아니라 강간한 놈이다. 나오는 아기부터가 “으앙”하고 소리 지르고야 나온다. ... 그런데 나보기에 걱정은 이 혁명에 아무 말이 없는 것이다. 말이 사실은 없지는 않은데, 만나면 반드시 서로 묻는데, 신문이나 라디오에는 일체 이렇다는 소감이나 비평이 없다. 언론인 다 죽었나? 죽였나? 이따금 있는 형식적인 칭찬 그까짓 것은 말이 아니다. 그것은 혁명의 말이 아니다. 의사 보고 병인이 허튼 소리를 하거나 몸부림을 하거나 관계 아니 한다. 왜?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총칼 보고 겁을 집어 먹었지? 겁난 국민은 아무것도 못한다. 국민이 겁이 나게 해가지고는, 비겁한 민중 가지고, 다스리기는 쉬울지 몰라도 혁명은 못한다. 다스리기 쉽기야 죽은 시체가 제일이지. 시체를 업어다 산 위에 놓고 스스로 무슨 공이 있었다 할 사내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공동묘지의 매장인부 아닌가?
함석헌의 성토는 계속 된다. “칼을 든 것이 군인이 아니라 용기 있는 것이 군인이다. 남을 말 못하게 하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어린아이도 능히 와서 맘대로 거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말 용기다. 용기는 무기 쥠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능히 버림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 사람됨이 어디 있느냐? 자유지. 자유에만 있다. 자유가 뭐냐? 정신의 맘대로 자람 아니냐? 정신이 어떻게 자라느냐? 말 함으로만, 말 들음으로만 자란다. 제 발이 500년 아파도 아프단 소리를 못하고, 슬퍼도 목을 놓아 울어보지도 못한 이 민중을, 이제(4.19혁명 이후-필자 주) 겨우 해방이 되려는 민중을 또다시 입에 굴레를 씌우지 마라. 정신에 이상이 생겼거든 지랄이라도 맘대로 해야 할 것이다. 4.19 이후 처음으로 열렸던 입을 또 막아?” (1961. 7 사상계 <함석헌의 ‘5.16을 어떻게 볼까’ 참조)
‘힘’이냐? ‘뜻’이냐?
박정희가 한국사의 비극을 ‘힘이 없어’ 당한 것으로 본데 반해 함석헌은 한국사 비극을 ‘뜻을 잃어’ 당한 것으로 보았다. 함석헌의 뜻은 그 ‘존재 이유’를 묻고 찾는데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 이유’는 무한의 지향에 있었다. 함석헌의 ‘뜻’의 종교에 빼놓을 수 없는 도그마가 있다. <저항>(resistance)이라는 것이다. 함석헌의 저항이 어떤 정치세력권이나 심지어는 사회세력권에까지도 흡수될 수는 없는 것은 그의 저항이 그의 종교인 ‘뜻’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장의 투쟁대열로부터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함석헌의 실체가 뭐냐?” 하는. 그러나 함석헌의 저항은 홀로 하는 저항이었다 해도 중단은커녕 쉴 줄도 몰랐다. 함석헌의 본(本)은 ‘뜻’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뜻이 곧 하나님이었다. 뜻만이 참 종교였다. 때문에 함석헌은 어떤 경우에도 뜻을 물었다. <힘>에 대한 태도 역시 다를 수 없었다. 함석헌은 힘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뜻을 물었다. 5.16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함석헌은 뜻으로 5.16을 검증한다. 함석헌이 들고 있는 뜻의 렌즈에 비춰진 5.16은 무의미(無意味)의 난동이었다. 함석헌이 그의 전신을 내던져 박정희의 군부통치에 저항했던 것은 그의 종교, 즉 그의 뜻의 몰아침 때문이었다. 그는 그에게 순간순간 휘몰아쳐오는 그 뜻의 강속(强速)에 조직이니, 전략이니, 방안이니 할 여념도, 여유도 없었다.
「성서적 입장에서 본 ...」이 「뜻으로 본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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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의 그의 전집 1권 「뜻으로 본 韓國歷史」 ‘넷째 판에 부치는 말’에서 「뜻으로 본 ...」 개제 후에 무교회 ‘친구’들로부터의 비방을 언급하면서 「뜻으로 본 ...」으로의 개제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왜 ‘뜻’인가?
“미리 헤아렸던 대로 ‘뜻으로 본’이라는 말이 몇 사람의 무교회 친구들을 섭섭하게 했고 심지어는 나를 믿음에서 타락하였다고 하였다. 내 행동을 보고 타락이라면 티끌만한 변명도 할 여지가 없으나 그 사상을 두고 한다면 나는 자신 있다. 장차 앞에 오는 역사가 나를 옳다 할 것이다. 또 타락이니 올라가니 하는 것이 상대적이 아닌가? ...... 그러나 천당도 지옥도 문제가 되지 않는 높은 자리에서는 남이 타락이라거니 구원이라거나 상관이 없다. 남을 천당에 올리고 지옥에 떨어뜨리는 것이 내 일이 아니라 나는 내 믿음을 가지고 생(生)의 대행렬(大行列)에 참여할 뿐이다. 혼자서 안락하기 보다는 다같이 고난을 받는 것이 좋다. 천국이 만일 있다면 다같이 가는 곳 다같이 있는 곳 아니겠나? 다같이 있는 곳, 다같이 가는 곳이 어디일까? 의인, 죄인, 문명인, 야만인을 다같이 구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서 한 소리가 ‘뜻’이다. 하나님은 못 믿겠다면 아니 믿어도 좋지만 ‘뜻’도 아니 믿을 수는 없지 않으냐? 긍정해도 뜻은 살아있고 부정해도 뜻은 살아있다. 져서도 뜻만 있으면 되고, 이겨서도 뜻 없으면 아니 된다. 그래서 뜻이라고 한 것이다. 이야말로 만인의 종교다.” 뜻은 무한을 지향한다. 뜻은 궁극(窮極)을 추구한다. 그래서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 불교가 말하는 부처까지도 미완성이라 선언한다. 시공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부분이다. 완전 완성은 실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함석헌은 영원히 도상의 사람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죽기로 뜻의 실현, 뜻의 실체와의 만남을 절규하며 회구한다.
이것이 함석헌이 박정희와 영원한 숙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가 박정희 군부와 촌보의 후퇴도 불용하는 불퇴전의 투쟁을 전개하는 것, 전개한 것을 두고 어떤 정치, 사회개혁을 추구한 투사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종교인 ‘뜻’ 말이다. 그는 그가 말한 그 뜻을 두고 그 스스로 “뜻, 이야말로 만인의 종교다.”라고 함성으로 단언한다. 뜻, 이야말로 종교다!
하늘은 박정희를 내면서 또 함석헌을 세상에 보냈다. 기이한 맞붙임이었다. 둘을 한 하늘 밑, 한 땅에 보내 역사의 답을 내도록 요구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박정희의 종교 ‘힘’, 함석헌의 종교 ‘뜻’이었다.
역사는 묻는다. 영원한(?) 역사의 종교, 힘이냐? 뜻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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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 전)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 *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상임고문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교회 원로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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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골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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