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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경찰서에서<이수호의 우리교회>
이수호 | 승인 2015.12.16 10:27

   
 
참고인으로 잠깐 다녀가라더니
피의자 신분이란다
지난 민중총궐기집회 때 발생한 폭력사태와 관련
어느 우익단체가 나를 포함한 투쟁본부 대표들을
폭력시위행위로 고발을 한 것이라
기소도 될 수 있으니 그리 알아라고
아들 뻘 젊은 수사관은 은근히 겁을 준다
그러나 나는 이번 집회에서
한 일이 너무 없어 부끄러워하던 참에
경찰 출두요구서가 날아와 그나마
조금은 위로가 되는 판인데
막상 새파란 경찰관 앞에 다소곳이 안고 보니
여간 쪽팔리는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이 젊은 경찰관 나를 심문하는 꼴이
내가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위원장 출신인지도 모르는 눈치라
묻지도 않는 그 잘난 이력 스스로 밝히기도 뭐하고
나보고 자꾸 아저씨 아저씨하고 부르는데
영 배알이 틀리고 불편하기만 한데
바로 옆자리에서는 40대나 돼 보이는
민낯이 수수한 여인네가 조사를 받고 있는데
대답이 꺼이꺼이 울음뿐이었다
내 묻는 물음에는 적당히 고개만 끄덕거리거나
묵묵부답하면서 오히려 옆집에 잔뜩 신경을 쓰는데
한 번에 2만5천원 받고 노래방 도우미 나가는데
거기도 어떤 들 떨어진 놈이 고발을 해
나처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으러 온 신세였다
수사관은 그러니까 왜 거길 갔어요 하고 다그치고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하며 훌쩍이는데
벌금 백만 원은 나올 것 같은데 어떡하죠 하니
그럼 저는 우리 애들과 그냥 죽어요 하며
안 돼요 제발 살려 주세요 만 거듭하며
훌쩍훌쩍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거 불법행윈 줄 알았잖아요? 수사관 도끼눈에
오죽했으면 제가 그런 델 갔겠어요 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여인의 젖은 얼굴 위로
그날 밤 경찰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쓰러져
지금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어느 늙은 농사꾼의
주름진 얼굴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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