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대원 목요강좌 <미완의 기획, 종교개혁을 되돌아본다 ⓸>

한신대 신대원 목요강좌가 종교개혁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개혁과 유럽 정치사상’을 주제로 공진성 교수(조선대 정치외교학과)가 네 번째 강의를 맡았다.

공 교수는 종교개혁이 유럽 사회, 특히 유럽의 정치사상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 강의를 맡은 공진성 교수(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에큐메니안

역사적으로 종교와 정치는 각각 존립할 수 없는 복합체로써 함께 움직여 왔다. 국가는 정치권력을 통해 유효성을 얻고 종교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공 교수는 그것을 ‘정치종교복합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이는 기독교 등장 이전 지배적이던 신정체제가 로마제국의 공인종교가 되면서 ‘사제의 종교’로 변질된 것과 맥을 함께한다.

공 교수는 “종교개혁은 사제지배 구조와 함께 정치종교복합체가 무너진 사건” 이라며 “종교개혁 이전 중세 교황 질서는 천정에 매달린 피라미드 모양의 모빌과 같다”고 설명했다. 위계적으로 구성된 모든 계급과 질서가 맨 위의 꼭짓점에 달린 실로 천정에 고정된 것이다. 이렇게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실의 확실성에 물음표를 던진 사건이 루터의 종교개혁이었다.

종교개혁 이후 시대는 의심, 회의주의 팽배한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더 이상 종교가 진리를 보증해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의 뜻은 곧 진리였고 그것에 순종하는 것이 선한 것이었던 시대에 종교개혁을 통해 진리와 선을 결정하는 주체가 종교가 아닌 ‘각자의 판단’으로 옮겨간 것이다. 공 교수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 아닌 ‘교황도 모른다’는 확신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쇄술의 발달은 더 많은 사람들을 ‘판단할 수 있는 주체’로 일깨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성서를 읽게 되자 스테인드글라스, 석상, 강론 등을 통해 전달되던 진리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된 것이다. 공 교수는 “앎의 근거가 면죄부, 교황의 성호 등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는 것에 있고 그것이 곧 구원의 확신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혁명적인 변화였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생각이 점점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농민전쟁으로 드러났다. 농민 전쟁으로 인한 공포와 혼란 속에 주류로 등장 한 것은 계약이론 이었다. 공 교수는 “과거와 같이 복종이 없는 사회에서 권리와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합의 밖에 없었다”며 “권리의 주체인 개인에게 효력을 가질 수 있는 합의는 계약에 의한 것 이었다”고 설명했다.

▲ 강의 후 자유로운 질의응답시간이 진행됐다. ⓒ에큐메니안

그러나 상호 간에 계약을 맺을 때 합의가 되어있다는 믿음이 누구에게 먼저 있는가? 누가 먼저 상대방을 신뢰함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로크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계약 채결 시 서로 계약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기 위해서라도 종교는 같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종교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종교 개혁이후 필요에 의해 종교가 다시 유럽 사회 안에 들어오게 됐지만 이는 공동체가 다시 파편화 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오늘날 현대사회가 파편화 되고 사람들 간의 신뢰도 일시적인 것이 이것에 기반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종교개혁이 유럽사회에 던진 충격은 신뢰의 근본적 기반이 무너진 것”이라며 “신뢰를 새롭게 쌓아 올리고 합리적으로 재구축 하는 데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렇게 세워진 신뢰조차도 매우 국지적, 단기적으로 밖에 유지가 되지 않았다”며 종교 개혁 이후 유럽 사회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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