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은 중국을 상국으로 받들었던 근세조선시대와 일제의 강점기에 심한 자존심의 상처를 받았고 열등의식도 갖게 되었다. 자존심의 상처와 열등의식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 오늘날 한민족 사회에 만연된 사회병리현상은 그래서 얻어진 것이다. 민족문화의 확립과 발전은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을 치유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민족은 민족통일을 지상의 과제로 두고 있다. 민족문화의 확립과 발전은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도록 하며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도록 작용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일 후 남북한 거주민 사이에 일어날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도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홍익인간과 세계의 이해>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글쓰기는 치유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소화되지 않은 과거의 일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선택해서 글쓰기로 표현하면 그 순간부터 기억과 감정은 변화를 일으킨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생각으로 머물던 체증들이 성질을 바꾼다. 뒷덜미를 잡고 있는 상처들이 떨어져나가면서 우리의 생각과 몸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삶은 연속적으로 이어져간다. 우리 몸은 앞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뒤는 이따금 보는 것이다. 자꾸 보면 균형을 잃어 넘어질 수 있다. 글쓰기와 치유의 관계를 공부하다가 제일 놀랐던 것은 그토록 많은 말들이 넘쳐나는데도 자살률 1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위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정신질환을 역사적으로 보는 것에 관심이 갔다. 그렇게 보면 남북통일이 자살률 수치를 낮추어줄까? 어제는 정전협정 62주년이다. 신문을 보니 남한은 중앙기념식, 북한은 전승절 보고대회를 했다고 한다. 표현만 다를 뿐 둘 다 승리의 관점이다. 모순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인데(정전협정) 어떻게 승리가 있을까? 남북통일이 앞당겨지려면 남북이 함께 지난 역사를 열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국가적 글쓰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내 글도 모순이다. 개인에게는 이따금 뒤를 보라고 하고, 국가에게는 열심히 역사를 보라고 하고. 머리도 나쁜데 공부 내용만 쌓여간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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