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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진짜 ‘좋은 시설’은 없다나쁜 장애인,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를 만났다 ⑶
정리연 | 승인 2022.02.27 12:10
▲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장애인 거주시설은 장애인을 보호하는 곳으로 알려져 왔지만, 시설을 벗어나, 이른바 탈시설을 통해 장애인도 지역 사회에 거주해야 한다는 담론이 생성되면서 장애계 내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리연

좋은 시설은 없다고?

그동안 장애인은 시설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회에서는 그들이 불편하니까,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 편할 테니까. 아, 이렇게 생각이 짧았다니, 이형숙 대표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근데 시설을 없애자고 하면 장애인을 둔 부모들은 반대하지 않을까? 시설을 운영하는 자들은?

맞아요. 시설이 없어지면 가족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은 불안하죠. 하지만, 방법이 있어요. 가족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면 돼요.

지금 시설에 들어가는 예산을 개인별 서비스로 바꿔서 가족들이 돌보는 것이 아니라 활동 지원 서비스도 받고 교육도 받게 하면 되거든요. 장애가 심한 장애인 발달장애든 신체장애든 비장애인들처럼 성인이 되면은 직장도 갈 수 있고 혼자 살 수도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어요? 가족과 함께 살던지 혼자 독립할 건지 선택을 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면 가족들이 왜 반대를 하겠어요. 지금 당장 나오면 가족이 다 책임져야 할 것 같으니까 그러는 거죠.

그리고 이런 체계가 생기면 시설 입장에서는 어때요? 시설이 없어지면 자기들 밥줄이 끊기는 거니까 안 된다고 하죠. 국가에서 시설에는 엄청난 지원을 하는 반면에 혼자 독립해서 사는 장애인들한테는 그만큼의 지원이 안 되고 있어요.

개인별 지원 서비스 중에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활동 지원 서비스예요.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거예요. 모든 이동과 학교 가는 것 모두 일상생활로 지원이 돼요. 그런데 현재는 이런 지원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적어요. 예산이 잡힌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앞으로 이 시간을 늘려야죠. 현재는 하루에 최대 16시간(8시간은 수면시간이라고 뺀다고 한다)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확대해야 해요. 저 같은 사람이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그러니까 밤에도 체위도 변경해야 하고 용변 처리도 해야 하는데 그걸 혼자 못하는 장애인들에게는 24시간 지원을 해줘야 해요.

조제는 츠네오를 만나게 되면서 다락 ‘바깥’의 세상, 가장 두려워하던 호랑이를 마주했다. 머릿속에서만 상상했던 두려운 호랑이, 그것은 자신의 ‘망가진 몸’에서 비롯된 ‘망가진 삶’의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장애인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게 어찌 물리적인 장애뿐일까. 사회와 비장애인의 혐오와 배제가 만들어낸 내면의 두려움을 넘어서는 일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걸 넘어설 수 있는 힘과 지지를 해주는 게 바로 사회와 비장애인의 역할일 것이다. 특히, 기독교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독립된 존재임을 정말로 믿는다면, 이 일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역시 하나님의 자녀이자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누릴 권리가 있으니 말이다.

요즘 활동 보조 서비스 시장이 엄청나게 넓어졌어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교육도 많이 하고 있어요. 복지부 예산 거의 75% 이상이 활동 보조 인력비로 나가요. 예전보다도 활동 보조인으로 일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요. 이 서비스가 2007년에 시작하면서 가족의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그전에는 대부분 다 시설로 보내려고 했거든요. 2015년도 이후에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나서 이제 16시간을 받으니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예요. 10년 후에는 좀 더 나아지겠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곳, 노들장애인자립센터

▲ 이형숙 대표의 일터이자 전쟁의 전초기지인 노들장애인자립센터 ⓒ정리연

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활동가가 상근도 하고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자립 운동에 대해서 알리기도 해요. 탈시설 해서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탈시설 해서 독립을 해서 혼자 살아야 할 경우에 현재는 정책적으로 어느 정도 지원해주는 게 있어요. 서울 같은 경우에는 한 1200~1300 정도 정착 지원금을 줘요. 당장 집이 없으면 지원 주택이나 자기 생활 주택도 있고 만약에 임대 아파트가 필요하면 신청도 할 수 있어요. 이런 정책을 활용해서 자립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게 저희 일이에요.

비장애인들은 만 18세면 독립하는데 장애인들은 그런 거 없이 평생을 시설에서 살아요. 3~4살 때 들어가서 지금 70 넘은 사람도 많아요. 근데 중요한 것은 65세 이상 되면 활동 지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어요. 시설에 쭉 있다가 65세 넘어서 나오니 활동 보조 서비스를 신청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되게 안타까운 거예요.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역사회로 나오면 개인 활동 지원 서비스도 가능하고, 요즘은 노동권 얘기가 있잖아요. 일자리도 있고 임대 아파트도 다 지원할 수 있으니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시설장이나 종사자들이 이런 걸 교육하기는커녕 너 나가면 죽어, 너 밖에 나가면 누가 널 좋아해? 라고 하니까 문제인 거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빠져나가게 되고 시설은 문 닫게 되겠죠? 절대 안 되죠. 그래서 엄청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거예요.

대화하면서 ‘초긍정에너지울트라파워’(더 붙일 거 없나?)를 지닌 대표님의 자녀들이 궁금했다. 장애인 운동을 같이한다고 들었는데 엄마의 영향을 받았을까? 혹시 아이들이 사춘기일 때나 더 자라면서 장애인인 엄마를 원망해서 갈등 같은 건 없었을까?

다른 지역에서 장애인 운동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환경에 영향을 받았겠죠. 제가 마음이 아팠던 것은 보통 아이를 귀하게 키우잖아요. 근데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우리 아이들은 나가서 보면 솔선수범한대요. 손님이 와서 제가 음식을 대접하려고 하면 우리 애들은 자기네가 먼저 가서 꺼내와요. 그러면 손님들이 애들이 어쩜 그렇게 엄마를 잘 도와주냐고 그랬거든요. 근데 생각해 보면 그걸 시킨 건 아닌데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엄마가 못 움직이니까.

딱히 그런 걸 표현하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 제가 물어본 적은 있어요. 혹시 엄마 때문에 너희 힘들지 않았냐고요. 우리 애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런 생각은 안 들었는데 엄마가 집에 늦게 들어와서 좀 그랬어”라고요. 큰아이가 초등학교, 작은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제가 이런 활동을 시작했거든요.

그래도 희망은 버릴 수 없기에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일부러’ 욕먹는 이들, 배제와 차별로 인간이지만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나쁜 장애인의 길을 택한 이들을 위해서 시민인 우리가, 교회나 단체가 어떤 방법으로 연대할 수 있을까?

오늘도 아침에 혜화역 선전전 했지만, 우리가 열심히 싸우면 그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도 같이 연착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참 좋겠어요. 우리만 목소리 내니까 국가에서도 자꾸 우리한테 뭐라고 하잖아요. 경찰들도 우리만 뭐라 하고. 시민들이 같이 목소리 내준다면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야 세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전에 친하게 지낸 친구들한테 지지 방문 한번 와달라고 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못 온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 찍힐 수도 있다는 말도 하고요. 같이 목소리를 내준다면 훨씬 더 좋을 텐데 서운하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이런 인식인 거죠. 언제쯤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좀 아프고 씁쓸해요.

가장 쉬운 것은 저희가 선전전할 때 기재부, 복지부, 국토부에 연락하는 거예요. 장애인들이 이런 거 하고 있다, 정책 좀 세워달라 말해주는 거죠. 몇 년 전 언론에서 봤던 게 생각나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타고 비행기를 타려고 했더니 승무원이 안 된다고 했어요. 개는 객실에 들어갈 수 없고 화물칸으로 타야 한다고요.

그런데 이 장애인이 “나는 이 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한 거죠. 그랬더니 거기에 있던 승객들이 “안내견이 같이 탑승할 때까지 우리도 안 가겠다”라고 한 거예요. 그때 4시간인가 비행기가 연착됐대요. 항공사에서도 절차를 밟아야 했겠죠. 결국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승객들이 다 같이 비행기에 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시민들도 한 번쯤은 “그래, 우리도 장애인들과 함께 이 지하철을 막고 같이 목소리를 내자” 해준다면 분명히 바뀔 것 같아요. 제 욕심이 너무 큰가요? 하하하

식상하지만,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거 같다. 아무리 달걀이 기를 써도 거대한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위에 몸을 던지는 달걀은 깨지면서 흔적을 남긴다. 이형숙 대표님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사회에, 비장애인을 향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전 생애를 던졌을까? 그들은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때로는 깨지겠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더 고민하지 못했음을, 행동하지 못했음을.

휠체어 장애인이 타든지 말든지, 연착되거나 말거나, 지하철 안에 있는 비장애인이 아무렇지 않을, 직장과 학교에서 일하거나 공부할 때 장애인이 아무렇지 않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져서 사라지게 될, 그날을 꿈꿔본다.

▲ 탈시설 담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복지비용의 확대가 필요하다. ⓒ정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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