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장은 예수님의 초기 유대 사역을 보여주면서, 예루살렘 성전 뜰에 있던 장사치들을 쫓아내는 소위 ‘성전청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요세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시장바닥이 되어버린 곳은 흔히 ‘이방인의 뜰’이라고 불리는 곳을 대제사장 안나스가 성전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장사와 환전하는 장소로 만들어버린 ‘안나스의 시장’이었을 것이다. 공관복음서의 기록은 이 성전청소가 예수님의 고난주간에 이루어졌던 사건이지만, 저자 요한은 이것이 초기 사역에 일어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성전을 청소하는 예수님의 모습에 유대인들은 “네가 이런 일을 행하니 무슨 표적(σημεῖον)을 우리에게 보이겠느냐" 라고 도전할 때, 예수님은 “너희가 이 성전을 허물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2:19) 고 대답한다. 유대인들은 사십육 년 동안 다시 지어지고 있는 웅대한 성전건물을 무너뜨리고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는 뜻으로 예수의 대답을 이해하며 비웃지만, 요한복음의 저자는 그 말씀이 “성전 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하며, 예수님의 부활 후에 깨달아진 말씀이었음을 부연하여 설명한다.

성전으로 번역되는 신약성경의 헬라어는 ναός이다. 이 단어는 좁은 의미로는 성전 안쪽의 ‘지성소’를 가리키고(마 27:51), 넓은 의미로는 성소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마 26:61).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이방인들의 신전(shrine)을 말하기도 한다(행 17:24). 사도바울은 특별히 성령이 거하시는 믿는 자의 존재가 성전이라고 은유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고전 3:16, 6:19). 교회를 성전으로도 비유한다(엡 2:21).

요한복음은 부활의 주님이 새로운 성전이라고 선포하면서, 성전이라는 말은 언급되지 않지만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예배하는 곳(예루살렘 성전)이 중요하지 않고, 영이신 하나님께 성령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의 중요성를 선포하셨다(4:23-24). 요한복음이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후에 쓰인 복음서라는 것을 감안하면, 물리적 성전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에 초기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성전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성전보다는 예수의 존재 자체를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과 진리로 생각하고 있다.

물리적 성전에 대한 거부감은 솔로몬 왕이 성전을 짓고 성전봉헌기도를 할 때에, 응답하신 하나님의 말씀에서 이미 등장한다. ‘하나님의 계명과 율법을 지키지 아니하고, 다른 신을 섬기면 거룩하게 구별한 이 성전이라도 내 앞에서 던져버리리라’(왕상 9:7)는 경고는, 신구약 중간시대에 예루살렘 성전과 대제사장의 타락을 보고 과감히 예루살렘 성전을 포기하고, 유대 광야에서 ‘의의 교사’를 지도자로 하며, ‘하늘의 성전’을 섬기는 쿰란공동체를 탄생하게 한다. 제사장이며 선지자로 부르심을 받은 에스겔은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버린 예루살렘 성전의 회복보다는, 하늘에 보인 성전(heavenly Temple)을 회복의 환상으로 본다. 예수를 성전(ναός)으로 보는 전통은, 예루살렘 성전에 나타나셔서 유대인의 절기들(유월절, 수전절, 초막절)을 지키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암시하고 있다.

명절 끝 날에 예수님이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7:37-38) 고 말씀하신 것은, 선지자 에스겔이 하늘의 성전 문지방에서 시작되어 온 이스라엘 땅을 적시며, 죽은 바다를 살리고 생수의 강에 많은 물고기가 있는 환상을 연결한다(겔 47장). 부활의 주님으로 말미암아 갈릴리 바다에서 다시 많은 물고기를 잡는 제자들의 모습은(요 21:11) 하나님이 생수의 강에 물고기를 잡는 어부를 세우시는 환상을 또한 암시한다(겔 47:10). 성전 된 예수에게서 흘러나오는 생수의 강에서 어부가 된 제자들이 잡게 된 고기 153마리의 숫자는, 생수의 강에 살고 있는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을 상징하고 있다. 요한복음은 예루살렘 성전의 시대는 끝나고 성전 된 예수의 시대가 의미하는 바를 선포와 상징으로 말하고 있다.

김범식 박사(성경과설교연구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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