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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장애인 복지정책, 권리 보다는 예산에 맞춰라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님을 만나다 (4)
정리연 | 승인 2023.06.12 01:56
▲ 장애인들의 한결 같은 요구는 장애인의 권리에 기반한 장애인 사회복지예산의 마련과 증액이다. ⓒ정리연

올해 29살 윤현민 씨는 발달장애인이다. 그는 오전에 출근해서 4시간 동안 물리치료실에서 일한다. 벌서 9년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론 처음부터 잘, 제대로 한 건 아니었다.

물리치료사를 지원해주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6개월 정도 훈련을 받았고 2년 간 인턴을 거쳤다. 처음에는 움직이기 힘든 환자를 휠체어에 앉혀서 치료실로 데려오거나, 치료를 마친 후 데려다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요즘은 물리치료실에서 대부분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작동법을 익혔다.

처음엔 영어로만 되어 있는 의사 오더를 이해할 수 없어서 물리치료사를 통해서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3번 기계, 몇 분간 설정해주세요” 같은. 그러다가 병원 시스템이 바뀌었다. 아니, 병원이 시스템을 일부러, 바꿨다. 발달장애인인 현민 씨가 이해하기 쉽도록 각 물리치료 기계에 번호를 정했다. 의사들은 치료 오더를 내릴 때 영어 옆에 기계 번호를 같이 기재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현민 씨 혼자서도 척척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평균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는 200명 정도 된다. 현민 씨 외에도 발달장애인 3명이 더 있는데 오전, 오후 2명씩 근무하고, 주말에는 쉰다. 이렇게 일해서 한 달에 15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물론 근무연수에 따라 급여도 달라진다. 물리치료사들이 주말에는 많이 힘들어할 정도로 이들은 병원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눈치채셨나? 현민 씨는 윤종술 회장의 아들이다.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만드는 기적

▲ 우와, 아들이 정말 대견하고 든든하시겠어요. 발달장애인에게 이런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노동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걸로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죠. 현민이는 근무를 마치고 매일 3시간씩 볼링을 치고 사우나를 해요. 그만큼 볼링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고 나면 밤에 잠도 잘 자요. 과잉 행동이 좀 있는 편이거든요. 아들이 월급 받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모든 걸 살 정도의 능력은 안 되고, 과자 사 먹을 정도는 돼요. 또 가족이 외식할 때 한 번씩 계산도 합니다.

실은 아들도 중증이라서 대화가 잘 안 돼요. 네, 아니요, 같은 단답형만 가능하지요. 그런데도 이렇게 훈련을 통해서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일자리를 가짐으로써 비장애인들하고 어울리니까 대인관계도 굉장히 좋아졌고요.
낮에는 일하고, 볼링 같은 운동 혹은 다른 좋아하는 활동도 하는 일상.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꿈이죠. 지금은 서울에서도 하고 있는데 장애인 인턴제도를 경남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경남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들이 많네요? 하하) 비장애인들은 기업에 가서 인턴 하는 거 많잖아요.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도 기업에 가서 한 2년간 기업이 필요한 사람을 양성하는 거죠. 월급은 경상남도에서 주고요.

이렇게 2년 정도 일을 하고 인턴을 마치게 되면 기업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놨는데 나가면 아깝잖아요. 그러면 채용하게 되는 거죠. 1년에 30,400명 정도 됩니다. 저희 아들도 이런 인턴 사업을 통해서 한 거예요.

▲ 네, 정말 좋은 제도네요. 전국적으로 잘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말씀하셨던 데이 서비스의 질이 한층 높아질 거 같은데요?

그렇죠. 아까 말하다가 말았는데, 기존의 주간보호시설은 선생님이 계획을 짜서 아이들을 맞추는 게 목적이었어요. 지금의 주간활동 서비스는 이용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는 거, 이용자가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는 거죠. 발달장애인의 상황이 다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각자 어떤 프로그램이 하고 싶은지를 파악해야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우리 아이 같이 볼링을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거죠. 그러고 나서 선생님을 배치하는 거죠. 아들 포함해서 볼링을 같이하는 친구가 총 6명이에요. 선생님은 두 명이고요. 우리 아이는 오래 쳤기 때문에 코치가 안 가르쳐줘도 되지만,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은 강습을 받아요. 이런 것들이 발달장애인들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하루가 되게 해주는 거죠.

이것들을 보편화해라라는 지금 한 만 명 정도 하고 있는데, 보편화해달라는 게 저희의 요구이고 그렇게 될 겁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낮시간 서비스는 중증인 친구들, 충동 성향이 심하거나 중복장애인들은 아직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문제만 해결되면 뭐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물론 제일 중증의 친구들은 동지 행동이 너무 심하고 중복 장애인 분들은 아직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분들 문제만 해결되면 발달장애인의 보편적인 낮시간 서비스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 그럼 지금 해결이 어려운 게 중증장애인 문제네요. 그러니 해답은 다시 24시간 지원체제, 즉 전생애 권리기반 구축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장애인 가족의 비극적인 참사도 그렇고요.

가족 참사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최중증의 부모들입니다. 낮시간에 갈 데 없는 자녀를 부모들이 24시간 같이 있어야하니까 심리적, 물리적 부담이 너무 큰 거죠. 고통의 압박이 점점 커지는 겁니다.

작년에 국회 강선우 의원실에서 4,3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최근 3년 이내에 발달장애 엄마들이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답변이 무려 60%나 됐습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데이터입니다. 중증 장애자녀의 부모님들은 정말 미래가, 대책이 없는 거죠.

예를 들면 활동 보조라는 제도가 있는데 발달장애인에게 평균적으로 월 120시간 정도 주어집니다. 하루에 한 4시간 정도죠. 학교에 가는 학생들에게는, 실은 이것도 부족하지만, 겨우겨우 맞출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맞벌이하는 경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그래서 필요한 만큼 시간을 늘려줘야 하죠.

OECD 36개국 중에서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예산이 35등입니다. OECD 국가들은 평균 GDP 대비 2.2%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0.6%에요. 복지후진국이죠. 한 달 전, 장애인 정책조정위원회 회의 자료를 보면 ‘OECD 평균 4분의 1도 못 미치는 한국의 장애인 예산이다’라고 자기들 스스로 표현하고 있어요.

사람이 아니라 돈에 맞춰라?

▲ 한국의 장애인 사회복지서비스 예산은 OECD 국가들 중 꼴지다

▲ 이해가 좀 안 가요. 우리나라 스스로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을 잘 사는 나라, 선진국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하는 거 아닌가요?

원인이 있습니다. 세계 10위 안에 한국이 들어가요. 그런데 왜 이렇게밖에 안 될까? 궁금하죠. 작년에 스위스, 유엔에 가서 활동하면서 알아보니까 외국에서는 전부 장애인 서비스는 권리, 당연한 권리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예산 범위 내에 맞춰서 줘요. 예로, 주간 활동지원 대상자가 15만 명이라고 해요. 그 사람들이 신청하면 모두에게 지원해주는 게 맞죠.

그런데 기재부가 예산을 정해놓고, 딱 그만큼만, 만 명에게만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다른 나라는 신청만 하면 지원을 해줘요. 그러니까 서비스가 없어지거나 보편화가 안 되는 상황이 생기는 거예요. 그럼 외국은 서비스 예산이 얼마나 될까요? 세계 10대 강국에 맞게 하려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한 10배 정도는 올려야 해요. 지금 윤석열 정부는 작년보다 장애인복지 예산 올렸다면서 잘했다고 하는데 12%로 올렸습니다.

▲ 그래도 예산이 올랐으니, 잘된 거 아닌가요?

오른 이유가 있어요. 인건비 증가분이에요. 전체적으로 인건비, 운영비가 증가하잖아요. 오른 예산에서 그게 한 89% 됩니다. 그러니까 장애인에게 직접적으로 가는 서비스는 별로 없어요. 인건비 같은 걸 빼고 나면 아주 조금 올랐겠죠.

이대로 가면 한 100년 동안 올라가도 OECD 평균도 안 돼요. 인건비랑 운영비도 계속 상승하잖아요. 실제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승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서비스 시간도 늘어나게 되는 건데, 그게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볼 때 우리나라 장애복지가 OECD 평균이 되려면 지금의 제도를 갖고는 불가능합니다.

▲ 회장님이 말씀하시는 ‘권리’라는 건 어떤 건가요?

조건이 되면 그냥 받을 수 있는 제도예요. 권리로서 보장하겠다는 건, 예를 들면 기초수급 대상자 예산을 확보했어요. 그런데 대상자가 그보다 늘어났어요. 그러면 예산을 더 확보해요. 왜냐하면 권리를 줘야 하니까요. 그런데 서비스는 그렇지 않은 거죠. 예산 범위 내에서 그냥, 끝이에요. 더 이상 안 주는 거죠.

제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총리한테 질의를 했습니다. 권리로서 보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방법이 없느냐, 그럴 생각은 있느냐. 그런데 아무런 답변도 안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기재부의 나라입니다. 기재부가 돈을 통제하는 거죠. 그러면서 10%, 11%도 많이 올려준 거 아니냐! 주장을 합니다. 그런데 좀 전에 얘기했듯이, 그게 다 인건비, 운영비 상승분이고 실제 서비스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 거죠.

▲ 그렇군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OECD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는데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우리로서는 지금보다 10배로 올라야 해요. 평균이 되려 해도 4배로 올라야 하고요. 그런데 이런 싸움을 하기에는 한국 사회가 너무나 인식이 부족한 나라 같아요. 대통령조차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표현을 써요. 어려운 사람은 당연히 국가의 몫인데, 국가의 책무잖아요. 안 그러면 국가가 있을 이유가 없는 거죠. 각자 알아서 하면 되는 거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를 지원하고 누구나 동등하게 보편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아닌가요? 힘들고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당연한 국가의 책무인데 말하는 자체부터가 어렵고 힘든 사람을 우리가 ‘도와주겠다’예요.

당연한 권리가 아니고 시혜로 보는 거죠. ‘내가 너희들 열심히 도와줄 테니’ 이런 식의 사고 자체가 문제 있는 거예요. 유럽이나 해외의 굉장히 마음에 드는 구조가 돈이 많으면 세금을 많이 떼고, 돈이 적으면 적게 내게 해요. 그리고 누구나 노후를 다 보편적으로 편하게 살게 해줘요. 저소득이든 장애인이든 누구나, 국가가 주도적으로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 많은 사람도 기득권을 가지려 하고, 국가는 시혜적으로 “도와줄 테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 너희는 그렇게 집회하니까 안 도와줘!” 하거든요. 우리나라 사회 속담에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고 하잖아요? 저희도 그랬어요. 울지 않으니까 안 바뀌더라고요. 활동보조, 재활서비스, 주간활동 서비스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 저희가 계속 울었습니다. 

계속 우니까 그나마 조금씩 조금씩 주는 거죠. 그래서 겨우 이제 낮시간에 서비스를 보편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최중증 문제는 남았지만 낮시간에는 집에 안 있어도 되도록, 몇 년 이내에 한국 사회에서 다 이루어질 거라고 봅니다.

▲ 그것 말고 어떤 정책이 더 필요할까요?

남은 거는 일자리와 주거 문제죠. 일자리도 조금씩 늘어가고는 있는데 주거가 전혀 안 되고 있어요. 장애인 당사자가 살 집이 있고, 지원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니까 부모들이 희망이 없는 거죠.

주거지원을 하려면 집을 구할 수는 있어요. 저소득이면 임대주택도 많이 있어요. LH공사에서도 임대주택은 충분히 줄 수 있대요. 비어 있는 곳이 많대요. 핵심은 지원 인력인 거죠. 국가가 제도적으로 주거유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하려고 생각도 안 합니다. 지난 정부는 조금 하려고 시도는 했는데, 지금 정부는 아예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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