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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연대의 손을”[기획특집 5] 황인근 NCCK 인권센터 소장을 통해 들어본 기독교대책위 활동
임석규 | 승인 2023.08.02 03:25
▲ 황인근 NCCK인권센터 소장의 눈은 늘 사회적으로 고난 받는 이들에게로 향해 있었다. ⓒ임석규
에큐메니안은 지난 6월 21일부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당시 기독인·청년들을 불법 강제징집·프락치 활동 강요한 ‘녹화사업(綠化事業)’을 기획특집으로 다뤄왔다.
지난 네 번째 기사는 일반 시민이 당시 청년 시절 겪어야 했던 녹화사업의 모습을 살펴봤으며, 이번에는 녹화사업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과정 및 기독교대책위의 활동에 나서는 교계 관계자와 만났다.
앞으로도 에큐메니안은 강제징집·녹화사업 등 국가 권력의 폭력에 피해를 본 시민‧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 필자 주

1994년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입학했던 황인근 NCCK인권센터 소장은 입학 이후 감리회 계열 사회선교단체인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이하 고난함께)에 함께했다. 황 소장은 어지러운 시대 속에서 상처를 입은 시민들 곁에 함께 있어야겠다는 시대적 부름을 외면하지 못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감신대에 들어선 당시 김영삼 정권은 성수대교 붕괴‧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참사 등으로 어수선했다.

특히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어 국가보안법 적용사례 늘어나 고난함께의 활동도 분주했다.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황 소장은 이후 간사-사무국장을 거쳐 총무가 되었으며, 평화교회연구소 운영위원장 및 소장을 거쳐 현재 NCCK인권센터 소장으로 부임했다.

녹화사업의 피해자들, 인권센터를 찾아오다

지난해 11월 28일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당시 위원장:정근식)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가 공권력이 대학생들을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이하 녹화사업)한 사건에 대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 발표했다. 당시 보안사령부 존안자료 및 선도대상자 명단 등 자료들을 전수 분석해 녹화사업 관련자 2,921명 명단을 확인한 진실화해위는 이들을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하며, 개인별 피해사실을 규명할 수 있는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및 배‧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결정이 발표된 이후 당시 녹화사업 피해자였던 박만규‧이종명 목사가 NCCK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군사독재정권의 사회문제에 의식이 있었던 두 목사는 목원대학교 입학 후 감리교전국청년연합회‧한국기독청년협의회 등 에큐메니컬 단체에서 활동했다가 전두환 정권 때 녹화사업을 겪었던 피해당사자들이었다. 이들은 황 소장에게 국가의 사과 및 피해자 지원을 담은 특별법 제정 권고가 결정문에서 갑자기 삭제됐으며, 국가에 다시 소송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와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두 목사의 이야기를 들은 황 소장은 한동안 녹화사업 피해자들의 현황을 살펴보며 고심했다고 술회했다. 당시 녹화사업 피해자들은 이미 각 대학별 피해자 모임을 구성했으며, 지난 2019년 12월 21일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 추진위원회(이하 강녹진)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피해자들 중 일부는 트라우마로 인해 피해 내용 공개 및 피해자 모임 참여에 주저했다. 또 피해자 모임 활동이 대학‧지역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다양한 피해 사례로 인한 이견들 때문에 서로 연대하기 어려웠다.

피해자 모임들의 현실을 알게 된 황 소장은 종교계가 연합의 물꼬를 터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당시 대학교 내 그리스도인 학생들과 신학교 내 예비목회자들이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등 국가폭력을 당한 것은 군사독재정권이 교회를 향해 국가폭력을 가한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확산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지난 3월 20일 NCCK인권센터 71기 정기이사회에 앞서 ‘국가보안법‧녹화공작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국가폭력에 맞서는 기도회’가 열렸다. 이 기도회에서 이종명 목사는 1983년 당시 자신이 겪었던 녹화사업의 피해를 증언하며,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진실규명‧명예회복‧피해보상 및 치유 등 과정의 형성을 촉구했다.

▲ NCCK인권센터를 직접 찾아온 이들과 피해자들의 규모를 확인하고 많이 놀랐다고 하는 황인근 소장 ⓒ임석규

아직 넘어가기에 높은 장벽들

기도회에 참석한 인원들이 교회를 향한 국가폭력에 맞서 피해자들과 연대할 것을 다짐하는 등 반응은 뜨거웠다. 또한 NCCK 인권센터 전문위원으로 있는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와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의 변상철 소장의 법률지원 역시 큰 힘이 되었다. 이에 황 소장은 ‘녹화공작‧강제징집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이하 기독교대책위)를 구성해 ▲ 피해자 회복을 위한 법률지원과 상담, ▲ 국가폭력 피해 진상규명, ▲ 피해자 대상 배‧보상 및 특별법 제정 등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기독교대책위가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다. 황 소장은 기독교대책위 활동을 전개하면서 국내 개신교계와 사회가 국가폭력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보수 교계 신학교들에도 강제징집‧녹화사업 등 피해를 본 그리스도인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 개신교계의 다수를 차지한 보수 교계들이 여전히 국가폭력 문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사회적으로 보수화가 된 한국교회의 특성상 국가가 개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에 관심 없었으며, 국가 권력에 협력‧순종을 기반으로 한 보수 교계 정서상 피해자들이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한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가 담겨있는 특별법 제정 역시 현재 답보상태다. 황 소장은 진실화해위의 2022년 11월 권고자료를 제시하면서 당시 특별법 제정을 권고한 진실화해위가 다음 달 12월 15일 결정서에 해당 권고가 사라진 문제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김광동 현 진실화해위의 위원장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김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설립 당시 국민의힘의 추천으로 상임위원으로 발탁됐으며, 지난 2008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해 친일과 군사독재를 미화한 뉴라이트 활동 인사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해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현행 제도도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큰 산이다. 최정규 변호사는 지난 6월 15일 진실화해위 앞에서 열린 ‘강제징집·녹화공작·프락치강요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국가책임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행 대법원 판례는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이 내려진 것을 안지 3년 이내에 국가배상 청구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이 피해를 준 국가와 또 한 번 법정에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진실은 마침내 드러나는 법이다

최근 에큐메니컬 교계를 중심으로 국가폭력 대응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국가폭력 피해를 봤던 그리스도인들이 트라우마를 무릅쓰고 아픈 과거를 나서서 증언하자 교회들이 사회‧역사의 아픔에 무지했던 것을 반성했다. 또 국가폭력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함께 진상규명과 피해자 회복에 연대를 약속하기 시작했다.

황 소장은 진실이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기독교대책위의 활동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 또 기독교대책위를 통해 ▲ 교계 간담회 추가 진행, ▲ 국가폭력 피해 사례 기록 보관, ▲ 특별법 제정 선전 진행, ▲ 교단 및 사회단체들과의 연대 등 향후 활동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NCCK인권센터는 1,000여 쪽이 넘는 다양한 자료들과 씨름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황 소장은 군사독재의 억압에 자유와 민주를 위해 가혹한 징집과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이 이제라도 연대의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기독교대책위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기도‧참여를 당부했다.

기획특집을 마무리하며

녹화사업 기획특집을 마무리 하면서 국가폭력에 쓰러져 갔던 그리스도인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 우리가 교회와 일상에서 누리는 자유를 위해 당시 청년 그리스도인들은 불법적 징집과 가혹한 고문, 그것으로도 모자라 동지와 이웃을 밀고하라는 프락치 공작 회유‧강요에까지 인권을 철저히 유린당했다. 기자가 만약 그 시대에 살았다면 그들처럼 굴종을 강요하는 국가에 한 번이라도 ‘아니오’라고 저항할 수 있었을까. 국가폭력을 당했던 그리스도인‧시민들을 만난다면 잠시라도 손을 잡아주며, 우리를 위해 먼저 나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임석규  rase21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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