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분위기가 쳐져 있었다
왠지 성가대 찬양도 맥이 좀 빠진 것 같고
뒤에서 바라보는 교인들의 뒷모습이 추레해 보이기까지 했다
여름 막바지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가 해 보는데
그것만도 아닌 것 같다
웬일인가 둘러보는데 목사님이 보이지 않는다
아 참 그랬지
이번 주는 목사님 휴가라서 안 나온다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누구 한 사람 없어도 우리교회는 참 쓸쓸하구나 하는데
강대상을 바라보니 하나님 수염의 우리 은퇴 목사님 의젓이 계시고
젊은 교육 담당 목사님도 왔다갔다 하시고
장로님까지 사회를 보신다고 앞에 서 계시니
목사님 계실 때보다 더 활기찬 분위긴데
나는 왜 이렇게 허전할까
오랜만에 듣는 노 목사님의 곰삭은 설교도 끝나고
의례적인 앞뒤 분들과의 인사도 끝나고
김치찌개에 박사 턱 시루떡 두 개 곁들인 점심밥 받아다
늘 앉는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드는데
아무래도 옆이 허전했다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서로 말도 없이 늘 함께 밥을 먹는
내 또래 ㄱ집사가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
늘그막에 하는 일이 더위 탓에 만만치 않다며
일요일은 지친 몸 쉬느라 못 일어날 때도 있다더니
벌써 몇 주째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혼자 밥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으며
이 친구도 이 시간 점심밥이라도 먹을까
혼자 냉장고 뒤져 차려먹는 밥이 맛이나 날까 하는데
집사님 김도 가져 가셔야죠 하며
바삭바삭 잘 구운 김까지 가져다주는 것 이었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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