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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영등포산업선교회 기독청년 노동훈련 최종 보고서 (3)
류제민 | 승인 2023.06.30 14:22
▲ 류제민 청년 ⓒ임석규

휴식 장소의 부재

M사는 서울복합물류센터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C사, H사, M사, L사 등 다양한 물류 업체가 복합적으로 몰려 있는 거대한 물류센터 단지이다. 이렇게 크고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은 전혀 없다.

본인이 다닌 M사는 대략 3-400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근무한다. 이들은 거대한 물류센터 곳곳에서 노동을 하지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물류센터 복도에 앉거나 계단에 앉아 쉬는 것이 최선이다. 이에 반해 직원들을 위한 복지 공간은 센터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미흡한 교육

물류센터 내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하는 노동은 크게 5가지의 공정으로 나뉜다. 피킹, 이고, DAS, 패킹, 분류로 나뉘는데 본인은 이고 빼고 모든 공정을 다 경험했다. 출근 당일 공정을 배정 받으면 일이 처음인 사람은 따로 교육을 한다.

하지만 그 교육이 미흡하다. 해당 공정에서의 큰 틀만을 교육한다. 예를 들어, DAS 업무는 총괄, 스캐너, 버튼, 엔드 빼기, 빠레트 재배치, 엔드 패킹 장소로 옮기기, 미반출 체크 등 다양한 업무가 존재하지만, 첫날 교육 받은 내용은 버튼 하나였다. 버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남은 일들은 결국 눈치를 봐가면서 하거나 다른 노동자 분들에게 지속적으로 물어보며 일을 진행했다.

새로 유입되는 노동자들이 많은 물류센터 사정상 일일이 교육하는 것이 힘들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실행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개선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첫날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한 달 간 일하면서 안전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친밀감 없는 공장

M사는 샛별배송을 앞세워 익일 아침 배송이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전날 23시 이전에 주문한 제품을 다음날 아침까지 배송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낮부터 익일 새벽까지 끊임없이 노동한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물류센터는 속도가 생명이다.

전통적인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장소(레인)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M사는 최대한의 효율과 속도를 위해 노동자들의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다. 중간 관리자들은 거대한 스크린과 모니터 앞에 각 레인별 진행 속도와 상황을 파악하며 노동자들의 위치를 조정한다.

이로인해 노동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장소를 바꾸어 가며 일한다. 노동자들은 마치 물건이된 마냥 관리자들의 지시 아래 이곳저곳을 옮기며 도구처럼 움직인다. 이런 시스템 하에 한 달간 노동하며 친해진 노동자는 없다. 당연히 같은 물류센터에 한 달 간 출근하기에 깊은 친밀감을 갖게 될 동지를 기대했지만, 이러한 기회 조차 갖기 힘들었다. 당일 일하며 친해져도 금방 다른 장소로 옮기게 되고, 며칠 일하며 얼굴을 익힌 노동자도 오래 보지 못한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자들의 단결이나 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발휘하기가 힘들다. 물류센터 내에도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점이 많아 보이지만, 노동자들은 구조적으로 모일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있다.

백만 개의 택배

물류센터에 일하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택배가 하루에 주문이 들어오는지 계산해 본 적이 있다. 물론, 매우 부정확하지만, 한 달간의 경험으로 계산해본 값이다. 물건이 실려오는 빠레트에는 스티커가 붙여있다. 해당 스티커에는 어디 레인으로 가야되는지와 회차가 적혀있다. 내가 봤던 가장 높은 회차는 대략 7-800 사이이다. 한 회차당(DAS) 빠레트(개별 택배)는 200개이다. 그러면 대략 16만 개의 택배가 M사 서울복합물류센터 지점의 할당량이다.

M사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M사 뿐만 아니라 옆 건물의 C사, L사, H사 등 수많은 물류센터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하루에 주문되는 택배량은 얼마나 될까? 이 부분의 계산은 포기했다. 그러나 족히 1~2백만 개의 택배는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매일 1~2백만 개의 택배 쓰레기를 배출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물류센터 내에서 택배박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이 쓰레기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배출된다. 물론, 요즘 택배사들도 지속사용이 가능한 배달 박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그 수는 적다. 코로나 이후 모든 물품이 하루만에 배달이 가능해지며, 택배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나 혼자 택배를 주문할 때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물류센터에 모든 택배 박스를 모아놓고 보니 정말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기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쓰레기는 분명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는 것을. 작년,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가정들은 모두 가난한 취약계층이었다. 우리의 무분별한 욕망과 귀찮음 등으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그 또한, 기후위기 피해자를 만드는 일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교회의 과제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에 재학하며 성서와 신학, 사회학과 심리학을 학습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 갖기 시작했다. 기독교학은 철저히 약자에 관심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으로써 믿고 따르는 성서에는 히브리 노예, 소작인들, 아우성치는 빈민들 그리고 고아와 과부가 주인공들로 나온다. 성서는 이들이 겪는 좌절감과 고통을 해방시켜 이들을 구원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가득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주로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여전히 비인격적인 대우와 불안한 현실 그리고 안전하지 않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 성서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까? 성서를 따르고 믿는 교회는 어떻게 이들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성서가 증언하듯이 우리는 우리 사회에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지키고 구원할 의무가 있다. 교회는 체계적으로 이 사회의 현실을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 환경, 공동체를 파악하여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보살펴야 한다. 여기서 보살피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이들이 경험하고 살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지금껏 경험한 교회에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진 교회는 많지 않았다. 교회는 여전히 교회 안에 갇혀 세상 밖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노동훈련하며 교회에서 전혀 만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이야기와 상황을 마주했다. 교회는 이런 상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들과 함께해야 할 것이다. 예수가 부활하신 후 갈릴리로 다시 돌아가신 것처럼.

개인의 과제

노동훈련을 하며 한 가지 후회한 점이 있다. 바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노동하며 다양한 문제를 인지하고 직면해도 나는 노동자들의 처우와 노동 환경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그 상황들을 단순히 지켜만 봤다. 억울한 상황에 놓인 노동자도 목격했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도 목격했다.

그러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돌이켜 보니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 마디 안 한 내 자신에게 실망했다. 훈련이라는 핑계를 대고 불편한 외침보다는 편안한 침묵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노동훈련을 하겠다고 결심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이다. 나는 노동자가 되어 이들을 더 이해하고 알아가고 궁극적으로는 노동 환경을 바꾸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작 그러한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의 노동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하고 체험한 것은 노동의 극히 일부라는 생각을 한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다. 그러나 이 때에는 불합리한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싸우고 싶다. 자신의 생계와 목숨을 걸고 노동 운동을 하는 노동자들처럼.

류제민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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