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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요청으로 본명을 밝히지 않으며, 자유로운 글쓰기를 위해 원작을 최대한 살려 게재함을 밝힙니다. - 편집자 주- |
울 어매 전 여사님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고 울컥~ 했다.
평생 국민학교 선생님으로 그 노동의 댓가로 딸 년 넷 줄줄이 먹이고 입히고 가르쳐 길러 내시고, 위 두 년은 결혼해 가정 꾸리고 사는데 아직도 소소한 걱정 안겨드리며 살고 있고, 아래 두 년은 노처녀로 여태 짝 못 지어 보내신 걸 안타까워 허시는 울 아부지 김 교감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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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점점 기억을 희미하게 잃어 가시더니 일상이 너무나 곤란해 지시고 밤낮 구분 없이 하루는 진종일 주무시고 또 하루는 죙일 배고프다 밥상 차리게 하시고, 간식이며 과일을 달고 사시며 밤이면 잠 좀 재워달라 채근허시며 잠 드실 때 까지 몇 시간이고 다리를 주물러 달라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애기가 된 울 아부지를 너무나 깔끔허게 환자 같지 않게 건사하시고 반짝반짝 온 집안 먼지 한톨 안 보일 만큼 살림 꾸리시는 울 어매 전 여사님.
지들 먹고 사는데 지친 딸년들 도움은 절대 바라지도 않으시고, 니 아부지 덕에 평생 '사모님' 소리 들으며 편히 먹고 살았고, 누구는 퇴직하고 자식들이 아버지 연금 홀랑 가져다 사업 말아 먹고 경비일 허시며 쪽방서 살고 있고, 또 누구는 빚보증 잘못 서서 퇴직금 날리고, 살던 아파트마저 유지허기 힘들어 빌라로 옮겨가 살아야 되는 기막힌 지경인데...
그래도 깐깐한 니 아부지 덕에 아부지 연금으로 돈 걱정 없이 남은 평생 살아갈 수 있는데, 그 은혜 모르고 내 몸 편하자고 니 아부지 요양병원에 모시면 니 아부지 오래 못 사시고, 나 죄 받아 맘 편히 못 살것 같다시며 요양보호사라도 불러 도움 받으시고 목욕봉사라도 받아 좀 편해지시라고 수 십번 말해도 고집불통 울 어매 전 여사님. 도무지 요지부동!!
- 깔끔한 니 아부지한테 내 물어봤다!!
당신 다른 사람헌테 목욕시켜 달라 하면 그럴 수 있냐고 그랬더니, 니 아부지... 그럼 목욕 안허면 된다고 당신이 시켜 달라고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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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모가지가 부러질 듯 아파도, 밤낮이 바뀌어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 시중까지 들어야 하는 중에도 하루 고작 2~3시간 설핏 눈 붙임으로 늘 부족한 수면시간 땜에 입술이 부르트고 혓바늘이 돋아 잘 아물지 않아도...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모두 감수하시겠단다.
밤새 아부지 잠 드실때까지 주무르고 또 주무르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한의원에 가실 때나 시장이나 근처 어딜 잠깐 외출하실 때마다 또박 또박 정성스레 눌러 쓴 글씨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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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할멈 한의원 다녀올께요. 사랑해요.>
첨에 그 메모지를 보곤 그냥 혼자 피식 웃었었다.
그런데 잠깐씩 들러 아부지 드실 간식거리나 편히 입으실 잠옷이나 덧버선, 실내화 같은 소소한 물건들을 챙겨 출근길이나 늦은 오밤중 퇴근길 에 들러 보면,
늘 같은 자리에,
늘 다른 내용인데,
메모 말미엔,
한결같이.
<사랑해요.>
뭉클해졌다.
고지식하기가 하늘을 찔러주시고, 넘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거 죽기보다 싫어하시고, 맘 없는 소리 절대 못해, 인사 청탁 같은 거, 아부 따위는 절대 안해, 출세 길이 하~ 멀고 멀어 교감으로 명퇴하시고 퇴직하실 때 비로소 교장 승진 발령 받아 교직을 떠나오신 대쪽 같고 꼿꼿하신 우리 아부지.
술 좋아하시는 동학년 선생님들이 형님~ 형님~ 따르시며 늘 우리 집으로 마지막 차수를 잡는 통에 전 여사님이 주무시다 깨어나선 바로 준비된 술상인 듯 맛나고 소박한 술상을 바로 바로 대령하시게 했던 울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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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봉급날이면 울 어매에게 동네가게에 외상으로 가져온 소주 값 갚기가 젤 먼저이게 하셨던 울 아부지.
삶이 늘 불행했던 것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늘 입꼬리가 귀에 걸리게 행복했던 것만도 아니지만, 지나온 인생에 평생 울 어매 전 여사님만 바라봐 주시고, 딸년들만 내리 낳았다 아들 타령 한번 안해주시고, 할머니 먼저 보내시고 다른 형제들 다 나 몰라라~ 하던 홀로 남은 장인을 선뜻 먼저 모시자 하셨던 울 아부지.
당신 건강이 나빠지기 전까지 엄마랑 편히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시고 여생을 즐거이 사셨어야 될 울 아부지가, 어쩌면... 알게 모르게 장인 시집살이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셨을 텐데도 잘 참아주시고, 깍듯허게 열 대여섯살 더 잡수신 당신의 친정아버지를 보듬어 모셔주신 것에 대한 보은이 아닐까...
그래 생각해 오던 어느 날 전 여사님께 물었었다.
- 엄마!! 진짜 아부지 사랑해? 그래서 메모지마다 '사랑해요. 여보~~' 그러는거야?
울 어매 피식 웃으시더니,
- 사랑하긴 다 늙어서 뭘 사랑허냐? 니 아부지가 내 속을 얼마나 썩였는데... 아이고~ 내가 그 생각허믄...
- 근데, 왜 사랑한다고 뻥쳐?
- 니 아부지 힘 내라고!!
ㅠ.ㅠ
이래서 난 울 어매 전 여사님을 존경할 수 밖에 없다.
어제 알았다.
성격은 울 아부지 김 교감 쌤 쏙~ 빼다 박고!!
화장하기 싫어하고 손톱에 뭐 바르는 것도 답답해 다 싫어하는 내 취향은 울 어매 전 여사님 판박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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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숱한 시집읽기와 김광석의 노래듣기로 태교!! 3개월 후면, 찻집 운영 4년차로 요샌 인디가수들의 음악에 매료, 심취하여 홍대 클럽까지 진출!!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백자’님의 노래 에 폭 빠져 있음) 영화, 연극, 뮤지컬, 사진전, 서화전 등 시간이 허락하면 어디든 혼자 댕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며, 베스트셀러보다 좋아하는 몇몇 작가들의 책을 주로 읽어내는 '책 편식'이 매우 심한 까칠, 까탈스런 아줌마!! ‘기록의 중요성’을 알기에 다이어리, 편지, 수필, 시 등 무엇이든 끄적끄적 써서 보관하며, 가끔씩 보물찾기 허는 심정으로 하나 둘씩 읽어보며 혼자 흐뭇, 뿌듯해 함!! 책 소장의 기쁨을 알기에 화장품, 미용실 비용을 줄여 책을 사서 읽는 반면, 사람을 좋아하여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면 마다하지 않으며, 술값은 아끼지 않는 이상한 버릇이 있음!!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참하려 애쓰며 더불어 함께 살아내는 삶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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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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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